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선 사회음악교육전문가·음악학 박사]오케스트라 교육 통한 문화 복지를 꿈꾸며
2016년 04월 22일(금) 00:00 가가
베네수엘라 엘시스테마에 감명받아 문화소외 계층 아동청소년오케스트라 활동에 참여한 지 7년이 지났다. ‘악기교육을 통한 사회운동’이라는 목표와 취지에 매료돼 선택한 길이었다.
열악한 환경의 베네수엘라에서는 엘 시스테마가 정착된 지 40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년이면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현재 잘못된 교육 체제에 작은 변화의 씨앗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지금까지의 시간을 버틴 동력이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베네수엘라 상황은 다르니 한국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해 얻은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확신, 행동한 만큼 진일보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믿음을 놓지 않고 오늘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교육에 참여하면서 힘들어도 놓지 못했던 큰 이유는 가장 가까이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A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바이올린을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음악은 잘 한다고 인정받았고 이후 음악선생님이 되고자 사범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어릴 적 사내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필리핀 외갓집에서 외조모의 손에 자라며 얻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B. 항상 후드티를 입고 모자 속에 숨어 있던 아이는 연주회 무대에 오르기 위해 처음으로 모자를 벗기 시작한 이후 예쁜 단발머리를 드러내며 상처를 극복하기도 했다.
껄렁껄렁 반항심 가득했던 사춘기에 악기를 시작한 이후 꿈이 생겼다며 밝아진 표정과 반듯한 자세로 미래를 준비하는 친구, 보육원에서 자라며 많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오케스트라 활동이 가장 행복하다는 친구 등 한 명 한 명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며 오케스트라 교육만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놀라운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단체를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교육 사업에 비해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연습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단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사업 행정담당자와 교육을 담당하는 음악감독과 강사, 단원과 보호자의 협조까지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참여자는 대부분 초등 3학년∼6학년 위주 지역아동센터와 저소득 가정 아동들이다.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악기를 배우고자 희망하는 아이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단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일반 가정에서 영어·수학 학원비를 지출하고 나면, 개인 레슨으로 악기 교육까지 시킨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제 아무리 떠들썩하게 창의력과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부르짖어도 성적 위주 낡은 교육 패러다임 속에서 일류대 지향과 직업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학부모들의 의식 변화 없이는 그 어떠한 변혁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파라과이 어느 쓰레기 매립장 마을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단 한 명의 음악선생님의 헌신으로 기적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악기를 구할 돈이 없어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깡통과 드럼통으로 악기를 만들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악기 교육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마을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악기 만들기에 좋은 깡통을 찾기 시작했다.
재활용 쓰레기는 훌륭한 악기 재료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았다. 쓰레기 가득하고 냄새 진동하는 마을 곳곳에 향기로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
‘재활용 오케스트라’는 독창성을 지닌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아이들은 꿈을 갖게 됐다. 지금은 각국 초청으로 해외 순회공연을 다니며 연주하는 기적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도전 정신과 열린 마음을 가진 단 한 명의 혁신가가 오케스트라라는 음악 도구를 활용하여 마을공동체에 변혁을 일으킨 감동적인 사례다.
아시아문화예술의 중심 광주에서도 파라과이와 같은 기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언젠가 도청 광장 야외무대의 멋진 조명 아래에서 남녀노소 지역 주민들이 악기 하나씩 손에 들고 나와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누구나 연주자로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축제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는 날을 꿈꿔 본다.
열악한 환경의 베네수엘라에서는 엘 시스테마가 정착된 지 40년이 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년이면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현재 잘못된 교육 체제에 작은 변화의 씨앗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지금까지의 시간을 버틴 동력이었다.
교육에 참여하면서 힘들어도 놓지 못했던 큰 이유는 가장 가까이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A는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바이올린을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음악은 잘 한다고 인정받았고 이후 음악선생님이 되고자 사범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껄렁껄렁 반항심 가득했던 사춘기에 악기를 시작한 이후 꿈이 생겼다며 밝아진 표정과 반듯한 자세로 미래를 준비하는 친구, 보육원에서 자라며 많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오케스트라 활동이 가장 행복하다는 친구 등 한 명 한 명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며 오케스트라 교육만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놀라운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참여자는 대부분 초등 3학년∼6학년 위주 지역아동센터와 저소득 가정 아동들이다.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악기를 배우고자 희망하는 아이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단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일반 가정에서 영어·수학 학원비를 지출하고 나면, 개인 레슨으로 악기 교육까지 시킨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제 아무리 떠들썩하게 창의력과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부르짖어도 성적 위주 낡은 교육 패러다임 속에서 일류대 지향과 직업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학부모들의 의식 변화 없이는 그 어떠한 변혁도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파라과이 어느 쓰레기 매립장 마을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단 한 명의 음악선생님의 헌신으로 기적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악기를 구할 돈이 없어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깡통과 드럼통으로 악기를 만들어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악기 교육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마을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악기 만들기에 좋은 깡통을 찾기 시작했다.
재활용 쓰레기는 훌륭한 악기 재료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았다. 쓰레기 가득하고 냄새 진동하는 마을 곳곳에 향기로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
‘재활용 오케스트라’는 독창성을 지닌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아이들은 꿈을 갖게 됐다. 지금은 각국 초청으로 해외 순회공연을 다니며 연주하는 기적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도전 정신과 열린 마음을 가진 단 한 명의 혁신가가 오케스트라라는 음악 도구를 활용하여 마을공동체에 변혁을 일으킨 감동적인 사례다.
아시아문화예술의 중심 광주에서도 파라과이와 같은 기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언젠가 도청 광장 야외무대의 멋진 조명 아래에서 남녀노소 지역 주민들이 악기 하나씩 손에 들고 나와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누구나 연주자로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축제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는 날을 꿈꿔 본다.
