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년 동안 사용해오던 ‘현황도로’(지적도 상에 도로로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도로)에 갑자기 콘크리트 구조물이 설치되고 토지주가 차량 통행을 막으면서 갈등을 빚고 있지만 해당 지자체는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 하저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오랜 세월 동안 사용해온 도로를 포함하고 있는 강진군 대구면 저두리 산 118번지의 토지주가 사전예고도 없이 도로 중앙과 옆 가정집 입구에 콘크리트 구조물 5개를 설치해 60여ｍ 구간의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불만을 사고 있다.

마을 주민 김모(여·60)씨는 “20년 이상 된 관습상 도로를 갑자기 막는 것은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고 지나친 횡포다”라며 “원상복귀를 안하면 고발조치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해당 토지주는 “수십 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했으면 충분하고 적법한 권리행사”라는 입장이다.

그는 또 “사람이 통행할 2m 정도의 길을 터 줬다”며 “이미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법적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비법정현황도로란 불특정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의 통행에 이용되는 도로 즉 지적공부상 도로가 아니나 오랜 기간 동안 일반인의 교통에 제공되어 온 사실상 도로를 말한다. 원할한 교통을 확보가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도로교통법 제 68조 도로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 도로는 찻집을 운영하는 상가와 가정집, 종교시설(달마사) 등 관계자들이 왕래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도로가 청자박물관이 있는 여계산 정상까지 군 임도가 개설돼 있는 유일한 진입로라는 점이다. 만약 산불이나 화재 등 긴급사태가 발생할 때 이곳 진입로 외엔 달리 대체할 우회도로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개설된 이 임도는 약 1.7㎞ 구간으로 정상엔 팔각정이 들어서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도 개설 당시 지자체가 토지주로부터 사용승락서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결국 많은 예산을 들인 임도시설이 ‘산 중에 거문고’ 신세가 될 형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에대해 일각에선 “임도 등 공공도로가 연결된 민간 소유의 땅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매입해 갈등과 통행권 제한 마찰 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강진=남철희 기자 chou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