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우주센터 통제동 MDC에서 알려드립니다. 누리호 시험발사체는 발사 5분여(319초) 뒤 최대 고도 209㎞를 넘어 지상에서 429㎞ 떨어진 제주도 남동쪽 공해상에 낙하해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28일 오후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1.8㎞가량 떨어진 통제실에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 소식이 발표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연구진·기술진 230명을 비롯해 센터에 머무르고 있는 800명과 우주과학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모인 취재진 150여 명도 탄성을 터뜨렸다. 이날 차량 출입 제한과 함께 봉래산·장포산과 발사장 인근 해상에 대한 입산 및 항행을 전면 통제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던 센터 분위기는 순식간에 환해졌다. 발사 예정 시각인 오후 4시 정각에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75t급 액체엔진 시험발사체는 목표 연소시간을 안정적으로 넘겨 비행했다. 영하 180도의 극저온 액체산소와 3500도에 달하는 화염을 견뎌낸 시험발사체의 비행 성능이 검증되면서 한국은 위성을 ‘원하는 시간에 스스로 발사해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우주 선진국 반열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75t급 액체엔진은 연소불안정 문제로 10개월 가량 개발이 지연된 바 있으며 지난달 25일 시험발사 예정이었으나 같은 달 16일 점검과정 중 추진제 가압계통 배관 연결부의 압력 감소 현상을 발견해 이달 28일로 발사가 연기됐다. 발사체 개발 경험이 풍부한 국가의 경우 새로 로켓 엔진을 개발할 때 대부분 지상연소시험으로 성능을 확인하지만, 발사체 경험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지상 시험과 함께 실제 비행환경에서 엔진 성능을 점검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에는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투입된 1조3000억원을 비롯해 총 1조9572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2017 스페이스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주개발예산은 7310억4530만 원(6억4700만 달러)으로 세계 우주예산의 0.85%에 불과하다. 이번 시험발사까지 항우연은 75t급 엔진 10기에 대해 모두 100차례에 걸쳐 연소 시험(누적 연소시간 8326초)을 수행했다. 앞으로 75t급 엑체엔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항우연은 총 200회 시험(39기)을 통해 누적 연소시간 2만초를 채울 계획이다. 발사체 3단부에 쓰이는 7t급 액체엔진은 모두 14기를 만들어 1만3000초(150회)를 연소시험할 예정이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은 지난 2010년 3월부터 오는 2022년 3월까지 12년간에 걸쳐 3단계로 진행된다. 지난 2015년까지 시스템설계와 7t급 액체엔진을 개발하고 성능을 확인하는 1단계가 마무리됐다. 올해 75t급 액체엔진 시험발사를 수행하는 2단계가 끝났으며, 3단형 발사체 시스템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2021년 발사를 성공시키는 3단계가 남아있다. 항우연은 오는 2021년 2월과 10월 지구 저궤도(600~800㎞)까지 쏘아 올리는 본 발사를 목표로 3단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의 길이는 47.2ｍ, 최대지름은 3.5ｍ, 무게는 200t이다. 1.5t급 실용위성을 탑재한 이 발사체의 발사 날짜는 2021년 실제 위성을 실어 3단형 발사체 성능을 검증한 뒤 결정된다. 정부는 한국형발사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11개 기업이 상주하는 산·연 공동설계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기업 60곳 등 총 80여 개 기관에서 연간 1000여 명이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참여 기업들을 지원, 오는 2026년부터는 민간에서 발사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나로우주센터=백희준 기자 b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