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미래다 <9> 동네책방 양지애·민희진·김대선씨
2017년 02월 22일(수) 00:00 가가
“책방을 문화거점으로 만들겠다”
양지애 '파종모종'대표, 민희진 '연지책방'대표, 김대선 '라이트 라이프'대표. (사진 위쪽부터)
젊은데 뭘 못해! 약속을 잡을 때는 이런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당장은 좋아하는 일 하는 것도 괜찮을거야’, ‘생업보다 취미라면…’, ‘젊으니까 도전해볼만하겠다’, ‘책시장 어려울텐데, 잘 버티면서 재미나게 했으면….’ 별 걱정을 다했다. 내가 뭐라고.
양지애(여·34), 민희진(여·22), 김대선(34)씨는 광주의 ‘동네책방’ 주인들이다. 왠지 모를 익숙함이 있는 동명동에 ‘파종모종’이라는 책방을, 동네 특유 느낌들이 남아있는 양림동에 ‘라이트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젊음이 북적대는 전남대 후문 인근에 ‘연지책방’이라는 서점을 낸 ‘겁없는’ 청년들이다.
모두가 대기업, 안정된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대에 다른 길을 선택한 청년들이다. 그나마 돈도 되지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책방을 문화 거점으로 키우겠다”, “독서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지역 사회에 퍼뜨리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용감하게 실현시키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어쩌다 책방 주인이 됐을까.
양지애 대표는 동신대 사진학과 편집·사진 수업을 받으며 흥미를 느꼈던 점을 살려 편집 디자인 쪽 직업을 가졌다가 자연스럽게 책방까지 내게 됐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데다, 스스로 편집하며 만들 수 있어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민희진 대표는 자신이 매력을 느꼈던 독립출판·책방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엔 빛고을초 교사인 오빠 민상기씨가 원고를 써놓고도 출판사에서 책 출간이 거절당한 뒤 “내가 해줄게”라며 시작한 일이다.
김대선 대표도 비슷하다. 조선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영상·영화’ 등 좋아하는 분야를 다룬 책을 만들어 내놓고 함께 공유하는 게 좋아서 서점을 냈다.
책방 규모도 작다. 양씨의 파종모종은 기껏해야 3평 규모다. 김대선, 민희진씨의 책방도 10평이 채 못된다. 공개된 개인 서재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작은 서점’인 만큼 갖출 수 있는 책도 제한적이다. 독립출판물 등을 주로 다루지만 주인 취향에 맞는 책 위주다. 좋은 책,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 몇 권씩만 들여오는 만큼 대부분이 ‘한정 판매’다. 대형 서점이 아니다보니 처음에는 잘 안 보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민 대표 책방에는 대학 교재도 위탁받아 판매하고 폴라로이드 사진 인화도 해준다.
가혹한 듯 하지만 궁금했다. 책방 해서 과연 생활이 가능할까.
양 대표는 “힘들어요”라고 했다. 그나마 아는 작가를 통해 알게 된 건물을 임대할 수 있어 전기세 등 공과금 외 별도 임대료를 내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다. 양 대표는 한국문화예술강사로 나서거나 사진교육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보태고 있지만 당장, 계약 기간이 끝나면 가혹한 현실과 맞닥뜨려야 할 처지라고 했다. 독립출판업계에서 사업 수완(?) 좋기로 소문난 민 대표도 책방 영업으로는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대학생’ 대표로 알려지면서 동지애를 느낀 젊은 대학생들의 책 출간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긴 하지만 열심히 해도 임대료 내는 정도일 뿐 인건비는 턱도 없다는 것.
따라서 책 출간을 의뢰받아 제작해 판매해 얻는 수익이나 다른 곳에서 벌어들여 보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책방 운영 방식이다.
얼마나 버틸까. 책방도 힘들고 출판사도 어려운데다, 서점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책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머리와 논리로 고민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들 모두 “버텨서 살아남아야죠”라고 입을 모았다. 돈이 중요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해보는 데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현실적 중압감에 짓눌려 무릎을 꿇고 싶지는 않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그만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 대표는 “‘작은 책을 받아줘 감사하다’는 출간 의뢰 편지, ‘망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었으면 한다’고 염원하는 단골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도 “우리 서점을 찾았던 고객이 문득 다시 찾아올 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서 큰일이라는 걱정도 했다. 양 대표는 “좋은 날, 아시아문화전당 앞 잔디밭에 책을 전시하는 ‘유목’ 책방을 시도해보고 싶다”며 “꾸준히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민 대표는 “대학 주변에 술집, 노래방은 많은 데 걸어다녀도 서점을 찾기 쉽지 않더라. 우리 서점이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서로 소통하는 도심 속 편안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도 “편안하게 찾아가 다른 곳에서 찾기 쉽지 않은 책을 보는, 그런 작지만 매력 넘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양지애(여·34), 민희진(여·22), 김대선(34)씨는 광주의 ‘동네책방’ 주인들이다. 왠지 모를 익숙함이 있는 동명동에 ‘파종모종’이라는 책방을, 동네 특유 느낌들이 남아있는 양림동에 ‘라이트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젊음이 북적대는 전남대 후문 인근에 ‘연지책방’이라는 서점을 낸 ‘겁없는’ 청년들이다.
어쩌다 책방 주인이 됐을까.
양지애 대표는 동신대 사진학과 편집·사진 수업을 받으며 흥미를 느꼈던 점을 살려 편집 디자인 쪽 직업을 가졌다가 자연스럽게 책방까지 내게 됐다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데다, 스스로 편집하며 만들 수 있어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책방 규모도 작다. 양씨의 파종모종은 기껏해야 3평 규모다. 김대선, 민희진씨의 책방도 10평이 채 못된다. 공개된 개인 서재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작은 서점’인 만큼 갖출 수 있는 책도 제한적이다. 독립출판물 등을 주로 다루지만 주인 취향에 맞는 책 위주다. 좋은 책,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 몇 권씩만 들여오는 만큼 대부분이 ‘한정 판매’다. 대형 서점이 아니다보니 처음에는 잘 안 보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민 대표 책방에는 대학 교재도 위탁받아 판매하고 폴라로이드 사진 인화도 해준다.
가혹한 듯 하지만 궁금했다. 책방 해서 과연 생활이 가능할까.
양 대표는 “힘들어요”라고 했다. 그나마 아는 작가를 통해 알게 된 건물을 임대할 수 있어 전기세 등 공과금 외 별도 임대료를 내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다. 양 대표는 한국문화예술강사로 나서거나 사진교육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보태고 있지만 당장, 계약 기간이 끝나면 가혹한 현실과 맞닥뜨려야 할 처지라고 했다. 독립출판업계에서 사업 수완(?) 좋기로 소문난 민 대표도 책방 영업으로는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대학생’ 대표로 알려지면서 동지애를 느낀 젊은 대학생들의 책 출간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긴 하지만 열심히 해도 임대료 내는 정도일 뿐 인건비는 턱도 없다는 것.
따라서 책 출간을 의뢰받아 제작해 판매해 얻는 수익이나 다른 곳에서 벌어들여 보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책방 운영 방식이다.
얼마나 버틸까. 책방도 힘들고 출판사도 어려운데다, 서점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책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머리와 논리로 고민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들 모두 “버텨서 살아남아야죠”라고 입을 모았다. 돈이 중요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해보는 데까지 하고 싶다고 했다. 현실적 중압감에 짓눌려 무릎을 꿇고 싶지는 않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그만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 대표는 “‘작은 책을 받아줘 감사하다’는 출간 의뢰 편지, ‘망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었으면 한다’고 염원하는 단골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도 “우리 서점을 찾았던 고객이 문득 다시 찾아올 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서 큰일이라는 걱정도 했다. 양 대표는 “좋은 날, 아시아문화전당 앞 잔디밭에 책을 전시하는 ‘유목’ 책방을 시도해보고 싶다”며 “꾸준히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민 대표는 “대학 주변에 술집, 노래방은 많은 데 걸어다녀도 서점을 찾기 쉽지 않더라. 우리 서점이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서로 소통하는 도심 속 편안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도 “편안하게 찾아가 다른 곳에서 찾기 쉽지 않은 책을 보는, 그런 작지만 매력 넘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