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연말부터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어느 모임이나 술자리를 가든 화제였다. 지인 중에 누구는 일찍부터 400만 원에 투자했는데 지금은 2000만 원까지 올라서 네다섯 배를 벌었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이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묻지마 투자나 투기라며 불신하는 입장과 주식과 같은 정상적인 투자의 하나로서 자신도 한번 비트코인 투자를 알아봐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가상 화폐 시장이 급성장하고 투기 광풍이 거세진 이후 정부 내에서는 가상 화폐를 현금, 주식과 같이 실체가 있는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를 놓고 부처 간 이견과 혼선이 있었다. 가장 부정적이었던 법무부의 경우 박상기 장관이 직접 “가상 화폐가 아닌 (경제적 가치가 없는) ‘가상 징표’라 부르는 것이 맞다”고 규정하면서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며칠 뒤에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실명 확인만 한 계좌만 추가 투자가 가능하게 하고, 비실명의 경우 기존 계좌만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및 최신 ICT 관련 기술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만 보고 원천 봉쇄하는 것은 안 된다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대법원이 흥미로운 형사 판결을 선고하였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안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범죄 수익으로 얻은 191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 및 추징금 6억 9587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범죄 수익 은닉 규제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몰수·추징 대상으로 규정한 ‘현금, 예금, 주식, 그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에 비트코인도 포함된다는 취지이다.

위 판결은 가상 화폐가 현행 제도의 틀에서도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첫 사법적 해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범죄 수익 몰수뿐 아니라 가상 화폐와 관련한 분야의 제도·정책에 변화가 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재산적 가치를 띤 다른 재화처럼 가상 화폐도 거래 수단으로 인정하거나 거래 과정에 각종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이번 대법원 판결이 법률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가상 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가상 화폐에 관하여 일반 화폐의 기능 ‘전부’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의 ‘일부’ 기능 및 재산 가치만을 인정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위 판결만 가지고 향후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 및 금융 당국의 대응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것은 섣부르며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은 투자와 투기의 양면성을 가진 불완전한 화폐의 일종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에 대한 적절한 입법적 규제(자금 세탁 방지, 탈세 방지)를 통해 투기나 범죄적 요소를 완화·억제시키고 개인이 묻지마 투자를 하여 피해가 커지지 않는 방향으로 활성화·제도화 하는 방향으로 정책 추진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