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걸쳐 조선의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예찬했던 일본의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일찍이 한국미술의 특색, 한국의 미를 규정하느라 애썼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3·1운동을 향한 일제의 잔혹한 탄압에 충격을 받아 ‘조선인을 생각한다’라는 원고를 발표했는가 하면, 일제 강점기의 상징인 조선총독부의 건축을 위해 서울의 상징적 건물인 광화문의 철거가 논의되었을 때 이에 적극 반대한 인물이기도 하다.

“예술은 민족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생각에서 조선 예술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비애의 미’로 언급했고 그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야나기는 그 비애를 감춰진 쓸쓸함, 혹은 친근감과 정감의 아름다움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특히 조선 도자기에 매혹되었던 그는 조선의 도공을 자연 그 자체로 평가하면서 “의도적으로 만들지 않고 무엇에도 구애됨이 없이 그대로의 심정을 솔직히 받아들이는 뚜렷한 마음”에 열광했다. 백자 항아리를 보면 순백자의 위대함을 절감하기에 앞서 백자 항아리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고 감탄에 겨워 눈물 흘렸다는 야나기의 일화가 먼저 생각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백자항아리(18세기 작)는 형태가 둥글고 예쁜 모습이 전형적인 보름달 같아서 ‘달항아리’라 불린다. 둥글고 안정된 형태, 몸체와 조화를 이룬 다소곳한 굽과 주둥이, 유백색의 담백하고 그윽한 유약의 색감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달항아리의 넉넉하면서도 소박하고, 당당하면서도 겸손한 모습은 최근 현대도자는 물론 회화, 사진,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가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면서 변주되고 있는데, 2018평창 동계 올림픽 달항아리 성화대로 재탄생한 것은 “감동과 평화의 제전”이었다는 올림픽의 평가와 함께 세계인들에게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