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한 친구의 강아지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 대학 동물병원에서 하룻밤 입원하고 퇴원하던 길에 동행한 적이 있다. 하루 입원료가 150만원이라고 하여 많이 놀랐다. 몇 개월 치료해야 나을 수 있다니 말 못하는 강아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안쓰러움과 함께 ‘반려동물 의료보험’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고 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구 수가 천만 명을 넘어선 오늘날 섬세하고도 다양한 반려동물을 위한 사회적 복지와 관심이 요구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가 황금개 띠 해여서 그런지 개와 인간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살갑게 다가온다. 1만년 이상의 시간을 지속해 온 인간과 개의 오랜 동거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예술가들의 손을 거쳐 미술작품 속에 등장했고 그림 속 개와 강아지의 이미지는 작품에 풍부하고 따뜻한 감성을 더해주는 것 같다.

영국의 초상화가이자 미학자였던 조슈아 레이놀즈(1723∼1792)의 ‘소녀와 강아지’(1790년 작)는 우리가 좋아하는 벗이자 가족의 일원으로서 강아지의 모습을 가장 사랑스럽게 표현한 작품인 것 같다. 강아지를 부드럽게 가슴에 안고 있는 어린 소녀의 들뜬 마음은 복숭아 빛 뺨으로 나타나고, 그 품에 안긴 강아지의 순한 눈동자가 그지없이 애틋하다. 자기 자신보다 소녀를 더 충직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가 강아지의 표정에서 전해진다.

청각 장애가 있었던 레이놀즈는 그 때문에 오히려 묘사하는 대상을 더 민감하고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모델의 성격을 좀 더 분명히 꿰뚫어볼 수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왕립아카데미에서 정기적으로 ‘담화’를 발표해 당시의 중요한 예술비평의 흐름을 이끌었던 레이놀즈는 해박한 이론가답게 그림의 표현양식을 끊임없이 다양하게 실험했던 화가로도 유명하다.

〈광주비엔날레광주폴리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