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6>공양이 전문서점 '슈뢰딩거'
2017년 12월 04일(월) 00:00 가가
세 마리 입양한 김미정씨 고양이 매력에 ‘푹’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 서점 열어
해외 희귀 고양이 서적 등 200종 500여권
열쇠고리·펜·메모지·엽서 등 소품·인형도
어학 강좌·작가 만남 등 복합문화공간 진화
“고양이 컨텐츠 플랫폼·유기묘 쉼터 됐으면”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 서점 열어
해외 희귀 고양이 서적 등 200종 500여권
열쇠고리·펜·메모지·엽서 등 소품·인형도
어학 강좌·작가 만남 등 복합문화공간 진화
“고양이 컨텐츠 플랫폼·유기묘 쉼터 됐으면”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슈뢰딩거’ 전경.
책방에 들어서자 금방이라도 품속으로 달려들 것 같은 고양이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그 뒷편에는 고양이를 테마로 한 그림책에서부터 에세이, 소설, 사진집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책과 책 사이에는 열쇠고리, 펜, 메모지, 엽서 등 각양각색의 고양이 소품과 인형등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야말로 ‘고양이 천국’이었다.
문득, 이런 독특한 서점을 낸 주인장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주인공은 김미정(32)씨. 조르바, 미온, 다윈의 세마리 고양이를 입양한 인연으로 고양이 서점의 책방지기가 됐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녀는 책과 고양이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양이 책’을 업(業)으로 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이 돌보고 있는 고양이로 화제가 옮겨지자 그녀의 눈빛이 빛난다.
“첫째 조르바는 남편의 지인이 길거리에서 거둔 고양이의 새끼를 입양한 거예요. 둘째 미오는 대학생이 돌보다 사정이 생겨 못 키우게 돼 입양했고, 막내 다윈은 작년 9월 서점 근처에서 유기된 고양이예요. 3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고양이 매력에 푹 빠졌어요.”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점이 그녀를 ‘냥덕’(고양이 덕후의 줄임말)의 세계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난생 처음으로 입양한 고양이 조르바의 영향이 컸다. “조르바를 키우는 동안 적지 않은 실수를 겪었어요. 마음만 앞섰지 정작 고양이의 특성에 대해선 무지했거든요. 조금만 더 고양이를 이해했더라면 잘 돌봐줄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게 후회가 됐어요. 나 같은 사람이 꽤 있겠다 싶어 고양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고안해냈죠. 제가 좋아하고 잘 아는 주제여서 책방 운영에 자신도 있었고요.”
책방 명칭인 ‘슈뢰딩거’는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1887-1961)가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증명하려 고안한 사고실험에서 따왔다. 이름하여 ‘슈뢰딩거의 고양이’. 내용은 이렇다. 고양이가 방사성 핵이 든 기계와 함께 상자에 갇힌다. 핵은 50%확률로 한시간 안에 붕괴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즉, 상자를 열어 볼 때까지 고양이는 죽어 있거나 동시에 살아 있는 존재다.
“이 책방도 마찬가지예요. 고객이 원하는 게 있을 확률이 50%, 그렇지 않을 확률이 50%인 셈이죠. (고객이) 들어오기 전에는 몰라요. 조건반사실험인 파블로프 개의 ‘고양이 버전’이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얼마전에는 물리학을 공부한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했어요.(웃음)”
그렇다면 김 대표만의 책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책방이 망한다면 내가 소장하고 싶은 책’. 처음 책방을 오픈할 때 부터 고수해온 철학인데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걸 보면’ 그녀의 안목이 통한 것 같다.
‘슈뢰딩거’의 고객은 단연 애묘인(愛描人)들이다. 고양이 집사 김 대표의 노하우는 수많은 애묘인들을 이 곳으로 불러들인다. 시선이 닿는 곳 마다 가지고 싶은 욕구를 건드리는 책들이다 보니 빈손으로 나가는 고객이 거의 없다.
근래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의 높은 관심도 ‘슈뢰딩거’에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고양이 관련 콘텐츠는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울 정도다. 단행본이나 간행물에서 부터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 문학, 영화, 소품점, 비슷한 컨셉의 고양이 책방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출판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말까지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두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가 애묘인이나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책공장더불어 刊). “외국에선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족을 읽은 슬픔과 동등하게 인식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선 ‘오버한다’ ‘유난떤다’는 식의 반응이 많아요. 이 책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반려동물의 상실감에 대비하는 지혜를, 일반 독자에게는 그런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줘요.”
고양이 책방의 ‘맏이’답게 ‘슈뢰딩거’는 책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서점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고객들은 책을 보며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어 클래스에서 부터 사진, 드로잉, 글쓰기 등의 강좌와 작가와의 만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중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고양이 관련 책과 자료를 구하기 위해 1년에 4∼5차례 일본을 찾는다. “책방을 오픈한지 2년 밖에 안됐지만 고양이 관련 콘텐츠의 플랫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되고 싶어요. 애묘인을 위한 아지트 뿐만 아니라 유기묘들이 마음껏 뛰어 놀다 입양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요.”
/서울 글·사진=박진현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첫째 조르바는 남편의 지인이 길거리에서 거둔 고양이의 새끼를 입양한 거예요. 둘째 미오는 대학생이 돌보다 사정이 생겨 못 키우게 돼 입양했고, 막내 다윈은 작년 9월 서점 근처에서 유기된 고양이예요. 3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고양이 매력에 푹 빠졌어요.”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점이 그녀를 ‘냥덕’(고양이 덕후의 줄임말)의 세계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 책방도 마찬가지예요. 고객이 원하는 게 있을 확률이 50%, 그렇지 않을 확률이 50%인 셈이죠. (고객이) 들어오기 전에는 몰라요. 조건반사실험인 파블로프 개의 ‘고양이 버전’이라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얼마전에는 물리학을 공부한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했어요.(웃음)”
그렇다면 김 대표만의 책을 고르는 기준은 뭘까. ‘책방이 망한다면 내가 소장하고 싶은 책’. 처음 책방을 오픈할 때 부터 고수해온 철학인데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걸 보면’ 그녀의 안목이 통한 것 같다.
‘슈뢰딩거’의 고객은 단연 애묘인(愛描人)들이다. 고양이 집사 김 대표의 노하우는 수많은 애묘인들을 이 곳으로 불러들인다. 시선이 닿는 곳 마다 가지고 싶은 욕구를 건드리는 책들이다 보니 빈손으로 나가는 고객이 거의 없다.
근래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의 높은 관심도 ‘슈뢰딩거’에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고양이 관련 콘텐츠는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울 정도다. 단행본이나 간행물에서 부터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 문학, 영화, 소품점, 비슷한 컨셉의 고양이 책방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출판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말까지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두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녀가 애묘인이나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책공장더불어 刊). “외국에선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족을 읽은 슬픔과 동등하게 인식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선 ‘오버한다’ ‘유난떤다’는 식의 반응이 많아요. 이 책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반려동물의 상실감에 대비하는 지혜를, 일반 독자에게는 그런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줘요.”
고양이 책방의 ‘맏이’답게 ‘슈뢰딩거’는 책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서점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고객들은 책을 보며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어 클래스에서 부터 사진, 드로잉, 글쓰기 등의 강좌와 작가와의 만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중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고양이 관련 책과 자료를 구하기 위해 1년에 4∼5차례 일본을 찾는다. “책방을 오픈한지 2년 밖에 안됐지만 고양이 관련 콘텐츠의 플랫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되고 싶어요. 애묘인을 위한 아지트 뿐만 아니라 유기묘들이 마음껏 뛰어 놀다 입양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요.”
/서울 글·사진=박진현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