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남북평화협력기원 평양 공연 ‘봄이 온다’가 화제다. 그 녹화 방송을 시청하면서 최근 달라진 남북의 기류를 상징적으로 느꼈던 대목은 가수 백지영이 열창했던 ‘총 맞은 것처럼’ 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호응이었다. 그토록 애절한 노래가 북한 대학생 애창곡 1위라고 하니 실연의 쓰라림을 느끼는 남과 북의 정서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서라도 ‘남북은 하나’라는 동질감을 내심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전쟁이 일어날 것 같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던 때가 언제인가 싶게 금방이라도 한반도에 ‘봄’이 올 것 같은 기대감이 밀려드는 것은 우리들 마음을 적시는 노래들 덕분인 것 같다. 부디 이 공연이 씨앗 되어 예쁜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통일을 향한 열망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임옥상 작가(1950∼ )의 ‘하나 됨을 위하여’(1989년 작)를 꼽고 싶다. 1989년 문익환목사(1918∼1994)의 방북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분단의 장벽을 뛰어넘는 문목사를 종이부조로 표현해 화면의 입체감을 높이면서 통일의 의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남쪽으로부터 달려온 문목사가 휴전선 철조망을 가볍게 넘어 북쪽으로 넘어서는 순간을 우리가 정면으로 볼 수 있도록 화가와 관람자의 시선을 북쪽에서 남쪽을 향하게 했다. 북녘 산하에 피어있는 진달래꽃과 무심한 잡초가 남북의 오랜 단절의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임옥상작가는 “당시 누구도 갈 수 없었던 금단의 북한 땅 평양에 문목사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이 무척 컸다. 민족의 희원이자 통일을 향한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때이기도 해서 한 달 여 작업을 해서 완성했었다”고 들려준다. 지난 정권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 때 전시되려다가 전격 교체되는 수난을 겪는 등 이 작품과 더불어 가슴앓이를 했던 작가는 “향후 이어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서 이 작품을 편하게 감상하는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희망한다.

〈광주비엔날레정책기획실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