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경치가 수려하고 학문을 숭상하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구곡(九曲·아홉 구비 물줄기)이 자리하고 있다

최초로 구곡을 설정한 사람은 중국 남송때 주자학의 창시자 주희(주자)다. 그는 무이산 계곡에 무이구곡을 설정하고 제5곡 은병봉 아래에 무이정사를 지어 칩거하면서 주자학의 학문적 탐구체계와 수련방법을 인간 본성에 내재화하는 하나의 비유 수단으로 구곡시를 지었다 한다.

조선에서 가장 먼저 구곡을 설정하고 구곡시를 지은 사람은 율곡 이이(1536∼1584)다. 1577년에 황해도 해주 석담천에 고산구곡(高山九曲)을 정하고 은병정사(隱屛精舍)에 머물며 후학을 가르치며, 고산구곡가를 지었다. 그외에도 우리나라에는 곳곳에 있는 구곡과 구곡시는 그 주변 문화유적과 연계해 주목해야 할 자연유산이자 문화자산이다.

인문학과 자연이 함께한 산수문화로서 2014년 8월, 충북 괴산의 화양계곡이 구곡 중에서 처음으로 명승(제110호)으로 지정돼 구곡이 새롭게 조명받게 됐다.

광주에서 충북 괴산군 화양구곡 주차장까지는 대략 3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우암 송시열이 은거한 화양구곡은 속리산국립공원 화양천 3㎞ 구간에 걸쳐 하류에 해당하는 제1곡부터 상류 제9곡까지를 말한다.

제1곡은 경천벽, 제2곡 운영담, 제3곡 읍궁암, 제4곡 금사담, 제5곡 첨성대, 제6곡 능운대, 제7곡 와룡암, 제8곡 학소대, 제9곡은 파천이라 불린다.

화양구곡의 중심이며 절경은 제4곡 금사담과 우암이 후학을 가르친 암서재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화양동의 많은 암각서 중 흥미로운 내용은 능운대 앞 계곡 건너편에 숨겨져 있는 명나라 숭정황제 의종의 유필(遺筆)을 송시열이 암각한 非禮不動(비례부동·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과 大明天地 崇禎日月(대명천지 숭정일월·조선의 하늘과 땅은 명나라 것이고, 조선의 해와 달도 숭정황제의 것이다)이다.

비례부동의 원리는 우암 송시열의 학문적,사상적 철학을 대변하는 말이자, 개탄할 일이지만 대명천지 숭정일월은 세계관과 정치관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화양서원과 만동묘. 화양서원은 사액서원으로서 조선 팔도에서 가장 위세 높고 명성이 자자했고 만동묘는 임진왜란때 20만명의 원군를 보내준 명나라의 신종과 마지막 황제인 의종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만동묘 앞을 지날 때 지체 높은 양반들도 말에서 내려 걸어갔다는 하마소가 있으며, 디딤돌 폭이 좁은 계단은 감히 곧바로 오르지 못하고, 옆으로 가게 만드는 사대적 배려(?)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화양묵패(華陽墨牌)’를 발행하여 지방관리와 백성들 수탈했으니 그 폐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한다. 오죽했으면 매천 황현(1855∼1910)은 화양서원에 기생하는 정치 건달들과 유생들을 일컬어 ‘서민들의 가죽을 뚫고 골수를 빨아 먹는 남방의 좀’이라고 했을까? 당시 아이들이 부르던 승경가(昇卿歌)라는 동요에는 ‘원님 위에 감사, 감사 위에 참판, 참판 위에 판서, 판서 위에 삼정승, 삼정승 위에 만동묘지기’라고 할 정도였다. 화양서원과 만동묘 묘지기 위세는 대원군도 우습게 볼 정도로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훗날 흥선대원군은 화양서원과 만동묘를‘도적놈들의 소굴’이라며 제일 먼저 철폐해버렸다. 이후 서원 47개소만 남기고 모조리 폐쇠했으니 결단력이 사뭇 대단하기도 하다. 이는 왕권 강화를 서원의 횡포를 막아 보려했던 영.정조도 못한 일이었다.

호불호를 떠나 이 또한 우리선조들의 삶과 함께 아직도 깊이 흐르고 있는 우리역사의 DNA도 확인 할 겸, 한반도에 약110 여개 이상의 구곡이 있다고하니 우선 아래 지면에 나열된 구곡 39곳을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하나하나 날잡아 풍류묵객이 되어 떠나본들 어떠하리.

화양·선유동·쌍곡·갈은·고산·풍계· 연하·옥화·낙우당구곡(이상 괴산·보은).

갑사구곡(공주), 무흘·포천구곡(성주), 벽계·중원구곡(양평), 우이구곡(북한산), 곡은구곡(화천), 석문·쌍룡·화지·산양구곡(문경), 일월산구곡(영양), 수락대구곡(예천), 낙강구곡(고령), 양동구곡(경주), 용하구곡(제천), 퇴계·도산구곡(안동).하회구곡(안동), 운포·소백·죽계·초계·동계구·초암구곡(영주), 오계·대명산구곡(봉화), 성고구곡(영천), 덕계구곡(포항).

그리고 구곡의 거대한 암벽에 음각한 관찰사, 절도사님네들의 공들인 영역표시와 다른 이름 긁어지우고 그위에 다시 새기고, 하물며 페인트도 한몫 거들은 현대판 자연 구걸예찬도 구경할 겸.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난데 누가 뭐래 이 자유인을. 뜻이 맞는 우리함께 ‘자연가’ 부르면서 가세, 가세, 구경가세”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아마도 절로난 몸이라 늙기도 절로절로



하서 김인후 詩면 어떻고 우암의 詩인들 어떠하리! 그저 명경산수 절경이 이리 얼쑤! 좋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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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한국미술 리필전, 한국구상작가 20인 초대전, 한국 구상 대제전 등 참여.

-16회 한국예총 예술 문화상, 원진미육대상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 등 38회 운영·심사.

-현 신작전 회원, (사)한국수채화협회 이사, (사)한국미협 이사.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광주지회장 역임.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 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