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산율 감소에 따른 인구의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손 부족, 주택 가격 하락, 노령인구 부양 문제 등이 우리 사회의 목하 현실이 됐다.

그 직접적 이유로는 기혼 부부의 출산 지연·기피와 결혼 적령층의 결혼 기피·포기를 들 수 있고, 간접적 이유로는 사회 복지 확대 및 의료 기술 발달에 따른 노령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인구 절벽의 원인이 된 현상들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예견된 문제였으나, 이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수십 년간 방치한 까닭은 결혼이나 출산이 전적으로 개인의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즉, 결혼과 출산의 문제는 개인의 영역이므로 국가는 그에 대한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인식 하에 국가는 불임 부부에 출산 지원금을 지급하고 신혼 부부에게는 주택 자금을 우대 대출하며,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자치단체는 기혼 부부에 대해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이 정도 조치로 충분할까?

유엔인구기금이 발표한 ‘세계 인구현황 보고서(2016년)’에 따르면 한국의 출산율은 1.24로 세계 최하위층(세계 184위)에 속해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1세대가 지나면 우리 사회의 동량지재인 미래 세대의 인구가 기성세대에 비해 40% 감소한다는, 재앙에 가까운 사실이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세계 4위로, 노령화는 최상위층에 속한다. 이것은 여러 명의 젊은이가 노인 한 명을 부양하던 과거와 달리 미래에는 한 명의 젊은이가 여러 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의 지속은 미래 세대의 출산율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해 노동 능력이 있는 인구는 갈수록 감소하고 공적 부조 및 사회적 부양을 요구하는 인구는 증가하여 극단적 고령화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조치는 이러한 악순환을 차단하기에는 너무 부족함이 명약관화하다. 필자의 관점에서 현시점에 이에 대한 방안 두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는 인식의 전환이다. 즉, 위 악순환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지는 결혼·출산할 권리의 법적 성격과 관련이 있다. 예컨대, ‘동성결혼을 할 수 있느냐’는 자유권적 성격과 관련 있다.

반면 ‘결혼을 하게 해 달라’는 것은 자유권적이 아니라 청구권적이다.

자유권적 권리는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이고, 청구권적 권리는 국가에 대해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결혼·출산할 권리가 자유권적 권리에 그친다면 국가가 결혼 장려나 출산 촉진에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나, 청구권적 성격을 인정하면 결혼이나 출산은 개인의 영역에만 속하지 않게 되고 국가가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을 촉진하기 위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따라서 결혼·출산할 권리를 자유권적 권리에서 청구권적 권리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법제화다. 기존 결혼 장려 및 출산 촉진 정책을 하나로 모으고 거기에 청구권적 성격을 가미하여 관련법을 재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결혼은 필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유권적 권리를 넘어 청구권적 권리로써 보호받게 되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현저히 다른 사회 환경 및 가치관의 변화에 처해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도외시하고 그 모든 부담을 젊은이에게 짊어지게 할 수는 없다. 즉 ‘혁신적인’ 결혼관 변화에 맞추어 이제 사회도 다시 ‘혁신적인’ 변화를 할 때가 된 것이다.

물론, 결혼·출산할 권리에 청구권적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아울러 국가 재정적인 문제, 법제화의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이들 중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다.

그러나 현재 직면한 인구 절벽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소멸과 같은 충격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찾을 수 있다면 이를 공론화하고 중지를 모아 문제를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