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는 ‘슬로시티’의 대명사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인증(2007년)에 구들장논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2013년) 등을 계기로 대표적 섬 관광지가 됐다. 청산도 슬로길은 제주 올레길과 더불어 ‘국가대표급 걷기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완도군이 주변 마을 주민들의 삶과 전해내려오는 설화, 풍경 등 역사·문화·자연자원을 활용해 7개의 길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스토리를 입혔다. 섬의 정취, 사람 사는 이야기로 걷는 내내 심심할 틈이 없는 매혹적 이야기가 있어야 누구나 걷고 싶은 명품 길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완도군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7개 슬로길에 이야기를 입히고 주변 자연자원을 관광자원으로 발굴, 여행객들의 발길을 불러모은다는 구상이다.

◇남도소릿길∼들국화길까지=청산도 슬로길에 입힌 스토리는 주변 풍광과 스토리를 보고 접하며 ‘느리게 걷고(緩步), 웃으며 걷다(莞步) 보면, 어느새 완보(完步)하게 되는 길’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널리 알려진 스토리는 남도소릿길이라는 1코스(5.71㎞)다. 한국 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의 명장면, 주인공 세 사람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구불구불한 돌담길을 걷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라 서편제길로도 불린다.

2코스(2.1㎞)에는 사랑의 하트조형물에서 따온 듯 ‘사랑길’이라는 스토리가 입혀졌다. 청진산성을 지키는 무사와 기생이 사랑에 빠졌는데 원님의 분노를 피해 영원한 사랑을 택해 청산의 바다와 별이 됐다는 이야기를 하며 청산 바닷가 파도소리와 숲 속 풍광을 느껴보라는 게 완도군 설명이다.

3코스(4.54㎞)에는 청산도 역사문화자원이 가장 많은 길로, 청산진성, 당리마을, 구들장논, 고인돌, 초분 등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길로, 고인돌길로 불린다. 완도군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당리마을과 국내 하나 뿐인 물펌프 등을 엮어 주민들의 삶을 풀어냈다.

4코스(1.8㎞)는 제주도 올레길 7코스와 비교할만한 ‘낭길’로 시간이 없더라도 안 걸으면 후회하는 길로 설명했다. 바다와 접한 절벽길이 주는 짜릿함과 해송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걷는 맛을 길에 입혔다.

5코스(5.54㎞)는 범바위를 활용, ‘호랑이조차 탐을 생명기운을 받는 생명바윗길’로 소개했다. 산신이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열가지(십장생)를 청산도로 불렀는데 초대받지 않은 범이 왔다가 산신의 노여움을 받고 쫓겨나다 뒤쫓지못하는 어린 범을 돌아보며 바위로 변했다는 설화를 길에 입혔다.

6코스(5.115㎞)는 척박한 땅을 논으로 일군 섬 주민들의 팍팍한 삶을 만날 수 있는 점을 감안, 순례길 스토리를 입혔고 7코스(6.21㎞)는 마을전체가 돌담으로 이뤄진 상서리·동촌리에서 따온 돌담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리산 고사목을 떠올리는 목섬 해송, 숨겨진 비경이라는 ‘새목아지’를 볼 수 있는 길로 소개하고 있다.

◇스토리에 관광자원을 결합하면=완도군은 7개 슬로길에 입힌 스토리와 연계한 주변경관 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기반 시설과 여행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걷기 여행객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예를 들면 서편제의 원작인 이청준의 남도소리를 비롯, 탁족우물, 구들장논, 다랭이논, 고사목, 장기미 메꽃 절벽, 항도 바다새 바위, 읍리 물펌프, 청산도탕, 전복빵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전 세계인이 찾는 명품 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슬로길의 매혹적 이야기와 관광자원을 발굴, 홍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완도=정은조기자·전남주재총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