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청년을 말하다] <5> 음악으로 무대 표현하는 임주신 음악감독 겸 작곡가
2017년 07월 05일(수) 00:00 가가
“배우와 딱 맞는 음악·공감하는 관객에 희열”
치매에 걸린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신마저 치매에 걸린 노모가 있다. 그녀는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미안한 병’에 걸린 자신을 탓한다. 그녀의 생일날 찾아온 남편은 ‘같이 가세’하고 손을 내민다. 손을 잡은 노부부는 무대에서 멀어지고, 묵직한 트럼펫 연주가 이어진다. 연극 ‘오거리 사진관’의 마지막 장면이다. 삶의 무게가 실린 듯한 트럼펫 선율에 객석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노부부가 떠나는 길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트럼펫 선율 하나로 소박하게 시작해 악기들이 쌓이면서 따뜻하게 마무리되는 곡이에요.”
작품의 음악감독이자 작곡가인 임주신(26)씨는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곡을 이렇게 설명했다. 임씨는 평소에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곡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악기를 최소화하여 생을 마감하는 인간의 뒷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오거리 사진관’은 2017년 6월 4일부터 19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된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극단 유피씨어터 창단 17년 만에 쾌거다. 16개 광역시·도 대표극단과 함께 출전해 연기와 드라마 구성력 등을 인정받은 것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배우와 연출가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임씨는 연극인 사이에서 숨은 공신으로 여겨진다.
“이번 수상은 저에게 의미가 남달라요. 극단 유피씨어터는 제가 처음으로 극음악을 시작한 곳이고, ‘오거리 사진관’ 곡을 쓰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거든요.”
임씨가 극음악을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기타학원에서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원장님 추천으로 호남대에서 기타 연주를 하게 되었다. 두 달 동안 예쁜 여대생 누나들과 연습을 할 수 있다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렇게 극단 유피씨어터와 첫 연을 맺었다. 꿈에 그리던 예쁜 여대생 누나들은 없었지만, 극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이후 극단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임씨가 처음부터 극음악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에는 가요 작곡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날 운명 같은 작품을 만났다. 2013년에 발표된 학교폭력예방뮤지컬 ‘내 손을 잡아줘, 함께하는 세상’이란 작품이다. 음악감독을 맡은 임씨는 공연이 끝나고 펑펑 우는 학생 관객들을 보았다.
“음악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전율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가요보다 극음악이 더 재밌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때에요.”
그 계기로 드문드문 참여하던 극음악 장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창작 뮤지컬 및 광주연극제에 올라가는 다수의 작품에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임씨가 젊은 나이에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역할에 맞는 테마곡을 쓰기 위해서 극중 인물에 완전히 몰입해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인물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임씨는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바다에 꽃이 피다.’에서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송을 들려주지 못하고 숨을 거둔 이다운군의 테마곡을 만들며 괴로웠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는 슬럼프는 딱히 없지만, 역할이 지닌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
그럼에도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연극에 도전하고 인물에 몰입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보람과 희열 때문이라고 한다.
“제가 만든 음악에 배우의 대사와 동선이 맞아 떨어질 때, 공연이 끝난 후 감동을 받은 관객들의 표정을 볼 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보람과 희열을 느껴요.”
임씨는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청년이라면 다양한 극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고 진로를 정하길 권한다. 연극의 경우 기존에 있던 음악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선곡이 아니라 작곡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씨는 작업실 한켠에 소중히 걸려있는 기타를 보여주었다. 작업을 하다가 힘들 때면 이 기타를 보고 힘을 얻는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음악하는 것을 반대해서 어머니께서 몰래 한푼 두푼 모아 사주신 기타이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색이 바랬지만, 평생 간직하며 초심을 지키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도 배우의 감정을 이해하고 음악으로 표현하는 음악감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재영 청년기자
tarajay@naver.com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운영
-작가·필명 ‘타라재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거리 사진관’은 2017년 6월 4일부터 19일까지 대구에서 개최된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극단 유피씨어터 창단 17년 만에 쾌거다. 16개 광역시·도 대표극단과 함께 출전해 연기와 드라마 구성력 등을 인정받은 것이다.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배우와 연출가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임씨는 연극인 사이에서 숨은 공신으로 여겨진다.
임씨가 극음악을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기타학원에서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원장님 추천으로 호남대에서 기타 연주를 하게 되었다. 두 달 동안 예쁜 여대생 누나들과 연습을 할 수 있다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렇게 극단 유피씨어터와 첫 연을 맺었다. 꿈에 그리던 예쁜 여대생 누나들은 없었지만, 극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이후 극단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음악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전율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가요보다 극음악이 더 재밌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걸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때에요.”
그 계기로 드문드문 참여하던 극음악 장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창작 뮤지컬 및 광주연극제에 올라가는 다수의 작품에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임씨가 젊은 나이에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역할에 맞는 테마곡을 쓰기 위해서 극중 인물에 완전히 몰입해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인물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임씨는 세월호 참사를 모티브로 한 ‘바다에 꽃이 피다.’에서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송을 들려주지 못하고 숨을 거둔 이다운군의 테마곡을 만들며 괴로웠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는 슬럼프는 딱히 없지만, 역할이 지닌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
그럼에도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연극에 도전하고 인물에 몰입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보람과 희열 때문이라고 한다.
“제가 만든 음악에 배우의 대사와 동선이 맞아 떨어질 때, 공연이 끝난 후 감동을 받은 관객들의 표정을 볼 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보람과 희열을 느껴요.”
임씨는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청년이라면 다양한 극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고 진로를 정하길 권한다. 연극의 경우 기존에 있던 음악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선곡이 아니라 작곡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씨는 작업실 한켠에 소중히 걸려있는 기타를 보여주었다. 작업을 하다가 힘들 때면 이 기타를 보고 힘을 얻는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음악하는 것을 반대해서 어머니께서 몰래 한푼 두푼 모아 사주신 기타이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색이 바랬지만, 평생 간직하며 초심을 지키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도 배우의 감정을 이해하고 음악으로 표현하는 음악감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재영 청년기자
tarajay@naver.com
-기억보관소 프로젝트 운영
-작가·필명 ‘타라재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