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들에게 문화를 즐기는 일이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미술관 같은 곳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아올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미술관을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옮겨버리기로 결심을 한 청년이 있다. 바로 ‘아우라 팩토리’의 김정훈 대표(35).

‘아우라 팩토리’의 주 사업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찾아가는 이동 갤러리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직접 찾아가 그림 전시회를 열어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소개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인 야시장, 김대중 컨벤션센터, 각종 지역 축제, 학회장 등 다양한 크고 작은 곳에서 이동 갤러리를 열었다.

언뜻 보기에도 수익성이 좋을 것 같지 않은 사업 아이템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소수가 누리는 미술 영역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즐겼으면 하는 고민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에 진학을 하고 이후 석사까지 마쳤다. 미술을 좋아해서 미대를 가게 됐지만 그러나 모든 선택에서 돈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미술 이론 쪽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졸업 후 사회에 나와서도 월급을 염두 해두고 직업을 찾았다. 적성보다는 사회적인 안정을 택한 것이다.

“저는 누구보다 나태하고 게으른 사람이었어요. 삶에 대한 적극성도 없고 고민도 별로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30대 초반의 늦은 나이까지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큰 어려움 없이 지냈습니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창업의 길로 뛰어들게 됐을까. 김 씨는 “우연히 창업지원사업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이 삶의 모습을 바꿔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과거에 생각했던 안정적인 삶과 지금의 삶과는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일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서민생활창업지원 사업을 통해 시작했다. 차량 및 장비들을 구매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동 갤러리를 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데 어떻게 하면 그림 구매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어요.”

그는 소비자들 접근이 가능한 가격대의 그림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지 구매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끝에 원화 그림을 실사출력해 대중적인 가격으로 보급해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아우라 팩토리는 일반 소비자가 관심을 끌만한 저렴한 예술품이나 상품들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 매출뿐 아니라 작품을 만들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끔 수익구조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또 발산마을에 작은 전시장도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작가들이 개인전을 열 수 있게 도와준다. 최근에는 신진작가인 김은희씨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그림,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의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사업을 진행하며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지금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다. 이동 갤러리를 홍보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전시장 인테리어를 직접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삶에 대한 태도는 예전과 확연히 바뀌었다고, 김대표는 말한다.

“아직 ‘안정과 돈’이라는 테두리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들을 풀어나갈 것인가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요. 사회가 정한 직업과 역할을 찾는 게 아니라 제가 하고자 하는 일과 역할을 탐색하는 것이지요.”

사업을 시작하며 야외전시 기획, 강연, 경매진행, 인테리어 등 지금껏 해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는 김 대표. 그는 오늘도 예술과 일상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거리에서 이동 갤러리를 발견하거나, 발산마을에 간다면 ‘아우라 팩토리’에 꼭 들러 멋진 작가들의 예술품을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김태진 청년기자

oneotbman@naver.com





-청년문화공간 ‘동네줌인’대표

-움직이는 스튜디오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