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 DREAM 프로젝트]제1부 저출산의 덫〈6〉가슴 짓누르는 시월드
2018년 02월 20일(화) 00:00 가가
‘시월드’ 부담스러운 나는 아직 싱글입니다
“14일 시댁에 갔다가 이제야(18일) 집에 갑니다. 설날인 15일 오후에 친정에 갔는데 3시간만에 다시 시댁으로 왔어요. 친정과 시댁이 가깝다는 이유로 시누이가 언제 올 꺼냐며 수시로 전화를 해댑니다. 본인은 시댁에 가지도 않았으면서요. 아이 돌보면서 전 부치고 생선 굽고 상 차리고… 5일째 시댁에 있는데 집에 가고 싶은 마음 꾹 참고 버텨내고 있네요.” -아이 셋 주부 A씨(36).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어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가 가끔 있어요. 준비된 음식을 그릇에 담고 상에 옮기고 수저를 놓는 일은 온전히 제 몫이죠. 국과 밥은 뜨거울 때 바로 내어와야 한다며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를 바라세요. 가족들의 식사가 시작되면 그제야 귀퉁이 자리에 앉는데 아니나다를까 ‘김치 좀 더 가져와라, 가위 좀 가져와라, 여기 빈접시가 있으면 좋겠다’ 주문이 들어와요. 아직 절반도 못 먹은 상태에서 가족들의 식사는 끝나버리고 제가 밥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이 참 부담스럽죠. 아직 식사중인데도 ‘물 좀 가져와라, 과일 좀 내와라’ 주문이 들어오면 아예 밥맛이 사라집니다. 언젠가부터는 속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며 아예 식사를 안하게 됐어요.” -결혼 7년차 주부 B씨(37).
“결혼하고 13년째 인데 명절만 되면 ‘친정에 오늘 가야 하냐’고 물어보세요. 시부모님 딸이 친정에 오는 것처럼 저도 친정에 가는게 당연한거 아니에요? 시누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해야 한다는 건 욕심이에요.” -결혼 13년차 주부 C씨(41).
설 연휴가 끝났다. 이맘때면 인터넷 카페는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 며느리들의 하소연이 종일 올라온다. 평소 육아와 교육, 살림살이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명절 시즌에는 시댁에 관한 이야기가 카페를 도배한다. 아예 ‘속풀이’ 방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명절 일주일전부터 시댁에 가기 두렵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시댁에서 받은 서러움과 스트레스를 고자질(?)하는 글이 마구 쏟아진다. 조회수도 천 단위를 넘어가고 공감하고 위로하는 댓글도 끝없이 이어진다. ‘시월드’에서 벌어지는 온갖 서러움에 악몽에 시달린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시월드’는 시어머니나 시아버지, 시누이처럼 시(媤)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시댁)이나 시집살이를 일컫는 신조어다. 우스운 표현으로 ‘시’ 자가 들어가는 시금치는 입에 대지 않는다고도 하고 ‘시월드’의 반대어로 친정을 일컫는 ‘홈그라운드’라는 말도 있다.
다양한 하소연이 많지만 대체적으로 남편은 누워 TV를 보거나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버리고 시댁 조상들과는 피도 안 섞인 며느리만 부엌에 서서 하루종일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통일된다. 가부장적인 전통(?)이 현재까지 고스란히 이어온 모양새다.
“설마 요즘에도 그런 시댁이 있어?” 라는 질문이 많지만 “여전히 많다!”는게 며느리들의 답이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는 언제쯤 뽑힐 수 있을까. 며느리로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자라왔고, 먼저 결혼한 친구들로부터 시월드 얘기를 전해들은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고 의식이 바뀌면서 최근 며느리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혼을 하면서 시댁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현실감있게 표현한 웹툰 ‘며느라기’나 고부갈등을 적나라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 24년을 며느리·엄마·아내로 살아왔던 영주씨가 펴낸 신간 ‘며느리 사표’가 대표적이다.
‘며느라氣(기)’는 최근 시집살이의 새로운 용어가 됐다. 지난해 SNS를 통해 미혼 남녀와 젊은 부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웹툰 제목이다. ‘민사린’이라는 주인공이 시월드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아낸 것으로, 가상이야기지만 허구적이지 않고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했다. 독자들은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하며 가부장적인 우리사회가 바뀌기를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시월드에서 행해지는 가부장제 문화는 같은 며느리인 어머니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당신이 그렇게 살아왔던지라, 며느리도 당연히 본인처럼 순종하며 시댁에 헌신적으로 살아주길 바란다.
여기에 한층 보태는 이가 있으니 ‘남편’ 이라는 존재다. 많은 기혼여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결혼전 부모에 신경도 안 쓰던 남편이 결혼 후 아내를 통해 ‘대리 효도’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가부장적인 문화를 바꾸고 가슴을 짓누르는 ‘시월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건 앞으로 젊은 부부들이 해결해 가야 할 숙제가 아닐는지. 며느리들에게 자신의 족쇄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시부모들의 노력도 더해지기를 바라며 웹툰 ‘며느라기’에 남긴 댓글 중 하나를 옮겨본다.
“누군가의 희생만이 강요되는 이상한 풍습이 아닌, 부부가 한 가정을 이루고 서로가 의지하여 서로가 노력하고 희생하는 명절이었으면 해요. 그리고 명절에는 온 가족이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모두가 그 명절을 이끌어 나가는 이로서 가족과 명절의 진짜 의미를 가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ID:yu93hwwwa)
/이보람기자 boram@kwangju.co.kr
*광주일보 연중기획 I♥DREAM 프로젝트 ‘아이가 꿈이다’에서는 출생한 아이와 산모의 축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과 아이에게 들려주는 덕담, 태명에 얽힌 사연 등을 보내주시면 ‘출생 축하방’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설 연휴가 끝났다. 이맘때면 인터넷 카페는 명절 증후군에 시달린 며느리들의 하소연이 종일 올라온다. 평소 육아와 교육, 살림살이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명절 시즌에는 시댁에 관한 이야기가 카페를 도배한다. 아예 ‘속풀이’ 방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시월드’는 시어머니나 시아버지, 시누이처럼 시(媤)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시댁)이나 시집살이를 일컫는 신조어다. 우스운 표현으로 ‘시’ 자가 들어가는 시금치는 입에 대지 않는다고도 하고 ‘시월드’의 반대어로 친정을 일컫는 ‘홈그라운드’라는 말도 있다.
다양한 하소연이 많지만 대체적으로 남편은 누워 TV를 보거나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버리고 시댁 조상들과는 피도 안 섞인 며느리만 부엌에 서서 하루종일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통일된다. 가부장적인 전통(?)이 현재까지 고스란히 이어온 모양새다.
“설마 요즘에도 그런 시댁이 있어?” 라는 질문이 많지만 “여전히 많다!”는게 며느리들의 답이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는 언제쯤 뽑힐 수 있을까. 며느리로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자라왔고, 먼저 결혼한 친구들로부터 시월드 얘기를 전해들은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고 의식이 바뀌면서 최근 며느리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혼을 하면서 시댁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현실감있게 표현한 웹툰 ‘며느라기’나 고부갈등을 적나라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 24년을 며느리·엄마·아내로 살아왔던 영주씨가 펴낸 신간 ‘며느리 사표’가 대표적이다.
‘며느라氣(기)’는 최근 시집살이의 새로운 용어가 됐다. 지난해 SNS를 통해 미혼 남녀와 젊은 부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웹툰 제목이다. ‘민사린’이라는 주인공이 시월드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담아낸 것으로, 가상이야기지만 허구적이지 않고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했다. 독자들은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하며 가부장적인 우리사회가 바뀌기를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시월드에서 행해지는 가부장제 문화는 같은 며느리인 어머니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당신이 그렇게 살아왔던지라, 며느리도 당연히 본인처럼 순종하며 시댁에 헌신적으로 살아주길 바란다.
여기에 한층 보태는 이가 있으니 ‘남편’ 이라는 존재다. 많은 기혼여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결혼전 부모에 신경도 안 쓰던 남편이 결혼 후 아내를 통해 ‘대리 효도’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가부장적인 문화를 바꾸고 가슴을 짓누르는 ‘시월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건 앞으로 젊은 부부들이 해결해 가야 할 숙제가 아닐는지. 며느리들에게 자신의 족쇄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시부모들의 노력도 더해지기를 바라며 웹툰 ‘며느라기’에 남긴 댓글 중 하나를 옮겨본다.
“누군가의 희생만이 강요되는 이상한 풍습이 아닌, 부부가 한 가정을 이루고 서로가 의지하여 서로가 노력하고 희생하는 명절이었으면 해요. 그리고 명절에는 온 가족이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모두가 그 명절을 이끌어 나가는 이로서 가족과 명절의 진짜 의미를 가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ID:yu93hwwwa)
/이보람기자 boram@kwangju.co.kr
*광주일보 연중기획 I♥DREAM 프로젝트 ‘아이가 꿈이다’에서는 출생한 아이와 산모의 축하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과 아이에게 들려주는 덕담, 태명에 얽힌 사연 등을 보내주시면 ‘출생 축하방’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