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27일 새벽 계엄 당국은 광주에 공수특공부대 374명, 공격부대 5036명, 봉쇄부대 2769명 등 총 8179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동이 터오기 시작하는 5시 10분경 도청을 포함한 광주시 일원은 계엄군에 의해 완전히 진압당했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진압 당일 이런 죽음도 있었다



27일 아침 7시 30분경 한약방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던 이금재(29) 씨는 출근하기 위하여 전남여고 근처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27일 저녁 9시 40분경, 전남대 근처에 살던 여중 3학년 김명숙(15) 양은 친구 집에 책을 빌리러 가다가 수하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계엄군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기던 중 죽고 말았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다.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 7일 오전에 헬기 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 규명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과거의 조사에서는 5·18민주화운동 기간 지상에서의 사격이나 강경 진압으로 시민을 살상한 행위를 조사하는 데 그친 데 비해 이번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에서는 공수부대를 비롯한 육군 병력의 발포 등과 아울러 공군이 합동 작전을 통해 시민을 상대로 헬기 사격을 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또한 육군과 공군은 5·18민주화운동 진압에 직접 참여했고, 해군(해병대)은 마산에서 광주로 출동 대기 명령을 받았다가 4일 후 해제되는 등, 계엄사가 육·해·공 3군을 동원하여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려고 했음도 확인하였다. 이것은 정권 찬탈과 시민 학살에 신군부가 3군을 다 동원하고 국민을 상대로 합동 작전을 펼쳤음을 말해 준다.

최근 공개된 팀 셔록 기자의 광주 관련 미국보고서(Kwangju 5.16-5.27 US Reports)에 따르면 당시 글라이스틴 미 대사의 전문에 ‘12·12를 주도한 장군들은 이번 사태 전반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함’ ‘전두환 장군이 광주로 진입해야 한다는 극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음’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한 ‘군 병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경우나 자신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경우에는 발포를 허가받았음으로 5월 21일 대부분의 사상자가 이 범주에 속해 있음’이라는 구절도 나온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이 병력들에게 꼭 필요한 경우 발포를 허가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허가를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신군부 왜 3군 합동작전 폈나



답은 명백하다. 5·18은 피해 진상은 밝혀졌으나 가해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해의 정점’은 상식적으로 명쾌하다. 당시 3군을 동원할 수 있는 실권자가 누구인가. 5·18로 최고 권력과 이득을 가져간 자가 누구인가? 전두환이다. 혼자면 억울한가. 그렇다면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황영시, 최세창…. 더 말해 무엇 하랴. 전두환과 최세창은 1960년 공수부대 창설 요원이다.

특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기무사 자료에 기재된 ‘사태 수습 시 고려사항’에는 ‘광주사태 폭도들의 탈주 방지 대책 긴요’라는 제목하에 “광주 및 인접 사태 지역에 대한 진압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탈출구를 찾는 폭도들이 해상으로 탈출, 북괴에 잠입 동조하거나 서울 지역 등지에서 잠입했던 불순 분자나 주동 분자들이 서울 등 타 도시로 개별 탈출·재집결하여 제2의 광주 사태를 야기할 것이 우려된다는 상황 판단 하에 해군과 해경 합동 해상 봉쇄작전으로 해상 탈주를 방지하도록 지시하고 있다”라고 씌어 있다. 이것은 해군 동원을 정당화하기 위한 신군부의 왜곡 공작이다. 5·18 당시 해상을 통해 북한으로 탈출하려는 시위대는 한 명도 없었다. 왜곡과 조작이야말로 적폐의 시작이다.



그대들에 보내는 마지막 권유



꽃은 눈감으면 보이지 않지만 소리에는 눈감을 수 없다. 그날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고백하라 신군부여! 이것이 5·18진상규명특별법이 통과되기 전, 역사와 국민이 그대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권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