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지도 위에서 찾으면 제주도 바로 옆에 붙어있다. 그래서 분위기가 제주도와 많이 닮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행기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일본 본토에서 가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가는 것이 더 가깝다. 본섬은 갈매기가 날개모양을 펴고 있는 길쭉한 모양을 갖고 있으며, 제주도 보다도 면적이 넓고 주위에 아름다운 섬들이 많다.

오키나와는 많은 한국 관광객과 한국어 안내표지판으로 일본어를 몰라도 편하게 관광을 할 수 있는 친근함이 있다. 화려한 곳은 없지만 괌이나 사이판 같은 편안함이 있는 휴양지 같은 곳이다.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이 바로 류큐 왕국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이어도가 이곳이라는 전설도 있어 우리나라와의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1429년부터 1879년까지 약 450년간 유지됐던 일본과 독립된 국가인 류큐왕국이 있었던 곳으로 한 때는 중국, 포르투갈 등 서방 국가들과도 활발하게 해양무역을 하여 매우 번성한 나라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이 류큐왕국에 군사와 군량미를 요구했는데 거절하자 임진왜란이 끝난 후 정복을 하여 조공을 바치는 나라로 만들었다. 그 후 일본의 한 현으로 포함됐고 여러 곡절도 많았지만 현재는 영원히 일본의 영토가 됐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취약한 산업기반 시설, 재정자립도 등으로 인하여 독립보다는 일본에 속한 편에 만족한다고 한다.

12월의 오키나와는 우리나라의 10월 말 정도의 날씨다. 섬 특성상 습도와 바람이 많지만 가족, 연인들과 편하게 여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이곳의 관광지는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동양 최대 규모라고 자랑하는 츄라우미 수족관이 아닌가 싶다. 수족관은 규모도 굉장하지만 다양한 물고기를 손으로 잡으면 금방 잡힐 듯한 선명함과 현장감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곳은 오래된 마을 창야라는 곳이다. 오래된 후쿠기나무 숲이 가로수가 되고 숲이 됐고 그 사이사이에 일본의 오래 묵은 전통가옥의 편안함에 시간이 멈출 것만 같은 곳이다. 전통 가옥에서 숙박을 하고 인근에서 일본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데 가격도 착하지만 맛도 정갈지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은 슈리성이다. 류큐 국왕과 그 가족이 거주하던 곳이자 왕국 통치의 중심지인데 성과 그 주변에는 예능, 음악, 미술, 공예의 전문가가 많이 모여 살아 오키나와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됐던 곳이다.

성을 둘러싼 성벽은 중국과 일본의 축성 문화를 융합한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곡선 형태의 성벽이 매우 유려하고 우아하다.

돌의 조합은 육각, 칠각 등 매우 촘촘하고 견고하게 축조됐으며 섬세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성벽 안쪽에는 많은 건축물이 세워져 있고 특히 정원석의 배치 기술은 문화적, 역사적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자연스럽고 온화하다. 이 성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망한 왕조의 애잔함과 숨결이 함축돼 전해진다.

‘만 명이 앉을 수 있는 초원’이라는 뜻이 담긴 ‘만좌모’라는 바다 인근 초원이 있다. 남녀 연인들이나 친구들의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 할 수 있고 기대하지 않고 가면 의외로 기쁨과 행복을 느낄 만한 장소다. 코끼리 형상의 바다 절벽을 볼 수 있고 물이 없는 듯 바닥이 보이는 맑고 긴 바다를 보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무거운 짐들도 자연스레 내려놓을 것만 같은 곳이다. 어려운 남녀는 자연스레 팔짱이 끼어지는 장소이다 보니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도 연인과 남녀가 많이 등장했던 곳이다.

고급스러운 곳의 음식은 대체로 값이 비싸고 깊은 맛이 없다. 맛집을 찾는 좋은 방법은 현지 가이드나 안내 책자보다 네티즌들이 블로그나 카페에 소개된 곳들을 찾아가면 맛과 가격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또 그런 곳들은 일본 고유의 복장이나 원초적인 분위기 등도 느낄 수 있어 재미가 있다. 여기저기 한국인들의 낙서와 메모, 흔적들이 많아 한국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안 되기도 한다. 음식점 주인과 직원들도 매우 친절하고 부드럽다,

첫 날부터 렌트를 하여 5일 동안 자유스럽게 여행을 즐겼다. 무척 특이한 점은 자국 차량 이외의 차량을 한 대도 보지 못했고, 중형차도 없었으며, 시속 70㎞ 이상의 과속 차량도 보지 못했다. 자국 내 상품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자세는 부러운 반면, 상대의 장점을 인정하거나 살펴보려고도 하지 않고 객관성이 부족한 사람들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중형차 한 대를 볼 수 없는 검소한 생활을 달리 생각하면 획일화된 문화로 과연 다양한 문화와 창의성이 발전될 수 있을까하는 점도 걱정이다. 규정 속도를 지키는 준법정신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부러운 점이다.

오키나와 여행을 계기로 일본 본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쿄의 문화도 접하고 싶고 삿포로도 가고 싶다.



*백준선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졸업

-개인전 12회, 아트페어 등 그룹전 및 기획전 350여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2회, 광주시전, 무등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30여회 심사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