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지역 전통시장에 생기를 불어 넣은 청년상인을 만나기 위해 찾은 ‘1913송정역시장’에는 차가운 바람속에서도 온기가 묻어나는듯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몇 몇 가게가 휴무인 관계로 입주(17개) 청년상인 중 6명만이 취재 자리에 나왔지만 청년의 열정 때문인지 분위기는 금새 뜨거워졌다.

“기대이상이었죠. 저희 같은 청년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아주 활력 넘치게 변했거든요.”

정화숙(37) ‘쑥s초코파이’ 대표가 1년 전 처음 입점했을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많은 매체에 소개되며 스타 부럽지 않다는 정 대표는 “1년만에 낸 성과에 스스로 기특하고 자부심도 있지만 이젠 실속이 문제라고 본다”며 “이 변화를 이어가고 더 좋은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 또 기존 상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마케팅이 무엇이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한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1913송정역시장이 지금의 성공한 전통시장으로 유명세를 타기까지는 20∼30대 청년들이 잇따라 창업해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카드가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청년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이 컸다. 청년들의 온전한 힘 보다는 주변의 도움과 시대변화에 따른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창업 1년을 갓 넘긴 1913송정역시장 청년상인들의 고민과 도전은 현재도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상인 중 제일 먼저 오픈했다는 ‘고로케삼촌’의 황연(36) 대표는 “젊은 상인이 운영하는 가게인만큼 맛 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과 포장에서도 신선함을 줄 수 있도록 모든 감각을 총동원하고 있다”며 “주문만 하면 전국 어디든 배달하는 유통망 확충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과 정,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사업 취지가 좋아 시장에 입점했다는 양갱 가게 ‘갱소년’의 선지혜(29) 대표 역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 받기 위해 판매제품을 다양화하고 전문점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이 곳 전통시장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시장 내 독특한 먹거리 상품이라는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수제맥줏집 ‘밀밭양조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한샘(27) 대표도 “우리 전통시장의 역사와 멋, 고풍스러움을 지켜나가고 싶어 시작한 작은 일이었지만 큰 보람을 느꼈다”며 “이제는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지원하거나 새로운 외식업 콘텐츠를 개발해 사업을 키울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913송정역시장에 입점한 청년상인들은 이제 각 기관의 지원이 끝났고 관심도도 점차 약화하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스스로 성장하고 기존 상인들과도 빠르게 흡수될 수 있어야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청년상인을 대표해 상인회 감사를 하고 있다는 수제어묵 가게 ‘어?묵!’의 김진호(35) 대표는 “청년상인이 시장을 이끌어갈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건 맞지만 전통시장 상인의 일부라는건 엄연한 사실인 만큼 시장 발전을 위해선 시장 상인회와 호흡이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확 대박 계란밥’을 운영하는 박강근(30) 대표 역시 “일반상권이 아닌 전통시장이라는 점을 감한하면 기존 상인들과 공동체의 일원으로 상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임대차 문제부터 대형마트나 프랜차이즈와의 경쟁까지 소소한 부분을 상인 어르신들과 의논하고 조언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회 총무를 맡고 있다는 쑥s초코파이 정 대표는 “시장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면서 원래 주인이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에따라 투자와 전망을 내지못하는 가게가 생기고 있다”며 “기관에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라지만 상인회와 건물주간의 확실한 협약을 통해 계속성을 확보해주고 미래비전이 제시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취재가 시작되고 1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이야기를 계속하면 할 수록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청년상인들의 차고 넘치는 열정과 패기가 올해도 전통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오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