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이나 도서 벽지에 의사가 없어 환자가 대도시로 이송 중 위기를 맞거나 산부인과가 없어 임신부가 출산 예정일 전에 도시권 병원에 입원하느라 불편을 겪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한 소아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지원자가 없어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진료 분야도 하나 둘이 아니다.

이 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료 서비스 분야를 확충해 국민의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의료의 공공성 문제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그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제기된 것이 공공 의료 전문 의대의 설립이다. ‘공공 의대’는 국비로 의대생의 교육을 지원하되, 졸업자는 10년 이상 정부가 지정하는 공공의료 분야에서 종사하는 개념이다.

공공 의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2016년 12월 보건복지부의 공공 의료 포럼에서 공보의 감소(2009년 5287명→2016년 3495명), 공공 병원의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논의가 됐다. 국회에서도 ‘공공 보건 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올 1월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3월 이용호 의원(무소속)이 각각 대표 발의한 상태다. 여기에는 공공 보건 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의과대학 설립을 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이 신설됐다.

공공 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의료계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지역주의나 사업으로서의 이권 등에 휘말리지 않고 공공 의료라는 취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기존 의과대학을 활용해 공공 의료 인력을 양성하면 단기간 필요 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기존 대학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공공 의료에 특화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인력의 공공성, 특수성 확보가 어렵다. 전국에 국립병원과 민간병원이 이미 지역별로 분포하고 있지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도권에 공공 의대를 설립하는 방안도 중앙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의사인력 불균형을 감안하면 취지에 맞지 않다. 현재 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지방 의대를 졸업 후 다시 수도권으로 복귀함에 따라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공공 의대는 공공의료 전문인력 양성이 목적이지, 특정 지역 병원을 신축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고, 도서벽지와 농어업 비중이 높은 전남 지역에 공공의대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공공 의대의 설립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의대생의 수련 병원역할을 할 수 있는 부속병원 유무이다. 전남 지역에 공공 의대를 설립한다면 현재 수련병원인 광주기독병원과 전주예수병원을 부속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들 양 병원을 공공 의대 부속병원으로 활용하면 새로운 병원을 설립해야 하는 자원의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주와 전남북, 즉 호남 지역의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기에 안성맞춤일 것이다.

광주기독병원은 의사 수련 교육병원과 교수 인력, 기독간호대학, 의과대학 교육 시설부지 등 인프라가 이미 확보돼 있고, 지난 113년간 지역 보건의료를 위한 광주·전남 대표병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전주예수병원과 형제병원으로서 협력병원 체계 유지가 원활하다. 생존을 위한 경영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일반 병원과 달리 광주기독병원과 전주예수병원은 지난 100년 이상 호남 지역 공공의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온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향후 통일이 될 경우 북한 지역의 부족한 의료 전문 인력에 대비할 수도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서 벽지와 농어업 비중이 높은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인 전남 지역에 반드시 공공 의대가 설립돼야 한다. 더불어 광주기독병원과 전주예수병원은 준비된 공공 의대 부속병원으로서 호남 지역 환자들에게 수준 높은 공공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