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전북 군산 야산에 유기되어 사망한 5세 여아의 사건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어린 3남매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화재로 숨지는 사건이 보도되며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부모의 학대와 방치로 아이들이 숨진 사건이 연일 보도돼 아동보호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국에 아동학대 의심 사례로 신고 접수된 건수가 2만9671건으로 우리나라에 아동보호 체계가 구축된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왔지만 여전히 예산 및 인력, 인프라는 부족한 상황이다.

2016년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 업무량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이 하루 8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에 245일을 일하는 것이 평균이지만 현재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은 평균 465일, 즉 1인당 3635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업무 환경에서 상담원의 이직율은 30%가 넘고 평균 근속 연수는 1.5년에 불과하다. 당장 올해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가동되면 각 지역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신고가 증가해 업무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인력 보강에 대한 대안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력 보강에만 있지 않다. 2016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신고 접수 후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 1만8700건 중 8.5%에 해당하는 1590건이 재학대로 신고되었다. 아동학대는 발견에서 그치지 않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학대 예방이나 사후관리 서비스 등의 전문적인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 재학대 문제 외에도 아동학대 사례관리는 특히 학대 피해 아동 가정이 개입에 대해 적대적인 상황이 많기 때문에 기존의 사회복지 영역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시범 적용해 활용하고 있는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모형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모형은 그동안 아동학대 가해자를 범죄자와 처벌 대상으로 인식해오던 관점에서 전환시켜 가해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신뢰하고 상담원들이 동반자적 관점에서 그들을 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아동과 가족은 배제된 채 기관이 수행할 수 있는 제공자 중심의 사례 관리에서 벗어나 대상자가 함께 참여하고 상담원들이 보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 관리가 가능해졌다.

정부도 아동학대 해결을 위한 노력으로 지난해 ‘100대 국정 과제’에 학대 피해 아동 지원을 위한 아동보호종합 지원체계 구축을 포함시키고 신고 대응의 조사 영역과 사후관리 서비스 제공을 공공과 민간 영역으로 구분하는 등 각종 대책들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아동이 국가의 아동보호 체계를 벗어나 부모의 학대로 사망에 이르는 비극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담하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들의 사명감만으로 지탱되는 열악한 아동학대 방지 인프라가 아동학대 누수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이로 인해, 상담원들이 현장에서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아동과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