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알고 있었다. 장남보다 성공한 셋째 아들이라고 못마땅해 하던 당신 어머니의 분노마저 사랑이라는 것을.

당신을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은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다. 음악은 안 된다고 반대하면서도, 아들이 몰래 다니는 실용음악학원에 찾아가 몇 번이나 부탁했다. 우리 아들, 잘 부탁합니다. 당신은 알고 있었다. 결핍에서 나온 욕구야말로 자신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을.

당신을 닮은 나는 당신의 방식대로 힘을 키웠다. 그 힘은 당신을 압도했다. 뭐 필요한 거 없니? 오랜만에 만난 당신은 패자의 얼굴이 아니라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나는 힘을 가졌어요. 필요한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어졌어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요?

당신은 말했다. 네가 사회에 나가 누군가와 싸워야 한다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누구라도 말이야. 당신은 아들에게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모두 덜 채워진 채 외로웠던 것도. 아버지 당신과 우리였던 우리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