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모든 것’을 담아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목포 여기다’를 만드는 청년들이 있다. 주민부터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쉽고 편하게 목포를 즐기게 하고 싶어서다. 가장 큰 목적은 ‘불편함’을 덜어주자는 것.

천지성(24)·서재한(24)씨는 올해 광고회사 ‘열정 빼면 시체’를 창업했다. 줄여서 ‘열시’라고도 부른다. 공동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있지만 실은 영업부터 마케팅, 에디터 등 모든 업무도 맡아 하는 직원이기도 하다.

두 청년은 목포에 있는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앱 ‘목포 여기다’를 제작하고 있다. 음식배달부터 종합영화시간표, 구인구직, 중고장터, 맛집, 자취방 등 지역 청년들이나 관광객들이 필요한 정보들을 직접 발로 뛰며 채우고 있다.

“창업은 제가 태어나고 살면서 사회적인 관념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첫 번째 도전입니다. 학교에 다니고 입시공부를 하고, 대학에 진학한 뒤 졸업해 취업까지…. 당연시 여기던 ‘삶’에서 벗어난다는 의미가 있어요.”(천지성)

동갑내기 친구 서재한씨도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가르침과 조언, 때론 참견 속에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삶의 기준에 갇혔던 천씨 같은 사례를 막아보고 싶었다.

“사범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공부만 가르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직접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다른 삶과 방향도 있다는 걸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서재한)

이 둘은 전국이 아닌, 그것도 대도시가 아닌 목포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했을까? ‘목포 여기다’라는 앱을 만들게 됐을까?

이유는 단순했다. 천씨는 신안군 증도에서 나고 자랐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섬을 나와 목포로 왔다. 자취방을 구하려고, 아르바이트를 구해보려고 했지만 목포 내의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천씨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려고 해도,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모두 다른 앱들을 설치해야했다”며 “불편하기도 했지만 목포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앱 속에는 정보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였다. 이런 불편함을 죽마고우인 서씨에게 토로했고, 서씨 역시 같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분명 우리뿐 아니라 다른 시민들도 불편할 게 뻔했다.

“각 분야 앱에서 채 1%도 되지 않는 지역의 정보를 각각 모으면 100% 채워진 목포만의 앱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었죠. 간단할 것 같았지만 막상 쉽지 않네요.”(서재한)

스타트업이라는 게 다 그렇다. 쉽지 않다. 결과물이 나와 수익이 발생하는 날이 언제 올지 장담할 수 없다. 각자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나는 시간에는 회의와 연구를 거듭했다. 어디에서든 마주치는 시민들을 붙잡고 물었다. 역시 불편한 게 많았다.

“영화 시간표를 따로 봐야해요”, “배달앱과 메뉴와 가격이 달라요”, “허위매물이 너무 많아요”, “맛집이라고 해놓고 맛이 없어요.”

두 사람은 시민들의 불편함을 모았다. 우선 목포에 있는 모든 영화관의 상영시간표를 한 번에 비교하고 볼 수 있게 준비했다. 맛집은 상업적인 홍보가 아니라, 입맛이 다른 세 사람이 직접 먹어보고 음식에 대해 각자 공정하게 평가하기로 했다.

“맛없는데 맛있다고 하면 진짜 별로지 않아요? 저희는 별로인 앱을 만들 것이었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진심입니다.”(천지성)

자금도 부족하고 직원을 채용하기도 어렵다.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평가를 해야하고, 정보들을 수집해야 한다. 이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막막하기도 하다. 당연히 앱은 완벽히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도 목포를 쏘다닌다. ‘진짜 정보’를 담기 위해서.

“우리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걸 극복하고자 만든 ‘목포 여기다’를 이용자들이 편하다고 이야기해주면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목포를 찾는 모든 분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고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서재한)

두 청년은 지역 내 스타트업의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자신들도 조언과 도움을 받기 힘들었다. 쉽지 않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고 있지만 언젠가는 또 태어날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여기에 ‘목포의 문화 심기’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앱이 출시되고 안정되면 사람들이 모임을 열고 공연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도록 꾸며볼 생각이다.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내가 원하는 방향을 찾고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성취감을 느낍니다. 똑같은 길을 걷기보다 가능성을 찾아가는 길이 더 매력적이잖아요. 저희는 아직 젊어요. 이 일이 제 인생의 자산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정민 청년기자 6_30am@naver.com





-목포 청년문화공간 ‘꿈방’ 대표

-청년단체 ‘꿈틀’ 공동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