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미래다 <7> 동갑내기 예술인 '1930 양림쌀롱'
2017년 02월 08일(수) 00:00 가가
100년 근대역사 寶庫, 양림동을 위한 찬가
피아니스트 이승규·미디어아티스트 이조흠 클래식·댄스음악 제작
피아니스트 이승규·미디어아티스트 이조흠 클래식·댄스음악 제작
7일 오전 ‘34살 동갑내기’ 미디어아티스트 이조흠(왼쪽)씨와 작곡가 이승규씨를 이들의 주무대인 광주시 남구 양림동 한희원미술관에서 만났다. 이들은 양림동에 입문하는 젊은 예술인들에게 “자기 개성을 충분히 살리고 주민과 관객을 열린 자세로 맞이한다면 어느새 양림동 문화를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승규씨가 ‘양림동을 위한 음악’을 만든 것은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연이나 행사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은 꽤 나왔지만 지역을 주제로 한 음악은 흔치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씨는 지난 2013년부터 남구 주민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양림동에서 공연을 하면서 양림동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두 달 동안 양림쌀롱에서 양림동의 풍경을 주제로 한 피아노 모음곡 ‘양림의 거리’를 직접 연주했다. 양림의 거리는 총 10곡으로 관광동선에 따라 주제를 정해 만들어졌다. 젊은이들의 포토존(Photo-zone)으로 유명한 펭귄마을부터 광주 최초의 클래식 공연이 열린 오웬기념각, 충견상(忠犬像), 이장우 가옥, 충현원, 다형다방, 순교자 묘원, 우윌슨 선교사 사택, 호랑가시나무, 수피아홀 등 양림동 일대의 건축물과 장소가 소재가 됐다. 10곡을 다 듣고 나면 양림동 한 바퀴 구경 다닌 기분이 든다. 이씨는 이들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청중에게 설명한 뒤 연주를 시작한다. 공연이 펼쳐지는 한희원미술관은 20~30명 정도면 빼곡히 차는 곳으로 연주자와 청중이 대화하는 데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3개월 동안 10곡을 작곡해 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따온 정보로 영감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현장답사를 가서 주민들로부터 직접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양림동 탐독에 빠졌다. 그의 공연을 본 한 주민이 “양림동을 더 공부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자 그의 학구열은 정점에 올랐다. 이씨는 최근 1912년 조선에 들어온 후 세상을 떠난 1934년까지 양림동에 머물렀던 ‘고아들의 어머니’ 독일 출신 서서평(엘리자베스 쉐핑·1880∼1934)을 공부하고 있다.
올해 처음 만든 11번째 양림의 노래는 ‘한희원미술관’이 소재이자 제목이다. ‘시인의 마을’ 양림동 출신 김현승의 ‘K도시에 바치는’, 한희원 ‘양림동의 별’ 등 시구에 음을 입혀 노래를 만들려는 계획도 있다. 그는 양림동을 비롯한 광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담은 창작곡 음반을 내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기독병원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줄곧 양림동에서 보낸 이조흠씨는 골목에 서린 따뜻한 기억을 담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어렸을 때 옆집 개에 물렸던 기억, 대학을 막 졸업하고 2평짜리 옥탑방에서 작업을 하며 치른 개인전 등 양림동은 이씨에게 “삶의 도화지” 같다.
이씨의 ‘양림딴스홀’ 무대는 해 지기 전 오후 5시부터 열린다. 디제이그룹 ‘RGB’와 이씨가 운영하는 힙합 기획사 ‘NOP’ 소속 뮤지션과 함께 ‘디제이 파티’를 진행한다. 고즈넉한 카페든 사직전망타워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씨는 양림딴스홀이 모두의 인정을 받는 훌륭한 콘텐츠는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그는 “양림쌀롱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맞게 남녀노소 신나게 춤출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자신의 무대를 평가했다.
이씨의 선곡은 ‘관객 제일주의’이다. 1930년대 음악과 EDM(Electronic Dance Music) 장르를 버무린 게 주메뉴지만 흥이 한껏 오른 40~50대 ‘누님, 형님’들을 위해서 90년대 가요를 띄우기도 한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주차와 방문객, 공연 소음 문제 등으로 일부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참여하도록 권하면서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양림동 주민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전단을 배포하고, 양림동 주민자치센터·양림동 주민자치위원회의와 협의해 온 기획사 쥬스컴퍼니의 공도 컸다.
지난해 9월에는 1930년대 양림동에 대한 이야기를 이씨만의 색깔로 풀어낸 벽화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는 80여 년 전 양림동에 처음 서양인 선교사가 등장했을 때 주민들이 받았을 충격, 광주 최초 현대의료기관인 제중원 등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겪었을 역사적 사건들을 유쾌하고 친숙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씨는 지난 2012년부터 양림동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양림동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는 공공미술 작품을 스티커로 만드는 등 상품화해서 양림동 예술의 영역이 대중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이씨는 “양림동을 찾는 이들이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좋아요’가 많이 눌러졌을 때 뿌듯하다”며 “나를 비롯한 젊은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으로 양림동에 관광객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조흠씨와 이승규씨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두 번째 1930 양림쌀롱 준비에 한참 바쁘다. 꽃피는 봄이 오면 양림동을 향한 이들의 찬가를 들으러 오시라.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기독병원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줄곧 양림동에서 보낸 이조흠씨는 골목에 서린 따뜻한 기억을 담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어렸을 때 옆집 개에 물렸던 기억, 대학을 막 졸업하고 2평짜리 옥탑방에서 작업을 하며 치른 개인전 등 양림동은 이씨에게 “삶의 도화지” 같다.
이씨의 ‘양림딴스홀’ 무대는 해 지기 전 오후 5시부터 열린다. 디제이그룹 ‘RGB’와 이씨가 운영하는 힙합 기획사 ‘NOP’ 소속 뮤지션과 함께 ‘디제이 파티’를 진행한다. 고즈넉한 카페든 사직전망타워든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씨는 양림딴스홀이 모두의 인정을 받는 훌륭한 콘텐츠는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그는 “양림쌀롱이 추구하는 다양성에 맞게 남녀노소 신나게 춤출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자신의 무대를 평가했다.
이씨의 선곡은 ‘관객 제일주의’이다. 1930년대 음악과 EDM(Electronic Dance Music) 장르를 버무린 게 주메뉴지만 흥이 한껏 오른 40~50대 ‘누님, 형님’들을 위해서 90년대 가요를 띄우기도 한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주차와 방문객, 공연 소음 문제 등으로 일부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참여하도록 권하면서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양림동 주민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전단을 배포하고, 양림동 주민자치센터·양림동 주민자치위원회의와 협의해 온 기획사 쥬스컴퍼니의 공도 컸다.
지난해 9월에는 1930년대 양림동에 대한 이야기를 이씨만의 색깔로 풀어낸 벽화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는 80여 년 전 양림동에 처음 서양인 선교사가 등장했을 때 주민들이 받았을 충격, 광주 최초 현대의료기관인 제중원 등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겪었을 역사적 사건들을 유쾌하고 친숙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씨는 지난 2012년부터 양림동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양림동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는 공공미술 작품을 스티커로 만드는 등 상품화해서 양림동 예술의 영역이 대중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이씨는 “양림동을 찾는 이들이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좋아요’가 많이 눌러졌을 때 뿌듯하다”며 “나를 비롯한 젊은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으로 양림동에 관광객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조흠씨와 이승규씨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두 번째 1930 양림쌀롱 준비에 한참 바쁘다. 꽃피는 봄이 오면 양림동을 향한 이들의 찬가를 들으러 오시라.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