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도시 아이콘이 되다] <5> 대전 ‘도시여행자’
2017년 11월 13일(월) 00:00 가가
삶은 여행 여행은 삶 2030 문화 아지트
수많은 책이 비치된 매장 한켠에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최근 대전의 원도심 대흥동에 자리한 ‘도시여행자’를 찾았다. 노후화된 건물과 색바랜 간판,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 좁은 골목이 세월의 두께를 느끼게 했다. 서점 앞에 다다르자 유리창에 하얀색으로 크게 써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삶은 여행. 여행은 삶’.
‘도시여행자’는 소문난 책방이자 여행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여행자카페다. 지난 2011년 결혼한 김태준(32·도시여행자 대표)·박은영(32·시티페스타 예술감독)씨는 여행자들을 위한 카페로 문을 열었지만 여행, 라이프,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아지트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2014년 여행전문서점을 오픈했다. 김씨 부부와 뜻을 같이하는 박세형(34·커피디렉터), 신승리(31·북 디렉터), 김유진(21·베이킹 파트너), 김은지(26·커피 파트너)씨가 참여하면서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다른 책방과 달리 여행관련 팜플릿과 자료, 기념품 등이 풍성한 것도 그런 이유다.
책방은 1층 서가와 2층 여행카페로 구분돼 있다. 9평 정도의 1층 매장의 서가는 수많은 여행서적과 에세이, 라이프 스타일 관련 책자들이 가득했다. 서점 한켠에는 여느 커피숍에서 볼 수 있는 음료 메뉴판과 커피머신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 옆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카운터 쪽으로 눈을 돌리자 손때 묻은 표지의 방명록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들춰 보니 따뜻한 글과 그림들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여행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여행관련 책, 소품 하나 하나 눈길 가는게 많아 즐겁네요. 도시여행자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장소예요!!-2015년 11월15일 JY with YJ”.
이런 특별한 매력은 한달 평균 500∼1000권의 책이 판매되는 성과로 이어진다. 온라인 서점에 비해 비치된 도서는 많지 않지만 여행경험이 풍부한 김씨 부부와 북 디렉터, 그리고 전문가 수준의 단골 독자들이 엄선한 추천도서 덕분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약주문이 10%에 이를 만큼 열혈팬도 많다. 온라인 서점에 비해 배송되기까지 시일이 걸리지만 독자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한다. 또한 매월 4권의 책을 ‘알아서’ 보내달라고 전화로 신청하는 ‘묻지마 구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도시여행자’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점의 2층(16평 규모)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이자 문화플랫폼이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여행경험이 많은 김씨 부부의 여행여정이 생생하게 녹아 있어 방문객들의 관심이 뜨거운 곳이다. 또한 여행 사진이나 그림 등이 전시된 한평갤러리도 만날 수 있다. 특히 2층은 21개에 이르는 소모임 활동과 작가와의 대화 등이 펼쳐지는 문화난장이기도 하다. 음악 모임 ’음악도시’, 라면을 먹으며 세상이야기를 나누는 라면 모임 ’4분 30초’, 산을 즐기는 등산모임 ‘산타’, 축구여행 모임, 첫 독서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돗자리 모임’ 등 다양하다.
사실 ‘도시여행자’는 다른 서점과 달리 크고 작은 문화예술관련 기획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결혼전 미장센 단편영화제 큐레이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박은영씨는 남편과 함께 도시여행자 여행페스티벌(시티 페스타) ‘로맨틱 대전’(2016년), ‘아름다운 공존’(2017년) 등을 선보여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시티 페스타는 도시여행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이예요. 삶은 여행이라는 모티브를 내걸고 매년 가을에 진행하는 데 핵심은 지역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가치 있는 일을 함께 나누자는 거예요. 옛 충남도청사(등록문화재 18호)를 시티페스타 무대로 기획한 것도 그 때문이예요. 한때 옛 충남도청사를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해 시민들의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랬거든요.”(김준태)
김씨 부부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우선 공간이 협소한 현재의 서점을 인근 4층 건물로 이전해 보다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진행하고 싶단다. 장기적으로는 여행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우는 여행도서관과 여행자은행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행도서관은 ‘행운의 편지’처럼 20건의 릴레이 여행 독후감을 모아 서가에 비치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예요. 예를 들면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면 그 독자는 책을 읽고 독후감 카드를 작성한 다음 자신의 지인에게 책을 전달하는 방식이예요. 그리고 마지막 20번째로 책을 받은 사람이 책과 독후감을 ’도시여행자’에게 반송하면 프로젝트는 끝나게 돼요. 현재 뉴질랜드, 콜럼비아의 한인청년들에게 책이 보내졌는데 아마도 2년 후쯤 첫번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행자은행은 여행을 가고 싶지만 경비가 부족한 청년에게 저희가 여행경비를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예요. 그러러면 저희가 하루 빨리 부자가 돼야겠죠(웃음)”(박은영)
/대전=박진현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도시여행자’는 소문난 책방이자 여행에 관한 생생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여행자카페다. 지난 2011년 결혼한 김태준(32·도시여행자 대표)·박은영(32·시티페스타 예술감독)씨는 여행자들을 위한 카페로 문을 열었지만 여행, 라이프,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아지트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2014년 여행전문서점을 오픈했다. 김씨 부부와 뜻을 같이하는 박세형(34·커피디렉터), 신승리(31·북 디렉터), 김유진(21·베이킹 파트너), 김은지(26·커피 파트너)씨가 참여하면서 본 궤도에 오르게 됐다. 다른 책방과 달리 여행관련 팜플릿과 자료, 기념품 등이 풍성한 것도 그런 이유다.
예약주문이 10%에 이를 만큼 열혈팬도 많다. 온라인 서점에 비해 배송되기까지 시일이 걸리지만 독자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한다. 또한 매월 4권의 책을 ‘알아서’ 보내달라고 전화로 신청하는 ‘묻지마 구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도시여행자’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점의 2층(16평 규모)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이자 문화플랫폼이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여행경험이 많은 김씨 부부의 여행여정이 생생하게 녹아 있어 방문객들의 관심이 뜨거운 곳이다. 또한 여행 사진이나 그림 등이 전시된 한평갤러리도 만날 수 있다. 특히 2층은 21개에 이르는 소모임 활동과 작가와의 대화 등이 펼쳐지는 문화난장이기도 하다. 음악 모임 ’음악도시’, 라면을 먹으며 세상이야기를 나누는 라면 모임 ’4분 30초’, 산을 즐기는 등산모임 ‘산타’, 축구여행 모임, 첫 독서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돗자리 모임’ 등 다양하다.
사실 ‘도시여행자’는 다른 서점과 달리 크고 작은 문화예술관련 기획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결혼전 미장센 단편영화제 큐레이터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박은영씨는 남편과 함께 도시여행자 여행페스티벌(시티 페스타) ‘로맨틱 대전’(2016년), ‘아름다운 공존’(2017년) 등을 선보여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시티 페스타는 도시여행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이예요. 삶은 여행이라는 모티브를 내걸고 매년 가을에 진행하는 데 핵심은 지역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가치 있는 일을 함께 나누자는 거예요. 옛 충남도청사(등록문화재 18호)를 시티페스타 무대로 기획한 것도 그 때문이예요. 한때 옛 충남도청사를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해 시민들의 휴식과 힐링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랬거든요.”(김준태)
김씨 부부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우선 공간이 협소한 현재의 서점을 인근 4층 건물로 이전해 보다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진행하고 싶단다. 장기적으로는 여행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우는 여행도서관과 여행자은행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행도서관은 ‘행운의 편지’처럼 20건의 릴레이 여행 독후감을 모아 서가에 비치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예요. 예를 들면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면 그 독자는 책을 읽고 독후감 카드를 작성한 다음 자신의 지인에게 책을 전달하는 방식이예요. 그리고 마지막 20번째로 책을 받은 사람이 책과 독후감을 ’도시여행자’에게 반송하면 프로젝트는 끝나게 돼요. 현재 뉴질랜드, 콜럼비아의 한인청년들에게 책이 보내졌는데 아마도 2년 후쯤 첫번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행자은행은 여행을 가고 싶지만 경비가 부족한 청년에게 저희가 여행경비를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예요. 그러러면 저희가 하루 빨리 부자가 돼야겠죠(웃음)”(박은영)
/대전=박진현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시리즈는 삼성언론재단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