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8일 의무 이행 소송 도입을 골자로 하는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무 이행 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거부 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 법원이 행정청에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처분을 내리도록 판결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행정청의 거부 처분에 대해서는 취소 소송이나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만 인정돼 법원의 취소 판결이 있더라도 행정청이 이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달리 판결 취지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예컨대 구청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거부할 경우 법원에 행정 소송을 낼 수 있지만, 법원이 민원인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구청이 이를 무시하고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도 민원인의 신청을 받아주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의무 이행 소송이 도입되면 법원이 구청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받아들이라고 판결할 수 있게 돼 당사자의 권익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된다.

필자의 경우 몇 년전 의뢰인을 만나 행정 관청을 상대로 절차 및 비례 원칙 위반을 주장하며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경험이 있다.

해당 법원은 절차 위반을 인정해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아쉽게도 의뢰인의 내용상 위법 주장에 대해서는 원·피고 양 당사자에게 주장이나 입증을 촉구하는 등의 적극적인 재판 진행을 하지는 않았고, 결국 비례 원칙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해당 행정 관청은 패소 판결을 받은 후 재차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의뢰인을 상대로 거부 처분을 했고, 의뢰인은 자신이 생각했던 권리 구제를 받지 못했다. 그때 필자는 만약 의무 이행 소송이 있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행정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은 행정청의 거부 처분이나 부작위가 위법한 경우 의무 이행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때 거부 처분은 함께 취소된다.

의무 이행 판결은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 행정청에 대해 기속력을 가지며, 행정청이 의무 이행 판결에서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연 기간에 따른 배상이나 즉시 배상 등 간접 강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의무 이행 소송이 도입되면 한 번의 소송으로 행정청의 의무 이행까지 요구할 수 있게 돼 신속하고 효과적인 권익 구제가 가능해진다.

기초생활수급 신청 외에도 산업 재해 급여, 신축 건물 인·허가, 공공기관 정보공개 청구 등 다양한 분야의 민원에 대해 적용될 수 있다.

의무 이행 소송 도입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대법원이 지난 2002년 행정소송법 개정위원회를 구성해 처음 논의를 시작한 때로부터 계산하면 무려 16년이나 지났다.

지금은 신속한 권리 구제가 필요하더라도 행정청의 재처분을 기다려야 할 뿐만 아니라 재처분이 구제에 적합하지 않으면 다시 행정 소송을 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한 뒤 서울행정법원에 청와대의 압수수색 검증 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에 대한 효력 정지 신청을 냈을 때, 법원은 특검의 신청을 각하하면서 “현행 행정소송법은 의무 이행 소송을 인정하지 않아 법원이 피신청인(청와대)에게 승낙을 하도록 명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법 개정을 통해 의무 이행 소송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행정소송법이 개정돼 행정 관청의 위법 부당한 처분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권리 구제가 의무 이행 소송을 통해 더 잘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