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넘치자나. 먹을거리 손에 들고…. 이게 전통시장 아니겠어.”

지난 24일 밤 광주시 동구 남광주 밤기차 야시장에서 만난 주부 최영희(여·57)씨는 “아들 같은 애들이 매대를 차리고 장사하는 것이 짠하기는 하지만 열정 넘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평소 전통시장을 자주 찾는다는 그는 “이 곳 시장이 밤에는 적막했는데 매주 금·토일 야시장이 열리면서 활기를 찾고 있는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장사를 시작하게됐죠. 해 보니까 적성에도 맞고 수익도 괜찮은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해서 이런 돈 벌기 힘들죠. 순천에도 가게를 냈는데 2∼3년 안에 내 힘으로 창업하는 게 목표예요.”

행정학과를 나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철판아이스크림 장사에 도전했다는 ‘역전 아이스’ 의 방백두(27) 대표는 “취업난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선택한 일이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마음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열심히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여m 떨어진 곳의 ‘형님육회’도 남도만의 특별한 먹거리로 손님을 불러 모았다. 이동판매대 공모를 보고 2차에 걸친 실기시험까지 충실하게 준비했다는 박응모(30) 대표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직접 나선 경우. 박 대표는 “식육점을 운영하는 아버지께 재료도 받고 장사하는 법도 배우고 있다”며 “화장실 등 주변환경을 개선해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찾고싶은 야시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남광주 밤기차 야시장 이동판매대의 음식들은 시장 구경하며 먹는 하찮은 간식거릴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검증을 거친 상품들이다. 애초 먹을거리 중심으로 특화해 상인들을 모집하고 음식만들기 실기평가를 통해 선발한만큼 정말 맛있고 특색있는 음식들만 모았다.

야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꼭 찾는다는 ‘남광주 불초밥’도 그 중의 하나다. 소고기로 만든 초밥을 팔고 있는 전진희(여·41) 대표는 친동생과 함께 소고기 초밥을 선보였다. 남편인 공승호(34)씨도 ‘삼겹살 김밥’을 메뉴로 이동판매대를 운영 중이다.

전 대표는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불초밥을 아이템으로 냈는데 입소문을 타고 많이 찾아 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인근 대인시장에서 닭과 강정을 파는 어머니를 돕다가 수제 닭꼬치 이동판매대 ‘남광주 야닭’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진아(여·37) 대표는 “대중적이지 않나 생각도 들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닭을 좋아했고, 다루기 쉬워 아이템으로 택했는데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년상인들 사이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는 그는 “기존 상인과 청년들이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싶다”며 “청년상인들이 먼저 다가가 소통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더 나은 전통시장을 만들 수 있고, 상생이라는 목표와도 부합된다”고 덧붙였다.

야시장에서 ‘라면땅치즈핫도그’ 를 운영하며 야시장 청년상인의 형님으로 불리는 추승현(42) 대표는 “지역 전통시장에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 찬 바람 속에서도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며 “많이 찾아주셔서 따뜻하게 바라봐 주시고 맛있게 먹어주시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남광주 밤기차 야시장의 청년들은 기존 상인과도 격의 없이 지낸다. 따지고보면 내 부모고 형제같은 처지이기에 그렇다. 지난 설 때 시장 상인들의 장사를 위해 협의해서 야시장을 쉰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판매대를 앞에 두고 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야시장이 운영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젊은층도 많이 찾고 있다”며 “재료도 팔고 손님도 끌어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칭찬했다.

한편 남광주 밤기차 야시장에는 남광주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이동판매대 30팀과 푸드트럭 10팀 중 75%가 청년상인으로 꾸려져, 운영되고 있다.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