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월봉서원에서 나와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김봉호 가옥에 들렀다. 광주 이장우 가옥이나 최승효 가옥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소박한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다.

하남 경암 근린 공원 바로 옆 가옥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마루에 앉아 쉬고 있던 방문객이 나즈막이 인사를 건넨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에 마음이 맑아진다. 기둥을 감고 올라간 담쟁이 덩굴과 잘 손질된 나무, 담벼락의 수국까지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소박하다.

광주시 문화재자료 제25호인 김봉호 가옥은 1940년대 건립된 전형적인 농촌가옥으로 안채, 문간채, 헛간, 우물, 축사 등을 갖추고 있다. 안내문은 “상류층 가옥에 비하여 손색이 없는 안채는 공간의 배치, 재료의 짜임이 뛰어나고 큰 다락이 있어 주목된다”고 적고 있다.

안채 뒤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옹기종기 놓인 장독대를 지나 뒷편 마루에 앉아 있는데, 판소리 소리가 들려오는 방안에서 어르신이 알은체를 한다. 주인 김봉호 어르신이다. 그는 양반집도 아닌, 평범한 농촌 가옥이 어떻게 문화재가 됐는지 이런 저런 내력을 들려줬다.

김봉호 가옥에서는 오는 7월 4일 등 네차례 농가의 일상을 음식과 공연으로 풀어낸 ‘농가의 사계’가 진행된다. 일정을 잘 체크하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문의 062-960-8272.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