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학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누드모델의 사진을 몰래 찍어 유출한 사건을 접했다. 모델과 화가 사이의 신뢰가 무너진듯하여 여러모로 씁쓸했다.

서양미술사에서 누드 미술의 기원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미술에서 남성누드가 발전하면서 서양미술의 주요 소재가 되어왔다.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의 여러 도시국가에서는 ‘미남선발대회’가 있었고 이 대회에서 남성미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육체미였다. 남자가 공공장소에서 나체로 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고대 그리스에서 운동선수가 훈련하는 시설이나 사교장이었던 김나시온(gymnasion)은 ‘사람들이 나체로 다니는 장소’를 뜻했다.

BC 5세기 중반에 활동했던 그리스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는 미론처럼 운동 경기의 승리자나 미남선발대회 우승자의 인체를 조각해 명성을 얻었고, 이상적인 인체비례의 규준을 마련함으로써 남성누드미술의 전통이 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신고전주의 대표적인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고대 그리스 조각에서 추구했던 이상적인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 가운데 작품 ‘테르모필레의 레오니다스’(1814년 작)는 BC480년 페르시아제국이 그리스를 침공하자 레오니다스왕이 진두지휘하는 300명의 스파르타 정예군이 그리스로 들어가는 관문인 테르모필레 협곡을 사수하다 전원이 장렬히 전사한 역사를 묘사한 그림이다. 이와 같은 주제로 10여 년 전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300’이 상영되기도 했는데 영화에서는 스파르타 결사대 300명이 근육질의 남성미를 뽐내면서 거의 나체로 전투하는 장면이 나와 다비드의 그림과 겹쳐져 인상적이었다.

〈광주비엔날레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