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바닷가 하나씩은/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정호승 작 ‘바닷가에 대하여’중에서 >







참으로 길고 극심한 무더위다. 더위를 피하러 가는 것이 여름휴가이겠지만 올 여름은 어디를 가도 염천더위를 벗어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자기만의 바닷가 하나 있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이 트이고 시원할 것 같다. 도시사람으로 오래 살아서 나만의 바다라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나를 반겨주는 그 바다를 그림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지 않은가.

제주 출신의 강요배작가(1952~ )의 ‘수평선’(2018년 작)은 제주의 푸르고 예쁜 바다를 그린 작품이다. 에머랄드빛에서 코발트빛으로 깊어가는 제주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끝없이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어느덧 우리들 마음도 수평선 위에 가닿을 것만 같다. 주로 4·3항쟁 등 역사적 풍경화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역사의 무게와 깊이를 드러내는 작가의 작품 앞에서 단순한 감상에 젖는 것이 조금 어색하지만 이 바다와 함께라면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최근 제주 풍경과 자연의 벗들을 종이를 구기거나 여러 겹 접은 종이붓을 이용해 거칠고 독특하게 묘사한 심상 풍경의 작품들로 서울 학고재 갤러리에서 전람회를 가진 작가는 “민중미술에서 회화의 본질로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주 풍경에 비친 작가의 심상을 추상의 세계와 연결하여 눈에 보이는 모든 대상의 군더더기를 버리고 단순화하여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가노트 ‘사물을 보는 법’에서 “파도, 소리, 바람, 스침, 차가움, 힘참, 거칠음, 하염없음…. 이 전체 속에 흐르는 기운이 형이나 색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바다 앞에서 그 기운을 느껴본다.

<광주비엔날레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