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한 달이 지났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욱 빨리 간다고 하는데, 10대 때는 시속 10킬로미터, 20대 때는 시속 20킬로미터, 50대는 시속 50킬로미터로 시간이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시간에 가속도가 붙는 이유는 별개의 경험이 뭉쳐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는 일이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령 어릴 때는 공원을 걷는 동안 매우 다채로운 경험을 한다. 눈이 덮인 나무를 난생 처음 보고,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 역시 처음 보는 광경이다. 산책길을 걷는 동안 보고 듣는 모든 풍경과 사건이 생소하기 때문에 각각 별개의 기억으로 저장된다.

반면 어른에게는 공원을 걷는 일이 참신하고 새로운 일이 아니다. 특별히 인상 깊은 장면들이 아니기 때문에 뭉뚱그려 ‘공원 산책’이라는 하나의 기억 덩어리가 된다. 기억을 단순화해 시간이 금방 흘러간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덩어리가 된다. 하루는 ‘출퇴근’, ‘업무’, ‘잠’ 등으로 단순화된다. 또 1년 혹은 10년 단위로 덩어리가 생기기도 한다. 즉, 시간이 좀 더 천천히 가길 바란다면 매 순간 좀 더 가치를 부여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사를 읽고 보니 왠지 그렇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던 시간은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즐겁거나 슬프거나 했던 의미 있는 시간은 좀 더 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평소 시큰둥하게 보냈던 시간이나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좀 더 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새해에는 주변의 자그마한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자 마음먹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수첩에 메모를 하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다짐을 지켜가고 있다. 나중에 좋은 기억과 기록이 될 것이다.

또한 메모하기는 평소 만족스럽지 않던 내 기억력에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내 기억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것은 꼭 기억해야지 하는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잊고 만다. 그렇다고 영화 레인맨의 실제 모델이자 서번트 증후군을 앓았던 킴 픽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가능하지도 않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행일 수 있다. 그래도 기억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늘 기록을 읽고 기억해야 하는 일이 많은 직업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생각해보니 이런 분들에게는 꼭 메모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중요한 질문에 “기억나지 않습니다.”나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분들이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분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이처럼 대답하는 것일 테니 따로 메모가 필요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엉뚱한 생각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아무튼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았을 때 조금이나마 시간이 느리게 흐른 것처럼 느껴지도록 모든 분들에게 즐겁고 좋은 추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