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辭] 전라도 새 천년의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자
2018년 01월 02일(화) 00:00 가가
대망의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 개띠의 해다. 지역민들은 1일 첫새벽 저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무등산과 지리산, 월출산 등 주요 명산에서 운무를 뚫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맞이했다. 붉은 햇귀가 우리 사회에 쌓여 있는 적폐와 어둠을 말끔히 씻어 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희망으로 가득 채워 주기를 기원했다.
지난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분노의 촛불 행렬과 탄핵 정국 속에 시작된 대변혁의 한 해였다. 국회는 ‘이게 나라냐’는 성난 민심을 받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헌재는 3개월간의 심리 끝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다. 탄핵과는 별개로 국정농단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구속됐다.
대통령 파면은 조기 대선으로 이어졌다. 5월 9일 치러진 선거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0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호남은 80%가 넘는 투표율과 60%대의 전국 최고 지지율로 9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끌었다. 새 정부도 압도적 지지에 화답하듯 내각 19명 가운데 호남 출신 5명을 등용하는 등 대탕평을 실현했다.
대선 과정에서 ‘재조산하’(再造山下)를 내세웠던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정과제 1호로 적폐 청산을 선언했다. 검찰은 보수정권 시절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5개월 넘게 이어진 수사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여론 조작이 드러났다.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40여억 원을 상납한 사실도 밝혀졌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수사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망가진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한 적폐 청산은 현재 진행형이다. ‘청산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교훈을 체감해온 국민의 지지가 그 추동력이다. 전국의 대학 교수들이 2017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한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정부가 파사(破邪)에만 머물지 말고 현정(顯正)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적폐 청산에만 매몰되지 말고 미래 한국을 위한 사회 전반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뤄달라는 주문이다.
새해는 호남 지역민에게 각별하고 뜻깊다.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을 맞이하는 해여서다.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 강남도(江南道·전북)와 해양도(海陽道·전남)의 주도(主都)인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 전라도라는 명칭을 사용한 지 꼭 천년이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서남쪽에 자리한 전라도는 기후가 온화하면서도 비옥하고 넓은 농토와 바다를 품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여기서 키워낸 풍부한 농산물과 수산자원 덕분에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이자 식량 기지 역할을 해왔다. 더불어 융성한 전통문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원형으로 자리했다. 그뿐인가. 지역민들은 역사적 고비마다 대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임진왜란과 한말 의병, 동학농민운동, 독립운동은 물론 3·15, 4·19, 5·18,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예로부터 예항(藝鄕)이자 문향(文鄕), 의향(義鄕)으로 불린 까닭이다. 예술과 문학의 향기, 의로움의 기개가 높다고 하여 ‘3고(高)’라고 칭하기도 했다.
정도 천년에 맞춰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등 전라권 3개 시·도는 ‘천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호남의 정체성과 호남인으로서 자긍심을 회복하며 미래 발전의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천년 역사의 재정립과 미래 천년의 창조 기반 구축을 목표로 7개 분야, 30개 사업을 추진한다. 전라감영과 나주목사, 광주읍성 복원을 통해 천년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천년 고찰과 전통 정원을 역사문화체험 루트로 조성해 지역 활성화 방안도 모색한다. 오는 10월 18일을 ‘전라도 천년 기념일’로 제정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도 치른다.
하지만 전라권 3개 시·도의 관계는 예전과 같지 않다. 1895년 1월 지방제도 개편에 따라 전남과 전북으로 양분되고 1986년 11월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점차 소원해졌다. 물리적 분할에 이어 보수정권의 분리 전략도 한몫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광역경제권 때문에 갈등 양상까지 보였다.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지역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충돌하고 경쟁하다 보니 틈새가 벌어진 것이다.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보다 많아지자 ‘영충호 시대’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정치적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다행히 정도 천년을 앞두고 3개 시·도가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재가동하며 공조 체제를 다시 다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라도가 상생 화합의 공동체로 다시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서화와 음식, 문학, 전통정원, 종가문화, 판소리 등 어느 지역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예술 자원을 창조적으로 재생해 ‘남도문예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 비익조(比翼鳥)처럼 공동 발전을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올해는 또한 제7회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오는 6월 13일 전국에서 시·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을 동시에 선출한다. 광주·전남에서만 420여 명의 지방자치 일꾼을 새로 뽑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선거인 만큼 인물과 정책 중심으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산적한 지역 현안과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주요 사업에 대해서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호남고속철 2단계와 광주공항 이전,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무안공항·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에너지·자동차·문화콘텐츠 산업 등 3대 밸리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육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5·18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도 속도를 내야 하겠다.
올해로 창사 66주년을 맞는 광주일보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론을 펴며 지역민의 다양한 여론을 대변할 것이다.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를 통해 광주·전남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 천년을 맞이한 전라도가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다.
새해 아침,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대통령 파면은 조기 대선으로 이어졌다. 5월 9일 치러진 선거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1.0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호남은 80%가 넘는 투표율과 60%대의 전국 최고 지지율로 9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끌었다. 새 정부도 압도적 지지에 화답하듯 내각 19명 가운데 호남 출신 5명을 등용하는 등 대탕평을 실현했다.
새해는 호남 지역민에게 각별하고 뜻깊다.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을 맞이하는 해여서다. 고려 현종 9년인 1018년 강남도(江南道·전북)와 해양도(海陽道·전남)의 주도(主都)인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 전라도라는 명칭을 사용한 지 꼭 천년이 되는 것이다.
한반도의 서남쪽에 자리한 전라도는 기후가 온화하면서도 비옥하고 넓은 농토와 바다를 품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여기서 키워낸 풍부한 농산물과 수산자원 덕분에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이자 식량 기지 역할을 해왔다. 더불어 융성한 전통문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원형으로 자리했다. 그뿐인가. 지역민들은 역사적 고비마다 대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임진왜란과 한말 의병, 동학농민운동, 독립운동은 물론 3·15, 4·19, 5·18,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예로부터 예항(藝鄕)이자 문향(文鄕), 의향(義鄕)으로 불린 까닭이다. 예술과 문학의 향기, 의로움의 기개가 높다고 하여 ‘3고(高)’라고 칭하기도 했다.
정도 천년에 맞춰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 등 전라권 3개 시·도는 ‘천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호남의 정체성과 호남인으로서 자긍심을 회복하며 미래 발전의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천년 역사의 재정립과 미래 천년의 창조 기반 구축을 목표로 7개 분야, 30개 사업을 추진한다. 전라감영과 나주목사, 광주읍성 복원을 통해 천년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천년 고찰과 전통 정원을 역사문화체험 루트로 조성해 지역 활성화 방안도 모색한다. 오는 10월 18일을 ‘전라도 천년 기념일’로 제정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도 치른다.
하지만 전라권 3개 시·도의 관계는 예전과 같지 않다. 1895년 1월 지방제도 개편에 따라 전남과 전북으로 양분되고 1986년 11월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점차 소원해졌다. 물리적 분할에 이어 보수정권의 분리 전략도 한몫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광역경제권 때문에 갈등 양상까지 보였다.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지역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충돌하고 경쟁하다 보니 틈새가 벌어진 것이다.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보다 많아지자 ‘영충호 시대’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정치적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다행히 정도 천년을 앞두고 3개 시·도가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재가동하며 공조 체제를 다시 다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라도가 상생 화합의 공동체로 다시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서화와 음식, 문학, 전통정원, 종가문화, 판소리 등 어느 지역보다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예술 자원을 창조적으로 재생해 ‘남도문예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 비익조(比翼鳥)처럼 공동 발전을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올해는 또한 제7회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이다. 오는 6월 13일 전국에서 시·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교육감을 동시에 선출한다. 광주·전남에서만 420여 명의 지방자치 일꾼을 새로 뽑는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실시된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선거인 만큼 인물과 정책 중심으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산적한 지역 현안과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주요 사업에 대해서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호남고속철 2단계와 광주공항 이전,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무안공항·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에너지·자동차·문화콘텐츠 산업 등 3대 밸리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육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5·18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도 속도를 내야 하겠다.
올해로 창사 66주년을 맞는 광주일보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론을 펴며 지역민의 다양한 여론을 대변할 것이다.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를 통해 광주·전남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 천년을 맞이한 전라도가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다.
새해 아침,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