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서 눈물 나지 않았을까요. 울컥하는 마음,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 ‘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우리 모두에게는 오랜 세월 이어진 한민족이라는 DNA가 있나 보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남북의 모든 사람들, 해외 동포들의 기대와 염원이 응집된 자리였습니다.

두 정상이 밝고 반가운 얼굴로 군사 분계선을 왕래하고 첫 담소를 나누며 시작된 아름다우면서도 파격적인 모습은 회담 내내 계속되었습니다.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적 출발점에서’라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방명록 글귀, 한라와 백두의 흙으로 심고 한강과 대동강의 물로 뿌리내리게 한 1953년생 소나무, 그리고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이 새겨진 표지석. ‘통 큰 합의를 이루어내겠다’는 남북 정상의 다짐. 그 하나하나가 온겨레의 심장을 뛰게 하고, 가슴 벅차게 했습니다.

긴 시간 회담 끝에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이처럼 벅찬 겨레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라는 대전제가 놀라웠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첫째, 민족 자주의 원칙하에 공동 번영과 자주 통일을 이루겠으며, 둘째, 상호 적대적 행위를 중지하고 전쟁의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며, 셋째, 불가침 합의를 준수하고 군축하며, 올해 정전 선언 및 평화협정을 체결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확인하는 등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데 적극 협력하겠다는 세부적 합의 사항은 위와 같은 대전제를 뒷받침하는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올 해 가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도 명기되었습니다.

발해를 꿈꾸며, 하나의 봄, 하나의 꿈 하나의 코리아(One Dream, One Korea)가 연주된 환송 행사를 보며 다시 한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우리가 하나가 된다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사라지는 세계사적인 일이 될 뿐만 아니라, 만주 벌판을 달리던 우리 선조의 기백도 되찾아 웅비(雄飛)할 수 있지 않을까. 가슴 뜨거웠습니다.

판문점 선언은 두 정상이 이구동성 한 것처럼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면서도, 민족의 평화, 통일을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간 것에 불과하기도 합니다.

수많은 역경과 가시밭길이 내다보인다는 것을 모든 겨레는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노고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역사적 의무이자, 몫이기도 합니다.

다만, 함께하는 이가 좋으면 먼길도 가깝게 느껴지고, 힘든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믿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법률가로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해야 할 몫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독일처럼 통일 법제를 미리 준비하거나, 통일 시대를 대비해서 예상 가능한 법적 분쟁의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 싶었습니다.

주말 내내 가슴이 벅차고, 구름을 걷는 기분입니다. 이처럼 좋은 시기를 허투루 놓칠 수는 없지요. 다시 내 조국 대지에 발을 굳건히 딛고, 차분히 한걸음, 한걸음 걸어야겠습니다.

두 정상이 만찬사에서 말한 것처럼 머지않아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신작로를 내어 왕래하고,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그날이 어서 빨리 오길 기다립니다. 판문점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두 정상과 관계자분들께 민족의 염원인 평화와 통일의 물꼬를 터 주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