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요 통일의 길] <4> 건달서 세무공무원 된 마진우씨
2017년 01월 23일(월) 00:00 가가
“두만강 두 번 건널 땐 지옥 … 두살배기 아들 얻고 새 삶”
해남세무서 강진지서에서 근무하는 마진우씨는 남한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유’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자유 말이다. 인터뷰를 마친 진우씨가 사무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강진=나명주기자 mjna@
북한 건달 청년이 남한 공무원이 됐다. 인생역전의 주인공인 북한이탈주민 마진우(36)씨다.
진우씨는 1981년 4월 3일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태어났다.거온성은 한반도 최북단, 중국·러시아와 맞닿은 곳이다. 그는 토대(출신성분)가 좋아 어렸을 땐 큰 어려움 없이 컸다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기 때문이었다.
탄탄대로였던 그의 삶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시밭길이 됐다. 11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다음해에 어머니도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따라 평안북도 정주시에서 생활하던 진우씨는 갑자기 고아가 됐다. ‘부모 없다’고 무시하는 것 같아 드세게 살았다. 배가 고파 빌어도 먹고, 뺏어도 먹고, 도둑질해서도 먹었다. 싸움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보안서(경찰서)를 제집 드나들 듯했다.
하지만 그는 학교는 다녔다. 의무교육인 탓도 있었지만 집안의 토대가 좋아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했다. 학교를 졸업해야 공민증이 나오고, 그래야 군대를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에 가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다시 꼬였다. 고아로 어렵사리 학교를 마쳤지만 군대에는 가지 못했다. 과체중으로 신체검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군 입대를 못한 진우씨는 일을 해야만 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원칙에 따라 그는 정주시장과 담판을 지어 정주시청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가 맡은 일은 시장에 돌아다니며 일하지 않는 청년을 잡아다가 일을 소개시켜주는 것이었다. 시청에서 2년간 일했지만 월급은 한푼 없었다. 끼니도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이었다.
진우씨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청을 그만뒀다. 동네 건달이 됐다. 소매치기는 그의 주 수입원이었다. 소매치기를 하며 시장을 배회하던 그는 세상이 싫어졌다. 그 때 보안서에서 ‘일하지 않으면 잡아간다’는 통보가 왔다. 그는 도망쳤다. 사람이 없는 고향 산속으로 숨었다. 1년여를 사냥꾼·심마니로 살았다. 하루 내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사람이 없었다. 이러다가는 벙어리가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하산했다. 그 때가 2003년 봄이었다.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두만강을 헤엄쳐 건넜다. 첫번째 탈북이었다.
중국에서 숨어지내다가 조선족을 만나고 일도 하며 적응해갈 즈음 공안에 붙잡혀 북으로 송환됐다. 보위부에 끌려간 그는 고초를 겪었다. ‘배신자’라는 오명을 쓴채 ‘단련대’(삼청교육대와 비슷)에 보내졌다. 막노동·벌목 등을 하며 단련대에서 고생하다가 6개월만에 출소했다.
그는 다시 두만강을 건넜다. 굶어 죽나, 맞아 죽나, 매 한가지였던 때문이다. 두번째 탈북이었지만 남한행은 생각지도 않았다. 남한엔 거지들만 사는 줄 알았던 탓이다.
그는 중국에서 천진·상해·북경·연길·장춘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막노동을 했다. 그러다 한 남한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 사람은 “남한에 가라”고 했다. 그래야 성공한다고.
그 때서야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국으로 가자고. 2007년 겨울 훈춘을 떠나 심양·곤명을 거쳐 버마·라오스·태국을 돌아 2008년 4월4일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탈북민이면 누구나 그렇듯 목숨 건 탈북이었다.
“훈춘을 출발할 때 칼과 독약을 챙겼어요. 공안에 붙들리라치면 찌르고 달아나기 위해서였죠. 독약은 진짜 잡혔을때 마실 목적이었어요.”
그는 태국에서도 큰일날 뻔했다고 회상했다. 태국에 도착한 일행을 운전기사가 대사관으로 데려다줬단다. 대사관 직원이 밤중이라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했단다. 느낌이 이상했다. 새벽에 도망쳤다. 알고보니 운전기사가 한국대사관이 아닌 북한대사관에 데려다준 것이었다.
꿈에 부풀어 한국에 찾아왔지만 한국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국정원·하나원을 거쳐 목포에 집을 배정받았다. 대불산단의 한 중소업체에서 1년6개월가량 근무하던 그에게 목포시가 “국세청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며 추천해줬다. 그땐 국세청이 뭐한 곳인지도 몰랐다. 남한사람에게도 선망의 직장이라고 해서 응시했고 합격했다.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호치케스·A4·카트리지·프린트용지…. 하는 말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선배들이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가르쳐줘 가까스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행정보조 업무를 넘어 이제는 청사 관리를 맡고 있다.
진우씨는 직장이 안정되면서 대학 진학의 꿈도 실현했다. 그리고 가정도 일궜다. 2살 된 아들도 얻었다.
그는 목포에 정착한 탈북민 6명과 함께 모임을 꾸렸다. ‘한소리’라고 ‘한마음으로 말하자’는 의미다. 모임에서는 서로의 어려움을 보듬어주고, 후배 탈북민들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스펙은 그 어느 남한사람보다 화려하다. 사회복지사 2급, 다문화가정 상담사 2급, 굴삭기·지게차 면허, 대형운전면허 등. 진우씨는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컴퓨터와 씨름 중이다.
/강진=박정욱·전은재 기자
jwpark@kwangju.co.kr
진우씨는 1981년 4월 3일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태어났다.거온성은 한반도 최북단, 중국·러시아와 맞닿은 곳이다. 그는 토대(출신성분)가 좋아 어렸을 땐 큰 어려움 없이 컸다고 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학교는 다녔다. 의무교육인 탓도 있었지만 집안의 토대가 좋아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했다. 학교를 졸업해야 공민증이 나오고, 그래야 군대를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군대에 가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다시 꼬였다. 고아로 어렵사리 학교를 마쳤지만 군대에는 가지 못했다. 과체중으로 신체검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군 입대를 못한 진우씨는 일을 해야만 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원칙에 따라 그는 정주시장과 담판을 지어 정주시청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가 맡은 일은 시장에 돌아다니며 일하지 않는 청년을 잡아다가 일을 소개시켜주는 것이었다. 시청에서 2년간 일했지만 월급은 한푼 없었다. 끼니도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이었다.
그는 다시 두만강을 건넜다. 굶어 죽나, 맞아 죽나, 매 한가지였던 때문이다. 두번째 탈북이었지만 남한행은 생각지도 않았다. 남한엔 거지들만 사는 줄 알았던 탓이다.
그는 중국에서 천진·상해·북경·연길·장춘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막노동을 했다. 그러다 한 남한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 사람은 “남한에 가라”고 했다. 그래야 성공한다고.
그 때서야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한국으로 가자고. 2007년 겨울 훈춘을 떠나 심양·곤명을 거쳐 버마·라오스·태국을 돌아 2008년 4월4일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탈북민이면 누구나 그렇듯 목숨 건 탈북이었다.
“훈춘을 출발할 때 칼과 독약을 챙겼어요. 공안에 붙들리라치면 찌르고 달아나기 위해서였죠. 독약은 진짜 잡혔을때 마실 목적이었어요.”
그는 태국에서도 큰일날 뻔했다고 회상했다. 태국에 도착한 일행을 운전기사가 대사관으로 데려다줬단다. 대사관 직원이 밤중이라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했단다. 느낌이 이상했다. 새벽에 도망쳤다. 알고보니 운전기사가 한국대사관이 아닌 북한대사관에 데려다준 것이었다.
꿈에 부풀어 한국에 찾아왔지만 한국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국정원·하나원을 거쳐 목포에 집을 배정받았다. 대불산단의 한 중소업체에서 1년6개월가량 근무하던 그에게 목포시가 “국세청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며 추천해줬다. 그땐 국세청이 뭐한 곳인지도 몰랐다. 남한사람에게도 선망의 직장이라고 해서 응시했고 합격했다.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호치케스·A4·카트리지·프린트용지…. 하는 말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선배들이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가르쳐줘 가까스로 생활할 수 있었다. 그렇게 5년이 지났다. 행정보조 업무를 넘어 이제는 청사 관리를 맡고 있다.
진우씨는 직장이 안정되면서 대학 진학의 꿈도 실현했다. 그리고 가정도 일궜다. 2살 된 아들도 얻었다.
그는 목포에 정착한 탈북민 6명과 함께 모임을 꾸렸다. ‘한소리’라고 ‘한마음으로 말하자’는 의미다. 모임에서는 서로의 어려움을 보듬어주고, 후배 탈북민들에게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스펙은 그 어느 남한사람보다 화려하다. 사회복지사 2급, 다문화가정 상담사 2급, 굴삭기·지게차 면허, 대형운전면허 등. 진우씨는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컴퓨터와 씨름 중이다.
/강진=박정욱·전은재 기자
jw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