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옥 강진군수는 강진군청 지역개발과장(5급)으로 근무할 당시 직원들의 책상에 ‘민원인을 내 가족처럼 모시자’라는 문구를 새긴 종이를 뒀다. 그때만하더라도 공직사회에 민원인에 대한 배려정신이 없던 시절이다. 꿈은 언제나 조그마한 싹에서 움튼다. 아마도 이것이 강진군수라는 꿈을 키우는 싹이 아니었을까.

집무실에서 만난 이 군수는 ‘준비된 CEO’를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 군수의 당선을 다크호스의 승리로 바라보기도 한다. 오랜 공직생활로 고향을 떠나있다가 비교적 짧은 준비기간을 거쳐 군수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일 뿐이다. 여러가지 징후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조용하지만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는지 증명하고 있다.

그는 취임한지 보름도 안돼 첫 공약을 실천에 옮겼다. 호화 논란이 있던 군수 관사를 폐지하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관사는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광안내소나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군수에게 행정은 물처럼 자연스러운 행위일 터이지만 그는 관리형이 아닌 CEO형 군수를 표방하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군수 역할에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골치거리인 강진산단을 임기내 100% 분양을 완료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군정 운영 철학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고 하고 싶다. 맹자의 말처럼 항상 주민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행정을 하겠다. 슬로건을 ‘더불어 행복한 강진, 군민이 주인입니다’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방법은 소통에 있다. 군민들과 거리낌없이 언제 어디서나 의견을 듣고 대화를 나누겠다. 휴대전화에 지금까지 만나고 대화를 나눈 군민들의 번호가 빼곡하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열린 군수가 되겠다.

-전임 군수의 사업가운데 중단하거나 승계할 사업이 있다면.

▲지역발전을 위해 중단하거나 승계할 사업을 선별하겠다. 검토단계에 있는데 9개나 되는 축제는 줄여서 내실을 기할 생각이다. 농촌체험 프로그램인 ‘푸소(FU-SO)’는 보완을 해 개선하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강진은 한때 ‘동순천 서강진’이라고 불릴 정도로 번영을 누렸지만 지금은 침체돼 있다. 인구감소가 가장 큰 원인인데 일자리 창출이 효과적인 대책이다. 강진산단을 임기내 분양 완료해 새로운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기업 유치로 고용 인구를 늘리겠다.

농수축산업 분야 일자리 역시 발굴해 군민의 소득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첨단 농어업과 농수산물 가공·유통·직거래사업을 활성화 하겠다. 귀농·귀촌 협동기업을 유치해 청년 창업을 유도하고 이들에게 사업 안정자금을 전폭 지원해 청·장년이 돌아오는 강진을 만들겠다.

-강진산단 분양률이 골칫거리다.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11개 업체가 분양을 받았고 이 가운데 3개 업체가 가동중이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아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광주~성전 고속도로가 2022년 완공되면 광주에서 성전까지 30분 거리다. 나주 혁신도시와도 20분이면 갈수 있어 에너지밸리 관련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다행히 강진산단은 평당 분양가가 타 산단과 비교해 최저 수준이다. 이런 점을 활용해 3년후에는 50~60여개 기업이 꽉 들어찬 강진산단을 보여 드리겠다. 김영록 전남지사와도 강진산단 활성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저와 공무원, 군민, 향우들이 똘똘 뭉쳐 기업 유치에 나선다면 안될 일이 없다.

-기업을 유치한 민간인에게도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기업을 유치한 군민이나 향우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례가 있다. 여기에 보다 구체적으로 민간인 보상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기업이나 투자 규모에 따라 예산 범위내에서 최대한 차등 지급하겠다. 착공식이 이뤄지면 지급할 방침으로 관련 예산도 증액할 계획이다. 공무원의 경우 승진에 도움이 되도록 인사상 가점을 주겠다.

-지역 문화예술을 접목한 체류형 관광산업 육성을 공약했다.

▲게스트하우스와 유스호스텔 등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중저가 숙박시설을 유치해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 최소한 하루 이틀은 강진에 머물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작정이다. 예를 들어 강진읍에 있는 영랑생가에서 금서당, 사의재 구간을 강진의 몽마르뜨 언덕으로 만들어 관광객들이 강진에 머물며 돈을 쓰도록 하겠다. 강진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만큼 이를 계기로 남도 최고의 관광명소를 만들겠다.

-대표적인 선심성 예산인 ‘농업경영안정자금’을 축소하는 등 개선할 용의는 있는가.

▲개선해야 한다. 지금의 농업은 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선심성·전시성 지원은 안된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생존할 수 있다.

농업경영안정자금은 요즘 강진에서 가장 핫한 이슈다. 전임 군수들이 표를 얻기 위해 퍼주다보니 농민들은 이 자금을 쌈짓돈 받듯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군 예산으로만 30억원을 편성했는데 올해는 50억원을 추가로 늘려 300평 이상 경작 농민에게 가구당 70만원꼴로 지급하고 있다.

이 군수는 선거때는 언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이제 와서 거론하는 것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전임 군수들이 선심성 예산으로 퍼주었는데 신임 군수가 지원 규모를 줄이면 표가 떨어질 것은 당연해 보였다.

단체장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전임들이 저질러 놓은 잘못된 관행을 처리하는 것이다. 이 군수가 딱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그가 공직생활 동안 보여준 행정으로 본다면 분명 현명한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정이든지 군민들이 결정 배경을 잘 들여다보고 새로 시작하는 그에게 짐을 지우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강진=남철희 기자 choul@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이승옥 강진군수는

이승옥(62) 강진군수는 강진군 군동면에서 태어났다. 당시 강진에는 인문계 고교가 없어 인근 장흥고를 졸업했다. 1981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진출했는데 첫 근무지가 군동면사무소였다. 공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고향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군수는 강진군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후 전남도청으로 옮겨 광역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정책기획관, 종합민원실장, 행정지원국장, 관광문화국장, 여수시 부시장까지 전남도의 주요 실국장과 부단체장을 역임했다.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친후에는 고향에 정착해 2년간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지역현안을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는 “한시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고 언젠가는 고향 발전을 위해 여생을 바쳐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다크호스처럼 떠올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돼 강진군수로 당선됐지만 그 이면에는 꾸준하고 철저한 준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군수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초와 광역 행정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성격도 장점이다. 소통을 바탕으로 강진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합리적인 성격과 풍부한 행정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 민선7기 5대 군정 방향

-일자리 창출로 군민소득 향상

-문화예술 접목 관광산업 육성

-더불어 잘사는 복지공동체 실현

-기반시설 확충 지역 균형발전

-군민이 주인인 열린행정 실현



◆손에 잡히는 5대 생활공약

-군내버스 모든 노선 요금 1000원으로 인하(학생은 100원)

-강진향고 입구~금곡사 입구간 도로 신설

-몽마르뜨 언덕 조성

-공무원교육원 이전 인근지역 개발

-전원마을 조성으로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민 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