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 <6> 일본 가마쿠라-이인성
2017년 08월 17일(목) 00:00 가가
시간 멈춰 선 해변길서 ‘슬램덩크’ 속 강백호 마주칠 듯
가마쿠라 해변의 휴식
가깝고도 먼나라 일본에 와 있다.
아슬아슬 부딪힐까 타는 사람이 불안한 작은 마을의 건물들 사이로 지하철은 익숙한 듯 달리고 군데 군데 수국이 보인다. 이곳, 시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어느새 지하철이 멈춘곳은 에노시마역.
무슨 연이 있어서 이곳까지 왔을까.
항상 해오던 장르의 작품이 아닌 새로운 작품에 대한 도전의 과정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 삶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도전이라면 그 도전이란 것이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것임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건 매번 마찬가지다.
새로운 발걸음은 새로운 곳으로 인도하는 것일까? 그 과정의 휴식처이자 잠시나마 바쁜 일정의 도피처로서 일본에서 만난 동료 작가들과 요코하마에서 멀지 않은 이곳을 여행지로 택했다.
우리가 찾은 곳은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고 당시 학창시절 한번쯤 따라그려 보려 시도했던 강백호와 서태웅이 나오는 만화 ‘슬램덩크’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 마을이다. 검은 모래 가마쿠라 해변과 일본의 3대 불상중 하나인 가마쿠라 대불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가 가까이 있어 반사돼 그런지 파랗고 높은 하늘이 인상적이다. 높게 일렁이는 파도를 즐기러 많은 서퍼들이 찾는 이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세상의 시계를 잃어버린 양 여유롭게 해변을 대하며 즐기고 있었다.
넓은 해변 가에 앉아 둘의 대화를 이어가는 연인, 해변으로 통하는 계단 아래서 사색하는 사람 등 요 근래 보기 드문 여유로운 모습과 이곳의 악동이라는 하늘 위를 유영하는 솔개들의 모습들을 관찰하자니 빠르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 서서히 멈추는 기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어느 모래사장. 방파제 같은 곳을 따라 걸으니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넘실거리는 파도 여기저기 자리잡은 낚시꾼, 작은 점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바다와 가게들 사이에 위치한 모래사장 근처에 가득하다. 한 바퀴 걸음에 덥혀진 몸을 물속에 들어가 식히기로 했다. 우리는 자연스레 모래사장에 눕거나 발목이 잠길 정도의 깊이를 유지하며 해변을 걷기도 하고 교대로 물속을 드나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그림자가 길어지니 밀려오는 파도속에 몸을 담그고 바다 쪽을 응시하는 외국 청년작가들의 모습이 어느새 까맣게 실루엣으로 보인다. 이와 대비돼 바다의 물결은 햇빛에 반짝이며 부서진다. 각국에서 온 이 빛나는 친구들이 잠시 지나면 다시 제각각 썰물에 떠밀리듯 제자리로 돌아가겠지. 앞으로 우리는 어떤 행보들을 가지고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까. 또 다시 사색에 잠긴다.
젖은 옷을 말리며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오래된 디자인의 전철과 건널목을 보니 마치 하굣길의 강백호를 마주칠 듯한 착각이 든다.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집들과 가게들은 언제나 이 모습 이대로 이 곳에 자리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물놀이도 했겠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깔끔한 어느 식당에 들렀고 유명하다는 ‘시라스동’을 접했다. 생멸치 치어라고 해야 할까. 작고 투명한 작은 물고기들이 따뜻한 밥 위에 올라와 있다. 생각보다 느끼함이 있어 익힌걸 시킬걸 그랬나 후회도 잠시, 담백함도 함께 따라온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자 해변의 마지막 코스마냥 어두워진 저녁 하늘 아래 에노시마 섬이 실루엣을 드리운다.
돌아가기 위해 전철을 기다리는 역엔 잊지 말고 기억하란 듯이 시라스동의 물고기를 나타낸 하얀 모형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를 건넨다. 이제 곧 다시 일상의 틈새로 들어가야 하겠지. 잠시나마 시간을 멈추고,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닌, 만화나 영화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어서일까.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마주할 일상에 파이팅 할 용기가 생긴다.
언젠가 삶에 지치면 이 기억을 안고 시간을 멈추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아야지. 이런 것이 여행의 소중함이구나. 많은 실수와 성공 안에서 강백호가 지겹게 주장하던 “난 천재니까!”라는 대사를 오늘만은 우리의 대사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 앞에 기다리는 일들이 많겠지만 우리는 지금처럼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왜냐하면 “우린 천재니까!”
-조선대학교 미술대학및 동대학원 졸업
-광주신세계 미술제 대상
-일본 코가네쵸바잘 레지던시
-광주 미테 우그로 단기입주작가
-광주 시립미술관 북경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광주 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입주작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시간강사 출강
-개인전 ‘Histopia’, 갤러리리채, 광주 외 6회
(한국, 중국, 태국)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아슬아슬 부딪힐까 타는 사람이 불안한 작은 마을의 건물들 사이로 지하철은 익숙한 듯 달리고 군데 군데 수국이 보인다. 이곳, 시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어느새 지하철이 멈춘곳은 에노시마역.
무슨 연이 있어서 이곳까지 왔을까.
항상 해오던 장르의 작품이 아닌 새로운 작품에 대한 도전의 과정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 삶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도전이라면 그 도전이란 것이 익숙하지 않은 생소한 것임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건 매번 마찬가지다.
우리가 찾은 곳은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고 당시 학창시절 한번쯤 따라그려 보려 시도했던 강백호와 서태웅이 나오는 만화 ‘슬램덩크’와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 마을이다. 검은 모래 가마쿠라 해변과 일본의 3대 불상중 하나인 가마쿠라 대불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넓은 해변 가에 앉아 둘의 대화를 이어가는 연인, 해변으로 통하는 계단 아래서 사색하는 사람 등 요 근래 보기 드문 여유로운 모습과 이곳의 악동이라는 하늘 위를 유영하는 솔개들의 모습들을 관찰하자니 빠르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 서서히 멈추는 기분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그림자가 길어지니 밀려오는 파도속에 몸을 담그고 바다 쪽을 응시하는 외국 청년작가들의 모습이 어느새 까맣게 실루엣으로 보인다. 이와 대비돼 바다의 물결은 햇빛에 반짝이며 부서진다. 각국에서 온 이 빛나는 친구들이 잠시 지나면 다시 제각각 썰물에 떠밀리듯 제자리로 돌아가겠지. 앞으로 우리는 어떤 행보들을 가지고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까. 또 다시 사색에 잠긴다.
젖은 옷을 말리며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오래된 디자인의 전철과 건널목을 보니 마치 하굣길의 강백호를 마주칠 듯한 착각이 든다.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집들과 가게들은 언제나 이 모습 이대로 이 곳에 자리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물놀이도 했겠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깔끔한 어느 식당에 들렀고 유명하다는 ‘시라스동’을 접했다. 생멸치 치어라고 해야 할까. 작고 투명한 작은 물고기들이 따뜻한 밥 위에 올라와 있다. 생각보다 느끼함이 있어 익힌걸 시킬걸 그랬나 후회도 잠시, 담백함도 함께 따라온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자 해변의 마지막 코스마냥 어두워진 저녁 하늘 아래 에노시마 섬이 실루엣을 드리운다.
돌아가기 위해 전철을 기다리는 역엔 잊지 말고 기억하란 듯이 시라스동의 물고기를 나타낸 하얀 모형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를 건넨다. 이제 곧 다시 일상의 틈새로 들어가야 하겠지. 잠시나마 시간을 멈추고,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닌, 만화나 영화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어서일까.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마주할 일상에 파이팅 할 용기가 생긴다.
언젠가 삶에 지치면 이 기억을 안고 시간을 멈추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아야지. 이런 것이 여행의 소중함이구나. 많은 실수와 성공 안에서 강백호가 지겹게 주장하던 “난 천재니까!”라는 대사를 오늘만은 우리의 대사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 앞에 기다리는 일들이 많겠지만 우리는 지금처럼 잘 해낼 수 있을거야! 왜냐하면 “우린 천재니까!”
-조선대학교 미술대학및 동대학원 졸업
-광주신세계 미술제 대상
-일본 코가네쵸바잘 레지던시
-광주 미테 우그로 단기입주작가
-광주 시립미술관 북경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광주 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입주작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시간강사 출강
-개인전 ‘Histopia’, 갤러리리채, 광주 외 6회
(한국, 중국, 태국)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