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는 사랑이었다/내가 노래의 평화에/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처음으로 알아낸 거리/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김준태 작 ‘금남로 사랑’중에서〉

오월 광주가 뜨겁다.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촬영된 미공개 영상이 38년 만에 공개되고, 계엄군들의 반인륜적인 성범죄 사건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면서 광주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데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어야했을까를 생각하니 한없이 마음이 먹먹해진다.

5·18광주 이후로 이 땅의 문학과 미술과 노래는 그 이전과는 다르게 죽음과 인권, 평화와 사랑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오월 광주를 공동체적 신명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표적인 작품으로 홍성담작가(1955년∼ )의 판화그림 ‘대동세상-1’(1984년 작)을 앞세우고 싶다.

1984년 ‘광주전남민주화운동청년연합’ 결성식을 앞두고 창립기념 판화로 제작했던 이 작품은 오월 광주를 상징하는 이른바, ‘광주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인 것 같다. 총을 들고 나가 싸우기 위해 트럭을 타고 출정하는 시민군들과 이에 환호하는 시민들, 그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어주는 어머니들의 사랑은 항거와 투쟁을 넘어 나눔과 공동체의 가치를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고 있다.

5월31일까지 메이홀에서 ‘홍성담 오월 판화 한마당’전을 열고 있는 홍성담작가는 오월판화 일기를 담은 저서 ‘5·18광주민중항쟁 연작판화 오월’에서 “이 판화를 계기로 사람들은 오월 광주를 희망과 승리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국내 문화 운동의 방향도 승리와 희망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열정적인 민중들의 요구가 판화에 적절하게 잘 표현되었고 그로 인해 이 판화그림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