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일이다. 어머니는 김에 기름을 칠하고, 소금을 솔솔 뿌려 연탄불에 한 장씩 구워내셨다. 막 구워낸 김은 향과 맛이 기가 막혔다.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소풍 가던 날, 어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싸줄 준비를 하셨다. 까만 김과 하얀 밥, 그 사이에 들어있는 색색의 야채. 김밥을 마는 옆에서 입맛만 다시다가 운 좋게 받아먹을 때면 너무나 신났다. 김에 대한 추억은 여전히 입에 침을 고이게 한다.

내 추억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이 이제 한류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109개국에 5억 달러 어치 김을 수출했다. 한국 농수산물 수출 품목 중 담배, 참치에 이어 3위. 한국 대표 수출 식품이 된 것이다. 2007년에 김 수출액이 6000만 달러였으니 정말 엄청난 성장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밥반찬으로 먹던 김이 이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까닭은 뭘까. 김은 비타민·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고혈압·당뇨·동맥경화·암 예방에 좋다.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핵산 성분이 들어있어 입맛을 자극한다. 이처럼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기에 해외에서 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이 세계로 넓어진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내친 김에 2024년까지 김 수출을 1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한다. 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수출한다는 것이다. 한국 김 수출은 최근 해마다 약 20%씩 증가해 온 만큼 가능한 이야기다.

국내 김 최대 산지인 전남에 좋은 기회다. 전남은 연간 38만t의 물김을 생산한다. 전국 생산량의 76%다. 전남이 한국 김 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기반도 탄탄하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은 2012년 한국 최초로 새로운 김 품종인 ‘해풍1호’(일명 슈퍼김)를 개발했다. 일반 김에 비해 성장이 2배 빠르고, 수확량도 많다. 김 종자에 대한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2014년 해남에 김 종자산업 연구센터를 세웠다. 친환경 어구 보급, 김 가공시설 현대화에도 힘써왔다. 지난해에는 김 양식어장 7000ha를 새로 개발했다. 전남의 탄탄한 김 생산 기반은 오르고 있는 김 가격과 맞물려 큰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 틀림없다.

돛을 편 배만이 바람이 불 때 달려갈 수 있다. 김이 한류를 타고 있지만 더 단단히 채비해야 더 멀리, 더 높게 날 수 있다.

첫째, 고품질 김을 넉넉히 생산하려면 우량 품종을 꾸준히 개발·보급해야 한다. 갯병 예방에 좋은 김 육상채묘시설 및 냉동망 보관시설도 더 보급해야 한다.

둘째, 국내 실정을 잘 살펴 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 60년 넘게 등급제를 실시해온 일본에는 100여 등급이 있다.

셋째, 시설 현대화에 더욱 힘써야 한다. 요즘 세계인은 안전하고 깨끗한 먹거리를 찾는다.

넷째, 김 시장을 키우기 위해 김 스낵, 잼, 젤리, 샐러드 등 다양한 식품을 개발해야 한다. 유럽,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등 해외시장을 파고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포 대양산단에 대중국 수산가공식품 수출단지와 국립 김 산업연구소를 잘 만들어야 한다. 전남 김 산업의 전진기지인 만큼 완공될 때까지 꼼꼼히 살펴야겠다.

1640년(인조 18년) 광양 태인도 바닷가에 떠내려 온 나무에 붙은 바닷풀을 보고 김여익은 직접 키우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 바닷풀에 ‘김’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370여 년이 흐른 지금, 김은 전남의 수출 효자가 되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 식품이 되었다. 한류를 탄 전남 김이 세계로 더 쭉쭉 뻗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