“아빠는 이 만화처럼 잘 그리지 못할 거야”

‘미키 마우스’가 등장하는 만화를 보던 아들이 화가인 아빠에게 대놓고 투덜거린다. 이 말을 듣고, 그때까지만 해도 비구상 추상표현주의 양식으로 그림을 그리던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은 만화 주인공 미키 마우스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그림을 한 점 그린다.

리히텐슈타인의 ‘이것 좀 봐 미키’(1961년 작)는 도널드 덕이 윗옷 뒷자락이 낚싯바늘에 걸린 줄도 모른 채 월척을 낚은 줄 알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흥분한 모습을 그린 것이다. 늘 도널드 보다 착하고 똑똑한 미키는 이미 이런 상황을 알아채고 장갑 낀 손으로 웃음이 터지려는 입을 막으며 참고 있다. 화가는 이 작품이 극적인 요소와 역동감있는 화면 구성, 연속된 컷의 만화 형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서사 구조를 만들어 낸다. 인쇄된 것처럼 보이도록 인쇄물을 확대했을 때 생기는 망점(dot)까지 도널드의 눈과 미키의 얼굴에 세밀하게 표현한 이 그림 한 점으로 화가는 그동안 미국 미술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문법을 창조했다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현대미술의 중심에 서게 된다. 당시만 해도 저급 문화로 취급받았던 만화를 회화에 도입함으로써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예술가이자 만화적인 그림을 현대미술의 정점인 팝아트로 재해석하여 팝아트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만화영화 제작자인 월트 디즈니(1901~1966)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가 탄생한 것은 1928년. 그러니까 올해가 9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미키 마우스는 탄생기념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각종 이벤트, 전시회, 기념 티셔츠 출시, TV 만화영화와 영화로 재해석한 다양한 작품들로 연말을 풍성하게 장식하고 있다. 우리 세대에 열광했던 캐릭터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캐릭터로 가득했던 지난 시절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새로운 미키 마우스 아이템을 뒤적거리며 동심에 젖어 본다.

<광주비엔날레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