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가 조악한 모조품의 대명사인 때가 있었다. 간혹 중국 업체가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면 ‘대륙의 실수’라고 오히려 조롱(?)을 받았다. 얼마 전까지의 이야기다.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이 된다.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를 따지면 우선 떠오르는 중국 제품이 적지 않다. 현재의 이야기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분야는 비단 제조업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IT산업에서도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인공 지능 연구와 빅데이터 활용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IT기술에 힘입어 중국 최고 인민 법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세계 최대의 재판 문서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 재판 문서를 공개하는 플랫폼인 중국 재판 문서 사이트는 우리 대법원의 판례 검색 사이트에 해당한다. 여기에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 기준 현재 등재된 총 문서수가 4862만 9765건이고, 총 방문수가 173억 4848만 6989회인 바, 세계 최대의 재판 문서 사이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방대한 재판 문서 사이트는 그 운영이, 투입된 막대한 예산이나 고도화된 IT기술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하급심 판결문을 포함한 모든 판결문의 공개를 통해 사법 공정(司法公正)을 촉진시키고 사법 공신력(司法公信力)을 제고하고자 하는 당국의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위 중국 재판 문서 사이트에는 2014년 이후부터 등재된 문서수가 갑자기 많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중국이 같은 해 1월 1일 시행한 ‘인터넷상에 인민 법원 재판 문서의 공포에 관한 최고 인민 법원의 규정’ 때문이다. 위 규정은 중국이 ‘심판 공개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인민 법원이 인터넷으로 재판 문서를 공포하는 것’을 규범화해 사법 공정을 촉진시키고, 사법 공신력을 제고하고자 자국의 형사 소송법, 민사 소송법, 행정 소송법 등 관련 규정과 인민 법원의 실무를 결합하여 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현재 혼인사건의 당사자, 형사사건의 피해자, 미성년자 등을 제외하고는 실명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다.

중국이 사법 정보화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판결문 공개에 세상에서 가장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자국의 사법 제도의 혁신에 기여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에서 사법 정의가 제고된다면 판결문 공개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가 하급심 판결문의 인터넷 일반 공개 여부를 놓고 여전히 논쟁만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우리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이 때 하급심 판결문을 인터넷상에 공개하기로 한다면 사법부의 신뢰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의 또 다른 효과는 ‘인공 지능 법률가’, 이른바 알파로(AlphaLaw)를 개발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래의 기술 발전에 비추어 볼 때 사법부의 신뢰 제고 못지 않은 효과라 하겠다. 빅데이터를 학습하여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인공 지능 법률가’는 법률 소비자에게는 나홀로 소송 수행을, 변호사에게는 효율적인 판례·법령 검색을, 법관에게는 업무 경감을 통한 재판 시간 확보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인공 지능 법률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 인력과 법률가가 협업을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법률 시장에 적합한 ‘인공 지능 법률가’부터 시작하여 다른 나라 법률 시장에 맞는 ‘인공 지능 법률가’를 개발하게 된다면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해외 진출하는 것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인공 지능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의 발 빠른 대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장애가 되는 제반 법제를 정비하고 법관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는 사려 깊은 시행 방안을 마련하여 하루빨리 하급심의 판결문을 포함한 모든 판결문을 인터넷상에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