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창조신의 영원한 시간이요, 또 하나는 피조물의 시간이다.

창조신의 시간은 무엇으로부터의 연유되지 않고 또한 무엇으로부터 지배받지도 않는 영원한 시간이다. 그러므로 지구의 자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창조신의 시간은 온전하고 영원하다.

그러나 피조물의 시간의 특징은 첫째 창조신께서 인간에게 제한해서 주신 단절된 것이다, 이것은 잘라진 시간으로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하는 단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가 현재로 뒤바뀔 수도 없거니와 현재가 과거로 뒤바뀌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시간은 질서정연하게 과거, 현재, 미래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이 흐름을 한번 휘둘러보겠다는 시도가 바로 타임머신이다. 시간을 여행해보고 싶은 누군가에 의해서 상상하므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혹은 미래의 미지의 세계로 가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우리 인간은 시간의 단절에서 구원받을 길이 없는 존재이다.

피조물의 두 번째 시간의 특징은 변화하는 시간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과거는 현재에 밀려나고 현재는 미래로부터 밀려나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간은 항상 생성에서 소멸로 향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란 태어남의 시간이 있고 죽음이라는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자기에게 주어진 단절된 시간, 변화하는 시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흐르는 시간 안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살거나 게으르게 살거나 간에 주어진 시간은 변화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지나간 일생도 되돌아 봐야 하겠지만 우선 지난 일 년을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지난 일 년을 뒤돌아 볼 때 창조신 앞에 자랑할 것이 있는가, 창조신께서 그렇게 귀한 시간과 기회를 주셨는데 얼마만큼 충실하게 보내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하겠다.

그러나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은 시간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 것도 많지만 과거에 매어서는 안 되겠다. 그것 때문에 현재를 그르치거나 미래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겠다.

연말연시, 그것은 누가 만든 것인가. 참으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귀중한 문화유산이 아닌가.

기독교인들의 경에 “너희는 유혹의 욕심에 따라 썩어져 하는 구습을 쫓는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오직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 창조주를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는 새사람을 입으라”했다. ‘새사람’으로 새롭게 살아 보려는 결단의 시기인 것이다.

2017년이 지나갔다. 국가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다난했던 해였다. 어려움이 많았다는 말이다. 바울은 “앞의 것을 잡으려고 뒤의 것을 잊어버린다”고 했다.

참으로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우리에게 이보다 적절한 말은 또 없는 것 같다.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자, 긴 항해를 앞둔 배가 식수를 준비하려면 물통의 묵은 물을 버려야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 음력 석 달 그믐날이 가까워 오면 온 집안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고, 거미줄을 걷어내고, 집안 여인네들을 시켜 놋그릇을 비롯하여 방과 마룻바닥을 닦아내도록 명령하신 조부님의 음성이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우리 모두 묵은 먼지를 털어버리자.

우리가 제일 먼저 잊어버려야 할 일은 지난날의 실패다. 실패했던 일을 마음에 두면 우선 얼굴이 어둡다. 힘이 나지 않는다. 용기는 더욱 나지 않는다. 결국은 모두를 잃어버린다. 유감스러운 일들,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 버리자. 그리고 우리 모두 손을 잡자. 포옹을 하자. 멀리 있으면 전화나 문자를 보내어 화해하자. 큰 사랑으로 용서하자.

바울은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두움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고 현재를 말하고 있다. 밤이 깊고 아침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나의 나됨에 대한 인식을 바로해야 내가 살고. 가정이 살고. 마을이 살고. 나라가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