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독서
2018년 08월 27일(월) 00:00 가가
[김상훈 변호사]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 시급을 8350원으로 결정했다. 작년 7530원에서 10.9% 인상된 결과다. 2018년 16.4%에 이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다. 표결에 사용자 위원 9명 모두 불참, 근로자측 제시안 1만 790원 부결에서 예상되었듯 결과 발표 후 후폭풍이 거세다.
편의점 등 자영업 단체는 야간 동맹 휴업 등 단체 행동을 결의하고, 노동계는 2020년 최저 시급 1만원 달성 대통령 공약이 공언(空言)이었다고 성토하고 있다. 편의점주 등 자영업자를 대부분 퇴직 근로자로 보면, 과거 근로자(OB)와 현직 근로자(YB)의 대립으로, 그렇다면 최저 임금의 문제는 을(乙)들의 분배, 갈등 문제다.
국민연금 개혁도 목전이다. 국민연금법상 5년마다 실시하는 재정 계산 결과, 현행 소득 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유지할 경우 기금은 2041년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로 돌아서 2057년에 소진이 예상된다고 한다. 2018년 현재 연금가입자 100명당 노령연금 수급자 16.8명이 2088년에는 118.6명까지 증가될 것이란다.
재정계산위원회 자문안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소득대체율 45% 인상 여부에 따라 ‘당장 더 내고 더 받거나(45% 인상안), 천천히 더 내고 그대로 받는(40% 유지안)’방식으로 정리된다. 어느 안이든 가입자 입장에선 오늘 연금 보험료를 올리거나, 내일 수급액을 올리지 않는 결과다. 그래서 연금의 문제는 현세대의 후세대에 대한 재정 약속이자 예산 제시라 할 만하다.
언젠가부터 미투(Me too), 퀴어(pueer), 젠더(gender), 워마드(Womad), 미러링(여성 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 반사하여 적용) 등 용어와 현상을 자주 듣고 접하게 된다. 이들 현상을 정확히 규정하고 분석할 능력이 필자에겐 없으나, 권력의 문제, 남녀의 문제, 소수자 문제가 다층적으로 겹쳐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미투 운동, 퀴어 축제, 워마드 집회, 메갈리아(Megalia) 사이트와 같이 위 입장에 입각한 확고한 주장과 일정한 반향이 있는 이상, 이 또한 좋든 싫든 우리 세대의 문제요 현주소다.
이번 여름 휴가지에서 상당한 독서를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꽤나 정독을 하였는데, 사정은 이렇다. 휴가지 날씨가 내내 엉망이었다.
3남매 주장이 언제나처럼 제각각인데다, 이제는 쉽게 타협이 어려울 만큼 각 주장의 강도도 세졌다.
특히 사춘기 큰아들의 ‘뭐든 하지 않겠다’는 식의 어깃장이 결정적이었다. 더구나 관절염으로 이동이 쉽지 않은 어머니까지 고려해야 했기에, 애초 세운 계획을 별로 이루지 못했다.
부친 생전 격일 병원 투석을 이유로, 어머니마저 함께 좀체 가족 여행을 못해 왔기에 이번에는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었는데, 변덕스런 날씨처럼 쉽지 않은 휴가였다. 그나마 새벽에 혼자 하는 산책이나 드라이브는 나쁘지 않았고, 계획이 틀어져 숙소로 돌아왔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 독서거리 중에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도 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엄마인 내가 딸(그린)과 동성 연인(레인)의 관계를 가족으로서, 어머니로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있다.
대학이 동성애 강의를 이유로 강사를 해임하자 그에 대하여 벌이는 극렬한 찬반 시위 현장이야말로 그 확장판 상영 구도라 할 만하다.
앞서 본 젠더(gender)의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또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내 전담 치매 환자(젠)를 이윤 논리, 자본 논리로 처리하여 결국 폐기하는 주류 세력(병원) 및 이에 추종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교수부인, 새댁)의 구조도 있다.
엄마 입장에서 시간 강사인 딸은 스스로 경제적 자립에 실패한 후대의 경제 단위에 불과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린트물과 책을 넣은 돌덩이 같은 가방을 메고 하루 종일 전국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보따리 강사’가 소설 속 엄마의 딸에 대한 규정이다.
저출산,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서, 현세대가 후세대를 보는 미덥지 않은 걱정을 보는 듯하다.
앞서 본 동시대의 이익 갈등, 전세대(젠)-현세대(나)-후세대(딸) 부양 위탁의 문제다. 지금 현세대(병원)가 전세대(젠)를 소홀히 내팽개치듯, 나중에 후세대(딸)도 현세대(나)를 제대로 부양하고 평가해 줄 것 같지 않다. 작가 김혜진으로부터 이런 의미를 읽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 주인공 상황을 떠올려 본다. 갑자기 자식이 동성 연인을 본인의 진지한 선택이자 존재의 문제라고 한다면. 이 문제에 아무 준비와 대책이 없는 내게 그런 당황스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가상(假想)의 걱정과 바람이다. 그러나 현재 진정 급하고 현실적 소망이라면, 큰아들의 사춘기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편의점 등 자영업 단체는 야간 동맹 휴업 등 단체 행동을 결의하고, 노동계는 2020년 최저 시급 1만원 달성 대통령 공약이 공언(空言)이었다고 성토하고 있다. 편의점주 등 자영업자를 대부분 퇴직 근로자로 보면, 과거 근로자(OB)와 현직 근로자(YB)의 대립으로, 그렇다면 최저 임금의 문제는 을(乙)들의 분배, 갈등 문제다.
재정계산위원회 자문안은 대통령 공약사항인 소득대체율 45% 인상 여부에 따라 ‘당장 더 내고 더 받거나(45% 인상안), 천천히 더 내고 그대로 받는(40% 유지안)’방식으로 정리된다. 어느 안이든 가입자 입장에선 오늘 연금 보험료를 올리거나, 내일 수급액을 올리지 않는 결과다. 그래서 연금의 문제는 현세대의 후세대에 대한 재정 약속이자 예산 제시라 할 만하다.
3남매 주장이 언제나처럼 제각각인데다, 이제는 쉽게 타협이 어려울 만큼 각 주장의 강도도 세졌다.
특히 사춘기 큰아들의 ‘뭐든 하지 않겠다’는 식의 어깃장이 결정적이었다. 더구나 관절염으로 이동이 쉽지 않은 어머니까지 고려해야 했기에, 애초 세운 계획을 별로 이루지 못했다.
부친 생전 격일 병원 투석을 이유로, 어머니마저 함께 좀체 가족 여행을 못해 왔기에 이번에는 멋진 추억을 남기고 싶었는데, 변덕스런 날씨처럼 쉽지 않은 휴가였다. 그나마 새벽에 혼자 하는 산책이나 드라이브는 나쁘지 않았고, 계획이 틀어져 숙소로 돌아왔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 독서거리 중에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도 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엄마인 내가 딸(그린)과 동성 연인(레인)의 관계를 가족으로서, 어머니로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있다.
대학이 동성애 강의를 이유로 강사를 해임하자 그에 대하여 벌이는 극렬한 찬반 시위 현장이야말로 그 확장판 상영 구도라 할 만하다.
앞서 본 젠더(gender)의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또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내 전담 치매 환자(젠)를 이윤 논리, 자본 논리로 처리하여 결국 폐기하는 주류 세력(병원) 및 이에 추종할 수밖에 없는 소시민(교수부인, 새댁)의 구조도 있다.
엄마 입장에서 시간 강사인 딸은 스스로 경제적 자립에 실패한 후대의 경제 단위에 불과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프린트물과 책을 넣은 돌덩이 같은 가방을 메고 하루 종일 전국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보따리 강사’가 소설 속 엄마의 딸에 대한 규정이다.
저출산,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서, 현세대가 후세대를 보는 미덥지 않은 걱정을 보는 듯하다.
앞서 본 동시대의 이익 갈등, 전세대(젠)-현세대(나)-후세대(딸) 부양 위탁의 문제다. 지금 현세대(병원)가 전세대(젠)를 소홀히 내팽개치듯, 나중에 후세대(딸)도 현세대(나)를 제대로 부양하고 평가해 줄 것 같지 않다. 작가 김혜진으로부터 이런 의미를 읽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 주인공 상황을 떠올려 본다. 갑자기 자식이 동성 연인을 본인의 진지한 선택이자 존재의 문제라고 한다면. 이 문제에 아무 준비와 대책이 없는 내게 그런 당황스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가상(假想)의 걱정과 바람이다. 그러나 현재 진정 급하고 현실적 소망이라면, 큰아들의 사춘기가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