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린츠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다. 인구 20만명의 공업도시가 전 세계인이 찾는 미디어 아트 도시가 된 데는 축제 ‘아르스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가 큰 역할을 했다.

1979년 9월 시작돼 올해까지 37회 행사를 진행한 아르스일렉트로니카는 미디어 아트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힌다. 미디어 아티스트인 필자가 최고의 미디어 아트 축제의 현장을 찾아 오스트리아 린츠로 떠난 여행은 행복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철강과 화학이 중심이 된 공업도시일 뿐이었던 린츠는 지금 도시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7만 명이 미디어아트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첨단예술의 도시가 됐다.

아르스일렉트로니카는 오늘날 기술과학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화두를 이끌어나가는 주요 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했지만 본래는 음악축제의 일부 행사로 전자음악을 발표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직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전자음악 프로그램을 향한 열광적인 반응과 참여에 힘입어 따로 열리게 된 단발성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 방속국, 전자음악가, 물리학자, 음악 프로듀서가 결합하며 아르스일렉트로니카 대표 축제의 시작이 되었다.

20명의 예술가, 공학자가 참여했던 첫 축제의 성공 이후 오늘날에는 수백 명의 예술가, 이론가, 기획자들이 축제 프로그램에 함께하고 전 세계 500여 언론 매체가 취재를 위해 린츠로 모여든다.

아르스일렉트로니카의 성공적인 모습을 보며 광주가 떠오른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광주 역시 2014년 미디어 아트 창의도시에 가입했고, 광주의 미래가 바로 린츠에 담겨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광주는 민주, 평화, 인권의 도시에서 이제 세계적인 빛의 도시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유구한 남도예술 문화와 민주평화인권의 내적 자산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비엔날레,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광주는 폭발력 있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도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창의도시 가입 등 일시적인 만족과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라고 사업 등을 진행한다면 결코 린츠와 같은 도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특색 없던 무채색의 공업도시 린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첨단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된 게 작은 전자음악페스티벌이었음을 염두에 두고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전문가들의 협업이 이루어질 때 도시 브랜드 가치가 만들어지고 지속성을 갖는 것이다.

린츠는 문화 예술 전통의 토대 위에 20세기 첨단 예술 실험을 진행해왔다. 다양한 매체 기술을 창작 작업과 연결하는 세계적인 예술 흐름에 맞춰 주요 도시별로 길게는 35년, 짧게는 10년 동안 뉴미디어 개발과 연구를 위한 창작연구기관들을 설립했고 그 결과 새로운 예술문화를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또 유럽권 전역에 불어 닥친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 인터렉티브 기술을 활용한 체험교육 등을 갖춘 미디어센터를 운영하고 미래를 내다본 연구계획의 성과를 축적하며 오늘날의 아르스일렉트로니카를 만들어냈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활발히 번져나가고 비엔날레의 형식을 갖춘 예술 축제도 200여 개가 넘는 요즘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축제의 효용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 광주도 광주비엔날레, 아시아문화전당, 광주문화재단, 광주시립미술관’ 등의 우수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성과 장소성 그리고 역사성을 고려한 기획과 비전이 더해진다면 광주에는 세계에서 사랑받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가 될 것이다.



* 이이남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동대학원 미술학 박사

-벨기에·뉴욕 등지서 46회 개인전, 2015베니스비엔날레 ‘개인의 구축물’ 전시

-2015광주유니버시아드 미술총감독, 2015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막식 미디어아트 감독 등 역임

-광주 미술상·대한민국 올해의 청년작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