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복 프레임, 과연 타당한가
2018년 04월 16일(월) 00:00 가가
[김상훈 변호사]
지난 4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됐다.
논란 속에 1심 선고 재판에 대한 생중계까지 결정됨에 따라, 재판장의 이유 요지 및 주문 낭독이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피고인은 직권 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 누설, 뇌물 등 18개 범죄 사실 모두 부인하였지만, 대부분 유죄가 인정되고 징역 24년 및 180억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한때 대통령이었던 이의 범죄 사실, 형량으로는 심히 놀라운 결과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나라 전체로나 한 인생으로나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되므로 오늘을 잊지 않겠다’는 논평을 냈다.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란 야당 대변인 논평은 청와대 논평과 같이 미래를 대비한 교훈을 말하지만 그 지향은 매우 다른 것 같다.
야당 대표가 이튿날 SNS에 올린 ‘돈 1원 받지 않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로 파면되고 징역 24년 가는 세상’이란 인식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교체되고 정치 헤게모니가 바뀌니, 과거 사소한 허물을 부풀려 단죄하려 든다!” 이른바 ‘정치 보복’ 프레임이다.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것 정도는 파면, 형사 재판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불만이고, 현 대통령도 정치 상황만 바뀌만 언제든 검찰청과 법정에 소환될 수 있다. 혹은 언젠간 소환하고 싶다는 간담 서늘한 경고라 할 만하다.
국회가 소추해서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고 검찰이 기소해서 형사 법원에서 24년 형을 받은 전직 대통령은, 피소추자 및 피고인이라기보다 ‘정치 피해자’란 규정이다.
과연 그런가. 여당 대표와 대변인은 프레임만 주장할 뿐 정작 중요한 질료와 내용은 생략하고 있다.
소비자는 붕어빵 소가 단팥인가, 크림인가로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지 같은 틀에서 나오기만 하면 단팥인지 크림인지 모르고 같은 붕어빵이라 현혹되지 않는다.
또 이들의 주장에는 검찰, 법원은 사법 고유 원리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지형의 역학 관계를, 때론 정치 보복을 수행하는 정치 하위 단위라는 폄하가 깔려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관점을 사법에 대한 모독이라고 본다.
이번 생중계로 선고된 범죄와 이유 고지를 보자. ①사기업에 금품을 요구하고 납품·수주를 강요하거나 퇴진 압박한 유형이 9개로,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774억 원 모금, 현대차에 KD코퍼레이션 납품 강요, 현대차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강요, 롯데그룹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기금 70억 원 기부 강요,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 강요, KT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강요, GKL에 장애인 펜싱팀 창단 강요, 삼성그룹에 동계 영재 센터 지원 강요,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 퇴진 강요가 있다.
②공무상 비밀 누설은 47건 중 14건이 유죄로 인정되고 나머지 33건은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그 이유는 압수 절차 위반으로 위법 수집 증거 배제 법칙 때문이지 그 누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③대기업에 대한 뇌물 4건 중 3건(롯데, SK, 삼성 정유라 관련)은 유죄로 인정되었고, 문제된 액수도 수백억 원이다.
④인사조치(노태강, 문체부 1급, 하나은행 본부장),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이른바 블랙리스트) 등 4건의 직권 남용, 강요도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1심 판결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은 피고인의 지시로 최서원(최순실)이 설립한 것으로, 이권의 실질적 수익자로 자주 등장하는 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케이는 최서원이 설립한 것으로, 최서원의 딸인 정유라는 단순 뇌물의 최종적이고 실질적인 귀속처로 판단됐다. 이를 두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 정도의 사소한 허물로 두둔할 것이 아니다.
필자는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 담화문을 기억한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그동안 기회는 특권층에 독점돼 있고, 과정은 편파적이고 불투명했으며, 결과는 수긍할 수 없이 부정했다. 때문에 연일 촛불시민이 일어났고, 다수당(현 야당)마저 돌아서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으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어디 정치 보복이 끼어들 틈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연장선에 있는 공평, 공정, 정의를 향한 이번 기소와 판결 역시 정치 보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017년 10월 구속기간 연장 결정에 ‘공정한 재판이 아니다’면서 재판에 불출석해 온 피고인이,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고 정치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필자는 최소한 사법 공간에서 정치 투쟁이 유효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논란 속에 1심 선고 재판에 대한 생중계까지 결정됨에 따라, 재판장의 이유 요지 및 주문 낭독이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피고인은 직권 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 누설, 뇌물 등 18개 범죄 사실 모두 부인하였지만, 대부분 유죄가 인정되고 징역 24년 및 180억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한때 대통령이었던 이의 범죄 사실, 형량으로는 심히 놀라운 결과다.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란 야당 대변인 논평은 청와대 논평과 같이 미래를 대비한 교훈을 말하지만 그 지향은 매우 다른 것 같다.
야당 대표가 이튿날 SNS에 올린 ‘돈 1원 받지 않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로 파면되고 징역 24년 가는 세상’이란 인식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교체되고 정치 헤게모니가 바뀌니, 과거 사소한 허물을 부풀려 단죄하려 든다!” 이른바 ‘정치 보복’ 프레임이다.
국회가 소추해서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되고 검찰이 기소해서 형사 법원에서 24년 형을 받은 전직 대통령은, 피소추자 및 피고인이라기보다 ‘정치 피해자’란 규정이다.
소비자는 붕어빵 소가 단팥인가, 크림인가로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지 같은 틀에서 나오기만 하면 단팥인지 크림인지 모르고 같은 붕어빵이라 현혹되지 않는다.
또 이들의 주장에는 검찰, 법원은 사법 고유 원리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지형의 역학 관계를, 때론 정치 보복을 수행하는 정치 하위 단위라는 폄하가 깔려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관점을 사법에 대한 모독이라고 본다.
이번 생중계로 선고된 범죄와 이유 고지를 보자. ①사기업에 금품을 요구하고 납품·수주를 강요하거나 퇴진 압박한 유형이 9개로,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774억 원 모금, 현대차에 KD코퍼레이션 납품 강요, 현대차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강요, 롯데그룹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기금 70억 원 기부 강요,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 강요, KT에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강요, GKL에 장애인 펜싱팀 창단 강요, 삼성그룹에 동계 영재 센터 지원 강요,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 퇴진 강요가 있다.
②공무상 비밀 누설은 47건 중 14건이 유죄로 인정되고 나머지 33건은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그 이유는 압수 절차 위반으로 위법 수집 증거 배제 법칙 때문이지 그 누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③대기업에 대한 뇌물 4건 중 3건(롯데, SK, 삼성 정유라 관련)은 유죄로 인정되었고, 문제된 액수도 수백억 원이다.
④인사조치(노태강, 문체부 1급, 하나은행 본부장),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이른바 블랙리스트) 등 4건의 직권 남용, 강요도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1심 판결은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은 피고인의 지시로 최서원(최순실)이 설립한 것으로, 이권의 실질적 수익자로 자주 등장하는 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케이는 최서원이 설립한 것으로, 최서원의 딸인 정유라는 단순 뇌물의 최종적이고 실질적인 귀속처로 판단됐다. 이를 두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 부탁하고 도와준 죄’ 정도의 사소한 허물로 두둔할 것이 아니다.
필자는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 담화문을 기억한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그동안 기회는 특권층에 독점돼 있고, 과정은 편파적이고 불투명했으며, 결과는 수긍할 수 없이 부정했다. 때문에 연일 촛불시민이 일어났고, 다수당(현 야당)마저 돌아서 국회가 탄핵을 소추했으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 어디 정치 보복이 끼어들 틈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연장선에 있는 공평, 공정, 정의를 향한 이번 기소와 판결 역시 정치 보복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017년 10월 구속기간 연장 결정에 ‘공정한 재판이 아니다’면서 재판에 불출석해 온 피고인이,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고 정치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필자는 최소한 사법 공간에서 정치 투쟁이 유효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