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터 인근에 임시정부청사를 재현한 것은 일강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일 겁니다. 김구 내각 당시 상해 임시정부 건물의 실질적인 소유자가 할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천석꾼 재산을 독립을 위해 희사했던 할아버지의 결단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지 않을까요.”

일강 선생 양손자 김만선(67) 씨는 김철 선생의 사진을 가리키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재 김 씨는 재현된 청사 건물과 기념관, 추모관, 수양관의 관리를 맡고 있다. 청사 건물 왼쪽 뒤편에 있는 관사에 거주하며 건물과 시설에 대한 관리뿐 아니라 할아버지의 고귀한 정신을 선양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씨는 임정청사 건물을 비롯해 기념관, 추모관 등을 직접 설명해주었다. 그가 일강 선생의 양손자가 된 것은 아버지(김오근)가 양자로 입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다. 김 씨는 “일강 할아버지는 첫 번째 부인이 일본의 감시와 괴롭힘에 못이겨 단심송에서 자결을 한 이후 한동안 독신으로 지냈다. 그러다 두 번째 부인을 만나 자식들을 낳았는데 딸만 둘이었다. 일강 할아버지가 작고한 이후 종친회에서는 그분의 대를 이을 후사(아들)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연유로 저의 아버지가 양자로 입적됐다” 고 설명했다.

당시의 사회적인 풍습이나 가풍에 따르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선조의 고귀한 뜻을 후손들에게 심어주려는 집안의 결정과 이를 기꺼이 따랐던 김 씨와 그의 부친의 겸손한 자세도 칭송받을 만 했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펼쳤던 많은 인물들 가운데 ‘김철’이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김구, 윤봉길, 손병희 등에 비하면 아직까지도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다.

“당시에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은 대부분 해방을 맞았습니다. 그에 비해 일강 할아버지는 해방 11년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러나 임시정부청사가 건립된 이후로는 많은 분들이 다녀가면서 점차 일강 할아버지에 대해 아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요.”

김 씨는 할아버지 영향으로 함평에서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배출됐다고 한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일강에 대한 신망도 높았다는 방증이다.

그는 “봄, 가을 수학여행 철에는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해 나라사랑의 참뜻을 되새긴다”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독립운동가들의 유지를 받들고 의로운 정신을 이어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