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선사시대의 유적 스톤헨지(Stonehenge)와 100∼200년의 오랜 세월 동안 잘 가꿔진 영국 정원들을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싶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려 여장을 풀자마자 곧바로 달려간 곳이 스톤헨지다.

스톤헨지는 영국 남부 윌트셔주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선사시대의 유적으로 높이 8m·무게 50t인 거대 석상들로 구성돼 있다.

수수께끼 선사시대 유적으로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풀려지지 않고 있으며 본래 로마교황청 소유로 헨리 8세가 스톤헨지를 압수해 자신의 친족에게 증여했다.

이후 여러번 주인이 바뀐 뒤 1824년 안트로부스 가문에 넘어갔다. 1915년 변호사 세실처브가 의자를 사달라는 부인의 부탁으로 경매장으로 갔다가 스톤헨지가 경매에 나온 걸 보고 6600파운드(한화 7억원)에 낙찰받아 3년 후 정부에 기부했다.

세실처브는 어린 시절 스톤헨지에서 6㎞ 떨어진 곳에서 살았다. 이곳에서 드러누워 책을 읽으면 유난히 머릿 속에 쏙쏙 잘 들어가 자주 갔었다. 변호사가 된 후에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지키고 싶어 종종 찾던 곳이다.

기부 조건은 지역 주민에게는 무료 개방하고 입장료는 1실링(한화 5000원) 이상 받지 말라는 두가지였다. 지금도 유효하다.

세실처브는 1934년 숨을 거둔다. 경매에 나올 당시 미국인이 스톤헨지를 구입해 미국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개인에 의해 스톤헨지가 지금 영국에 그대로 남아있게 됐으니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이었는가.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 일본으로 넘어가려는 국보급 문화재들을 사 모았던 간송 전형필 선생을 떠올리며 영국의 오래된 정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97ha 규모를 자랑하는 위슬리 가든(Wisely Garden)은 영국 왕립원예협회의 대표 정원이다. 사업가이자 정원 가드너였던 조지 퍼거슨 윌슨(George Fergusson Wilson)이 1878년 부지를 매입해 꾸몄으며 1903년 영국왕립원예협회에 기증하면서 본격적으로 조성됐다.

런던의 북서쪽에 위치한 스토우정원(Stowe Garden)은 풍경식 정원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곳 중 하나다. 이곳 역시 영국을 대표하는 정원일 뿐 아니라 유럽 조경계 거장들의 역사적인 손길을 느낄 수 있다. 18세기 정원 양식과 정원 조성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정원이라 할 수 있다.

큐(Kew) 왕립식물원은 18∼20세기 정원 예술의 중대한 시기들을 보여주는 특징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현재 주된 활동은 세계적인 생태계 보존이며 희귀·멸종 위기 식물의 서식처 보존과 증식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베스샤토정원(Bethchatto Garden)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곳에 그곳에 적합한 식물을 심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가꿔진 정원이다. 하이트홀 정원(Hyde Hall Garden)은 쓰레기더미가 쌓였던 언덕 위에 로빈슨 박사 부부가 조성한 정원이다. 식물원에서 생산되는 유기물과 퇴비를 토양개량에 사용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농법을 활용한 식물원 유지관리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시싱허스트정원(Sising hurst Garden)은 1930년 시싱허스트성을 방문한 비타(Vita)와 해롤드(Harold) 부부가 보자마자 매료돼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는데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정원으로 알려져있다.

영국의 대표 플라워가든인 만큼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색의 꽃이 있어 모든 계절에 다양한 색의 꽃을 만날 수 있다.

아! 한국정원은 어디를 보여줄 수 있는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태후

-나주 죽설헌에서 40여년 동안 나무 가꾸고 그림 그리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