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들은 진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청년(15∼29세) 실업자만 지난해 43만5천명. 실업률 9.8%로 ‘사상 최악’ 수준으로 치솟았다. 100만명을 넘어선 실업자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45.1%. 실업자 2명 중 1명은 대졸자인 셈이다.

그나마 어렵게 취업문을 뚫어도 절박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무게감은 나날이 어깨를 짓누른다.

그래도 젊음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는 청년들, 차고 넘치는 열정과 패기로 지역을 바꾸고 시들어가는 농어촌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청춘들을 소개한다.



16일 찾아간 농협 양곡창고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젊은 청년들은 자신들의 부스를 멋스럽게 꾸미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은 메뉴판 하나에도 정성을 들였고 인테리어 조명을 어디에 설치할 지 고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청년들이 모여 만드는 순천 청년문화 교류 공간 ‘청춘창고’ 조성현장이다.

청춘창고는 반세기 가까이 순천농협 조곡지점 양곡창고였다. 1961년부터 최근까지 곡식 창고로 쓰였다. 외벽 페인트칠은 곳곳이 벗겨졌고 빛은 바랬지만 농협의 녹색 CI는 외벽에 또렷이 남아있었다.

먼지 폴폴나던 양곡 창고는 다음달 8일이면 ‘꿈의 창고’로 탈바꿈한다. 창고에는 1·2층으로 나뉘어 스테이크·햄버거·크레빼 등 음식 판매 코너와 원목가구, 소품, 도자기, 인테레어 조명 판매 부스, 미팅 큐브 등이 들어선다. 순천시와 젊은 청년들이 힘을 합친 결과다.

창고에서 만난 젊은 청년 36명은 도심 한 켠으로 밀려난 창고를 중심으로 순천의 젊은 명소로 가꿔나가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이들 모두 공모를 거쳐 순천시가 리모델링한 공간에 자신만의 점포를 내기로 한 청년들이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공모에 나설 때만 해도 저렴한 비용을 들여 장사를 ‘잘’ 해보자는 데만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다 활성화 방안을 찾던 중 수익성만 추구하지 말고 더 나아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청년들의 희망이 차곡차곡 쌓이는 창고’, ‘사람 발길로 가득차는 창고’로 만들어보자는 데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졌다.

직업군인을 거쳐 회사생활을 하다가 크레페 요리에 빠진 김종효(29) 회장, 자시만의 ‘에너지버거그릴’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세계적 햄버거 매장을 만들겠다는 송용암(33) 대표, 금속을 이용한 장식품 개발에 관심을 갖다 본격적으로 전문 매장을 꾸리고 도전한 현인석(33) 사장 등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신도심 개발에 밀려 발길도 뜸하고 활기를 잃은 구(舊)도심 지역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젊은 공간을 조성, 지역에 작으나마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도록 변신시켜보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큰 그림을 결정하고 보니 막상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다음달 8일 창고 개장에 맞춰 자신들의 점포 영업 계획 뿐 창고 운영 구상에도 머리를 맞대야해 시간도 부족했다.

부랴부랴 창고 홍보·운영·기획을 나눠 맡도록 조직을 꾸렸다.

낮 시간과 저녁 시간, 평일과 주말로 나눠 예비 청년사업가·가족 단위 관광객, 일주일간 열차를 무제한 이용해 전국을 여행할 수 있는 코레일의 내일로 상품 이용자들인 이른바 ‘내일러’ 등 타깃별 맞춤형 운영 방안을 짜내는데 집중했다. 창고 옆에 내일러들을 위한 짐 보관소를 마련하거나 청년 창업 상담 스튜디오를 만드는 계획 등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청춘창고 운영회장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효 회장은 “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청년들의 상상력을 빌려 청년들의 꿈과 바람, 욕구를 표현해보자는 생각에서 일을 벌여나갔다”고 말했다.

현 사장은 홍보팀을 맡아 사람 발길 뜸한 창고를 알리기 위해 도로 곳곳에 이색적 안내판을 설치하는가 하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창고’를 모토로 입소문을 낼 홍보 계획을 수립하는 데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청년 점주들은 특히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수많은 청년들의 고민을 아는 듯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보자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당장, 송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 창업 후배들을 위해 ‘컨설팅의 날’을 정해 상담하는 시간을 갖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현 사장을 중심으로 가게 앞에 스토리보드를 설치해 주인들이 자기 가게를 차릴 때 들어간 비용,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입간판에 담아 소개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 회장은 “어떻게 창업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접하고 부족한 돈으로 어떻게 창업을 준비하게 됐는지 등을 궁금해하는 예비 창업가들에게 편안하게 알려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어디에나 있는 복합문화공간, 먹거리 점포가 아닌, 순천 청춘창고만이 갖는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단순히 음식·음료·상품만 파는 창고가 아니라 청년의 소중한 꿈을 키워가는 점포라는 의미에서다. 이들을 보고 모여드는 다른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끊이질 않으면서 ‘수십년 넘도록 유지되는 명소’가 됐으면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음식·공예품 판매 부스 뿐 아니라 공연, 도서 공간, 창업자들과의 만남의 공간을 알차게 이어나갈 세부 계획도 이들의 몫이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지역 사회와 함께 하기 위해 수익의 일부로 고객들과 봉사 활동을 펼치는 계획도 구상중이다.

송용암 에너지버거그릴 대표는 “창업을 앞둔 예비 창업가들과의 자연스런 만남이 이뤄지면서 양측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순천=김은종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