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년하고도 몇 개월이 흘러가고 있다.

2014년 4월16일의 충격적인 비극에 놀라 여러 번 진도 팽목항에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림 밖에 없어서 ‘검은 바다’와 ‘생명의 바다’시리즈를 여러점 작업하기도 했다.

얼마 전 평생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셨던 어머님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허전한 마음에 진도 팽목항을 다시 찾았다. 평일인데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간간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에서 세월호가 우리에게 얼마나 아픈 상처로 남아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방파제 위에서는 추모에 관한 많은 사람들의 그림과 글들, 그리고 설치물들이 보인다. 노란 물결의 리본과 함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그리운 얼굴들, 꼭 가족 품으로…” “따뜻한 밥해서 같이 먹고 싶다” “잊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

현수막들이 바닷바람에 흔들리며 가슴을 울컥하게 한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무거운 발걸음을 움직여, 한적한 매립지에 마련된 세월호 팽목 분향소의 영정사진들 앞에 서니 목이 메인다. 영정이 없는 노란 액자들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짓눌렀다.

모든 영혼들이 학처럼 자유롭게 영원하길 빌어보며, 나도 모르게 출렁이는 바다를 응시한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 인양과 사고 진실 규명은 왜 이리 더딘 건지 저 생명의 바다에게 한없이 묻고 또 묻고 싶었다.

바다는 아름답다기보다는 말없이 흐르는 슬픔을 삼킨듯 이 세상의 모든 색을 포용이라도 한 것처럼 검은 빛이었다. 우리들 가슴 속에도 검은 바다를 만들어 뒤척이게 한다.

우리 모두 먹먹한 가슴의 바다.

말이 없는 검은 바다는 오로지 침묵 속에 일렁일 뿐이다. 그 검은 바다 위로 스치며 뒤척이는 빛의 흔적들은 마르지 않는 눈물이고 아픔이며, 우리들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감정의 누수선이자 통곡의 울부짖음이다.

팽목항 하늘과 바다가 온통 검게만 보이는 것은 한 예술가의 시선만은 아닐 것이다.

세월호는 우리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는 ‘검은 바다’를 만들어 버렸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 화가에게 삶과 예술,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송필용

-전남대 미술교육과,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서울 학고재갤러리, 이화익갤러리 등 개인전 20회

-1996년 제2회 광주미술상 수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작품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