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는 윈스턴 처칠(1874∼1965)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0년 5월 프랑스 항구 덩케르크에서의 대규모 철수작전을 결단하고 끝낼 때까지 19일간 처칠이 고뇌하고 번민하면서 힘겨워했던 ‘가장 암흑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덩케르크 작전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영화 ‘덩케르크’를 관람하면서도 처칠이 얼마나 큰일을 해냈는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두 편의 영화를 잇달아 보고서야 영국 역사, 아니 세계사를 바꿔놓은 처칠이라는 인물에 새삼 몰입하고 열광할 수 있었다.

“나는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 드릴 것이 없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안에서 상륙지에서, 들판과 시가지에서도 싸울 것이며 언덕 위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처칠이 의회에서 국민들에게 보고하면서 했던 명연설은 국가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헤쳐 나가도록 이끌었던 처칠의 리더쉽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영화에서도 명장면이었다.

전설적인 연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전기 작가이자 역사가, 소설가로서 195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처칠은 유명한 화가이기도 했다. 마흔이 지나서 유화를 그리기 시작한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5년을 제외하고는 결코 붓을 놓지 않았고, 현직에서 사임한 후에는 우리나라 고위 정치인들의 관행적 행보와 다르게 어디도 기웃거리지 않고 그림 그리고 글만 썼다,

처칠의 ‘금붕어 연못’(1932년 작)은 ‘영국의 정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캔트 지방의 언덕 위에 자리한 처칠의 시골집 차트웰에서 그린 것으로 나뭇잎들이 드리운 그늘 아래 수초 사이를 유영하는 금붕어들이 평화스러운 그림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31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는데 영국인들이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처칠이 그렸고 전문가 수준의 그림 실력 덕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