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청년을 말하다] <9> 바느질로 비행청년 캐릭터 만드는 이루리씨
2017년 08월 02일(수) 00:00 가가
세심하게 진심 담아 … 한땀 한땀 희망을 그리다
고교시절 패션쇼 동아리 가입 바느질 관심
새로운 경험하고파 프랑스서 크로키 배워
업사이클링 디자인·공방·그림일기 워크숍 활동
고교시절 패션쇼 동아리 가입 바느질 관심
새로운 경험하고파 프랑스서 크로키 배워
업사이클링 디자인·공방·그림일기 워크숍 활동
업사이클링 디자이너 이루리씨는 버려진 물건들을 활용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한다.
요즘 욜로(YOLO)라는 말을 흔히 쓴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다.(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를 뜻한다. 욜로는 소비적 행태를 넘어, 한 번 뿐인 인생을 풍요롭고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 한 번 뿐인 인생을 비행하며 자아를 모색하는 ‘비행청년’이 있다. 바느질로 ‘비행청년’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이루리(29)씨를 소개한다.
“여기저기, 요리조리 바느질하는 이루리입니다.”
이씨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교육, 공방운영, 제품제작, 그림일기 워크숍 등 바느질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수와 달리,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이씨가 처음으로 바느질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시절, 의상을 제작해 패션쇼를 하는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부터다. 손바느질로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재미를 느꼈다. 이후, 호남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이씨는 대입합격 소식을 들은 후 불어공부를 시작했다. 프랑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학이면 프랑스 문화원에서 불어 수업을 들으며 꾸준히 불어실력을 향상시켜나갔다.
“살면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 의미있는 순간들, 잊지 못할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제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씨는 원하던 대로 교환학생프로그램에 선발돼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지낸 일 년은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예술대학에서 크로키 수업을 받으며 그림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늘을 올려보는 습관도 얻었다. 귀국 후, 그녀는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로서 출발이었다.
“우연히 ‘집밥’이라는 식사모임에 나갔어요. 환경을 사랑하고 업사이클링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죠. 그때 모임 주최자가 폐안전벨트를 건넸어요. 제가 재봉틀을 다룰 줄 아니까 이 소재를 이용해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당시 업사이클링이란 개념조차 생소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활용 가치를 높여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녀는 다음 모임에 폐안전벨트로 필통을 만들어 가지고 나갔다. 사람들은 재밌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사이클링에 비전을 발견한 이씨는 폐차장을 직접 찾아 안전벨트를 구해 자신만의 디자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5년 대인예술시장 메이커스 스튜디오에 입주하여 폐안전벨트 아트상품을 개발하고, 아트숍 ‘미담’에 업사이클링 제품을 입점·판매했다.
이씨는 메이커스 스튜디오 결과발표전시에 ‘비행청년’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버려지는 필름에 비행청년의 모습을 바느질로 표현하고 모빌형태로 설치한 작품이다. 비행청년의 모티브는 ‘나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고, 바람이 어디에서 부는 지 알 수 없다.’에서 가져왔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아 일기장에 기록해 둔 문장이었다.
“비행청년은 자신의 인생을 비행하며 자아를 모색하는 사람을 뜻해요.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든 사람이 비행청년이죠.”
최근에 ‘비행청년 프로젝트’로 ‘낙화산’이라는 그림책을 출판했다. 2016년 광주청년센터 더숲에서 진행한 ‘청년도전사업’ 의 결과물이다. 낙화산은 흐드러지며 떨어지는 꽃잎이 마치 낙하산처럼 보인 데서 착안한 이름이다. 고개 숙이고 떨어지는 꽃잎이라도 신나게 마지막 비행해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진 후, 마른 꽃이 되어가는 과정을 바느질로 보여준다. 꽃이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이씨에게 특별하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발산하는 느낌을 표현했다.
“외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힘겹게 숨을 쉬고 계셨어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고 소식을 들었는데, 책 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머리를 스쳤죠. 장례식장으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작업실에서 뜬눈으로 마지막 작업을 마쳤어요.”
책의 마지막 장면은 잔향으로 오래 기억되는 마른 꽃 모양이다. 그녀가 기억하고 싶은 외할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콩기름으로 인쇄한 이 책은 한 권이 판매될 때마다 다른 한 권이 심리적 소외계층에 기부된다.
이씨는 세상에 수많은 ‘비행청년’에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모임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한다. 혼자만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하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는 조언을 더한다. 소심한 성격을 세심함으로, 진심을 담아 작업하며 살고 싶다는 그녀의 흥미진진한 비행이 기대된다.
/글·사진=송재영 청년기자 tarajay@naver.com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운영
-작가·필명 ‘타라재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씨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교육, 공방운영, 제품제작, 그림일기 워크숍 등 바느질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수와 달리,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이씨가 처음으로 바느질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시절, 의상을 제작해 패션쇼를 하는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부터다. 손바느질로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재미를 느꼈다. 이후, 호남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이씨는 대입합격 소식을 들은 후 불어공부를 시작했다. 프랑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학이면 프랑스 문화원에서 불어 수업을 들으며 꾸준히 불어실력을 향상시켜나갔다.
이씨는 원하던 대로 교환학생프로그램에 선발돼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지낸 일 년은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예술대학에서 크로키 수업을 받으며 그림그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하늘을 올려보는 습관도 얻었다. 귀국 후, 그녀는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업사이클링 디자이너로서 출발이었다.
당시 업사이클링이란 개념조차 생소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활용 가치를 높여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녀는 다음 모임에 폐안전벨트로 필통을 만들어 가지고 나갔다. 사람들은 재밌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사이클링에 비전을 발견한 이씨는 폐차장을 직접 찾아 안전벨트를 구해 자신만의 디자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5년 대인예술시장 메이커스 스튜디오에 입주하여 폐안전벨트 아트상품을 개발하고, 아트숍 ‘미담’에 업사이클링 제품을 입점·판매했다.
이씨는 메이커스 스튜디오 결과발표전시에 ‘비행청년’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버려지는 필름에 비행청년의 모습을 바느질로 표현하고 모빌형태로 설치한 작품이다. 비행청년의 모티브는 ‘나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고, 바람이 어디에서 부는 지 알 수 없다.’에서 가져왔다.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담아 일기장에 기록해 둔 문장이었다.
“비행청년은 자신의 인생을 비행하며 자아를 모색하는 사람을 뜻해요.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든 사람이 비행청년이죠.”
최근에 ‘비행청년 프로젝트’로 ‘낙화산’이라는 그림책을 출판했다. 2016년 광주청년센터 더숲에서 진행한 ‘청년도전사업’ 의 결과물이다. 낙화산은 흐드러지며 떨어지는 꽃잎이 마치 낙하산처럼 보인 데서 착안한 이름이다. 고개 숙이고 떨어지는 꽃잎이라도 신나게 마지막 비행해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한 송이의 꽃이 피고 진 후, 마른 꽃이 되어가는 과정을 바느질로 보여준다. 꽃이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이씨에게 특별하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명력을 발산하는 느낌을 표현했다.
“외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 힘겹게 숨을 쉬고 계셨어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부고 소식을 들었는데, 책 작업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머리를 스쳤죠. 장례식장으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작업실에서 뜬눈으로 마지막 작업을 마쳤어요.”
책의 마지막 장면은 잔향으로 오래 기억되는 마른 꽃 모양이다. 그녀가 기억하고 싶은 외할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콩기름으로 인쇄한 이 책은 한 권이 판매될 때마다 다른 한 권이 심리적 소외계층에 기부된다.
이씨는 세상에 수많은 ‘비행청년’에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모임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한다. 혼자만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하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는 조언을 더한다. 소심한 성격을 세심함으로, 진심을 담아 작업하며 살고 싶다는 그녀의 흥미진진한 비행이 기대된다.
/글·사진=송재영 청년기자 tarajay@naver.com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운영
-작가·필명 ‘타라재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