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논쟁을 야기하곤 하는데, 사회적 이슈와 맞물릴 때는 더욱 그렇다. 매크로는 효율적으로 댓글을 달고 추천 수를 늘리는 기술 중 하나이고, 댓글과 추천 수는 인터넷과 SNS의 보편화로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매크로를 사용해 댓글을 달고 추천 수를 늘리는 것이 위법한 것인가? 매크로 자체나 매크로의 사용이 위법하지 않다면 매크로를 사용해 댓글을 달고 추천 수를 늘리는 것이 항상 적법한 것일까?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알게 모르게 매크로를 사용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 사용을 권장 받고 있다. 예컨대, ‘MS Office Word’ 홈페이지는 매크로 만들기와 실행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한컴의 한글도 편집 과정에서 단순하게 반복해야 하는 키 입력을 차례로 특정 단축키에 기억시키는 기능(키 매크로)과 키보드뿐만 아니라 마우스 동작을 포함한 사용자가 정의하는 동작을 특정 단축키에 기록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스크립트 매크로)을 소개하고 있다. MS Excel의 능숙한 사용자라면 매크로를 해당 작업에 적절히 사용해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체감했을 것이다.

댓글을 다는 매크로는 ①댓글을 달려고 하는 기사가 있는 사이트를 찾아 ②로그인한 후 ③댓글을 달려고 하는 기사를 찾아 ④댓글다는 곳으로 가서 ⑤댓글을 달고 ⑥로그아웃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자동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추천수를 늘리는 매크로는 위의 ④와 ⑤를 ‘추천하는 곳에 가서’와 ‘추천을 하고’로 바꾼 것이다.

요컨대, 매크로는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하나의 명령으로 그룹화하는 일련의 명령과 지침으로, 단순하게 반복해야 하는 마우스와 키보드로 입력한 동작을 차례로 기억했다가 간단하게 되풀이해 준다. 단순하게 반복하는 컴퓨터 작업에 있어서의 매크로는 이동하는데 있어서의 자동차나 항공기와 같은 것으로, 자동차나 항공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는 것만큼이나 매크로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이제 매크로의 사용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내가 나의 댓글 작업에 매크로를 쓰는 것은 위법 여부가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의 댓글을 대신 달아 주는 경우는 다른 사람의 위임이 있다면 위법하지 않다. 만약 위임받은 사람이 다수여도 모두에게 각각 위임을 받으면 위법하지 않다. 여기에는 하나의 성명서나 진정서 등의 문서에 여러 사람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와 다를 바 없는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매크로를 사용해 추천수를 늘리는 것도 위와 같다. 매크로의 사용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여기서는 댓글의 주체, 목적, 시기나 내용 등에 따른 위법 가능성은 별론으로 한다. 그 위법 가능성은 매크로의 사용 여부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크로의 사용이 문제되는 이유는 그 사용으로 인한 영향 때문이다. 먼저, 포털의 업무를 방해했는지가 문제된다. 여러 사람의 댓글을 달 때 서버의 트래픽을 급격히 증가시키지만 그 정도의 부하에 대해 네이버 등의 포털은 충분히 대비해 둔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의 사용으로 인한 트래픽 증가는, 하드웨어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예측가능한 통상적인 경우에 불과하게 되었고, 포털은 인공지능 기능을 사용해 매크로 사용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도 있으므로 업무 방해가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정상적인’ 여론 형성을 왜곡하는 것을 업무 방해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근거 없는 주장이나 가짜뉴스를 동원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는 것과 매크로를 사용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인지 분명하지 않고, 전자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됨에 비해 후자는 동일한 기본권에 의해 보호될 수 없는 것인지 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에 따른 ‘왜곡’의 정도에 따른 허용 기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 돼야 한다. 더 나아가 인공 지능이 더 보편화되고 고도화되기 전에 인공 지능에 대하여도 이미 발생하였거나 장차 발생할 문제들을 찾아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